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EATin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그램 Apr 25. 2022

한 주간을 마무리하는
삼겹살을 사랑해요.

육그램 매거진 『MEATing』_고기를 통해 만나다

안녕, Elly : 


힘들 때 삼겹살을 굽는 엘리입니다. 고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육그램에서 PR담당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고기는 거의 하루에 한 번 먹고 있어요, 덕분에 헌혈하러 가면 처음에는 아토피 환자라 영양소 부족으로 피를 못 뽑을 수 있다고 다들 걱정하시지만, 막상 채혈을 하고 나면 환하게 웃으면서 묻지도 않고 400ml를 뽑으시더라고요. 단백질, 수분 등 전반적으로 평균보다 많은 건강한 어른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금요일 밤 집에 들러 화장을 지우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연인과 함께 먹는 삼겹살이에요. 


제일 좋아하는 고깃집은 동네에 있는 허름한 듯 허름하지 않은 맛집인데 외관은 오래돼 낡아 보이고 들어가는 입구도 좁은데 테라스에 포장마차 천막이 둘러져 있고 테이블은 은색깔 동그란 그 테이블 아시죠? 그 테이블에 의자는 등받이가 없어 불편하면서도 삼겹살 하면 생각나는 그 모양의 의자예요. 가운데는 쇠 불판이 아니라 커다란 무쇠 철판이 놓여 있고요. 


조명은 하얀색이긴 한데 공간 대비 조도가 낮아 막 밝진 않아요, 벽도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이고, 천장도 낮아요. 청춘 영화에 나오는 소줏집, 딱 그 느낌. 서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지만, 또 완전히 분리된 그 느낌에 취해 고기가 철판에 올려졌을 때 소맥을 한 잔 만듭니다. 그리고 한주의 고됨을 이겨낸 서로를 격려하며 ‘짠’. 

쌈무 하나 깔고 바삭하게 익은 삼겹살을 올리고 그 위에 쌈장을 콕 찍어 올려요. 그다음 철판 위에서 노르스름하게 익은 김치 이파리 한 조각을 올리고 쌈무로 잘 감싸 입에 넣어요. 쌈무의 상큼한 맛, 김치에서 베어 나오는 기름진 김치 맛, 그리고 삼겹살 비계 부분의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한데 어우러지면 그 이상 행복이 어디 있을까 싶어요.


그 삼겹살은 입 안에만 머무는 행복으로 끝나지 않아요. 치이익,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 사람들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소리에 취해 곁에 머물러 주는 이 사람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그 찰나 역시 참 행복으로 삶에 새겨지죠.


한 주간 다들 잘 버텼잖아요. 지옥철에 지옥 버스에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그렇게 치였기에 오늘 이렇게 인생에 소중한 사람과 함께 소맥에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싶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맥시멀리스트의 미니멀한 고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