냉동육 이야기
냉동육 !
하면 뭐가 떠오를까? "질 나쁜 고기", "맛 없는 고기", "몸에 안 좋은 고기" 로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은 듯하다. 가족들과 주말 고기파티를 준비하는 어머님도, 이번 캠핑에서 숨겨왔던 실력발휘를 위한 스테이크를 고르는 아버님들도 꽝꽝 얼린 냉동 고기보다는 정육점에서 방금 썬 듯한 냉장육을 선호한다.
정말 냉동육은 맛 없고 질 떨어지는 고기일까?
먼저 우리는 왜 냉동육이 질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 또는 호주 등 수입육을 먼저 생각해 보자. 수입과정에서 유통기한의 연장을 위해 수입육은 냉동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전국 어디든 배송이 하루면 되는 좁디좁은 대한민국 땅에서 왜 굳이 냉동할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팔다가 남은 것 냉동하는 건 아닌가?
이유는 우리나라의 편향된 섭취 특성에 있다. 우리나라는 "구이문화"가 발달했다. 삼겹살과 목살은 없어서 못산다. 석쇠 위에서 별다른 양념 없이도 바깥은 바삭하게 안에는 촉촉하게 익어 소주를 부른다. 그 수요가 공급을 넘어 요즘은 스페인, 칠레, 독일산 삼겹살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이에는 비교적 부적합한 앞다리, 뒷다리 등 "아싸"들은 구이환장러들의 눈 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따라서 애초에 육가공업자들은 비선호육의 수요를 예측하여 일부는 냉장육, 그 외에 전부 냉동육으로 생산한다. 이처럼 냉장, 냉동육에 구분은 수요에 따른 부위별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냉동육은 냉장육보다 품질이 좋지 않다" 라는 공식이 항상 옳다고 할 수 없다. 단, 수요가 적으면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우선적으로 냉장육으로 생산하고, 이하의 상품을 냉동육으로 생산하기에 아무래도 전체 평균적으로는 냉동육 품질이 조금 낮을 수는 있다.
미국산 1++로 불리는 프라임등급, 지난달 마블링이 꽉 찬 냉동 티본스테이크를 조카와 같이 먹으려고 사왔다. 주말까지 참지 못한 사랑스러운 조카가 혼자 먼저 먹고 나에게 카톡을 하나 보냈다. "삼촌, 역시 수입산은 질긴 것 같아. 다음엔 한우 사와". 초등학생도 느낄 수 있다. 보기엔 먹음직스러운 채끝도 냉동육은 질기고 퍽퍽하다는 것을. 기분 탓이 아니다.
그 이유는 "사후강직"에 있다. 사후강직이란 동물 사후의 일정 시간 후 근육이 수축하여 딱딱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 상태의 축육은 질기고 맛이 없어서 숙성에 의한 경직해제를 기다린 후 먹어야 최상의 맛을 볼 수 있다.냉장육을 먼저 보자. 냉장육은 생산 이후의 유통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식숙성을 통한 경직해제로 맛이 좋아진다. 반면에 냉동육은 도축 후 품온을 -18℃까지 낮추므로 미생물의 작용이 저해되어 숙성의 과정이 멈춰 버린다. 숙성이 충분히 되지 않은 냉동육을 급속해동하면 냉장육보다 질길 수밖에 없다.
어떻게 냉동육을 부드럽게?
"완만해동"이 그의 해답이다. 완만해동을 통해 냉동육의 정지되었던 숙성 기간을 충분히 보완해주고 보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온도 유지와 외부접촉을 제한하여 해동 과정에서의 품질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완만해동 방법?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별거 없다. 고기를 굽기 4~5일 전 가정용 냉장실 혹은 김치냉장고에 넣어놓고 천천히 해동시키는 게 끝.
가전제품의 전기사용량을 알고 싶으면 어머니의 지혜를 빌려 보곤 한다. 냉장고를 5초만 열고 서 있어보면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냉장고의 전기세를 실감할 수 있다. 냉장육은 보통 0℃로 온도를 유지하고, 냉동육은 품온을 -18℃까지 내려야 한다. 수치 상만으로도 냉동육이 유지비가 더 들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런데도 왜 냉동육 유통비가 더 싸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관리적 용이함"이다. 즉, 냉동육은 관리하기 쉽다는 거다. 냉장육은 유통과정 중 설정온도보다 단 1℃의 차이도 곧바로 품질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기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세심한 관리 하나하나가 돈이다. 냉장시설이 갖춰진 이동과정 혹은 보관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상품 상하차까지도 냉장관리를 해야 하고 만약 그것이 쉽지 않으면 신속하게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는 인건비가 냉동육과는 비교할 수 없게 발생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이란, 생활 양식이라는 의미로,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사는 방식을 말한다.
고기에 대한 라이프스타일도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되고 있다.
즉, 어떤 고기를 선택하고 어떻게 먹을 것 인지는 본인에게 달려있다.
적절한 해동방법으로 저렴한 냉동육을 맛있게 즐겨보는 어떨까?
글_정찬영
도움_(주)지선애프앤씨_주철규대표
도움_(주)세미온_곽창엽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