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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그램 May 03. 2022

낯선 곳, 낯선 사람, 낯선 맛

육그램 매거진 『MEATing』_고기를 통해 만나다

안녕, Aiden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육그래머로 새로 합류해 육그램의 여정에 함께하고 있는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저는 매주 주말이면 낯선 곳으로 떠나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낯선 음식을 삶의 원동력을 얻는 사람이죠. 

제가 방문한 낯선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속초예요. 속초로 떠나기 전까지는 사실 동해 바다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어요. 예쁜 바다로 유명한 제주도며, 동남아시아까지 다 여행을 해봤으니까. 그런데 막상 마주한 속초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바다가 깊어질수록 색이 점차 진해지는 게 한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리고 바다색 자체가 에메랄드빛과 검푸른색이 오묘하게 섞여 보는 순간 감탄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그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간 머릿속을 맴돌던 내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지난날의 후회를 잊어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낯선 풍경이 주는 중압감에 눌려 잠시간 머리를 비우고 나면 그렇게 상쾌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낯선 곳에서 먹는 낯선 음식도 굉장한 설렘을 주죠. 저에게 신선한 충격과 설렘을 선사한 딱 하나의 음식을 꼽자면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 수육이었어요. 우리가 수육 하면 떠오르는 그 이미지를 완전히 산산조각 내주는 음식이었어요. 국물에 담겨 나오는 수육이라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런데 그 맛이… 정말 그 맛이…


꼭 공유하고 싶은 맛이었는데, 술국 아시죠? 그 적당히 걸쭉한 느낌의 진~한 국물, 그리고 그 위에 야들야들 입에 넣는 순간 녹아버리는 수육까지. 사실 술을 굉장히 사랑하는데 이보다 완벽한 안주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속을 달래주는 술국과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수육의 콜라보라니요. 비주얼에서 충격, 맛에서 충격. 신선한 낯선 맛으로 2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어요. 


낯선 곳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도 가슴 한 켠 은은한 향을 오래 남기는 것 같아요. 작년에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광안리 해수욕장을 거닐며 바다 바람을 맞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아는 척을 하는 거예요. 자세히 보니 몇 년 전쯤 같이 잠시 같이 일했던 동료인 거예요. 아주 잠시 스쳤던 사람인데 제 거주지가 아닌 부산이라는 여행지에서 만나니까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어요. 그렇게 그 친구와 안부를 묻다 광안리 근처 횟집으로 자리를 옮겨 같이 술 한잔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그 친구랑은 일 년에 한 번은 꼭 보는 사이가 됐어요. 


낯선 곳, 낯선 맛, 낯선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것들이 설렘과 살아갈 힘을 주는 요소로 작용해요. 육그램에 들어와 처음 수입육에 대해 공부하기 전에는 조금은 낯설었어요. 뭔가 한우, 한돈이 제일 좋은 고기일 것 같고 제일 맛있을 것 같고, 수입육은 뭔가 품질이 떨어질 것 같고 그렇잖아요? 낯선 것에 대해 흥미를 많이 느끼는 저 역시 그랬어요. 그런데 최근 회사 고기로 관능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통항정살로 관능을 진행했는데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인 거예요. 기름진 맛에 꼬득 꼬득한 식감. 아, 이게 이래서 우리 회사 매출 1등 공신이구나 싶더라고요. 관능 테스트라서 쌈장이나, 기름장 같은 걸 전혀 찍어 먹지 않았는데도 그 고소함은 정말 말로 다 표현이 안 돼요. 독자분들도 꼭 한 번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수입육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낯선 곳에서 먹는 음식이 제 인생 음식이 됐듯, 육그램의 고기가 인생 고기가 될 수 있잖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한 주간을 마무리하는 삼겹살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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