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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루Lee Nov 29. 2023

하쿠다 사진관

소설속 대사를 건지다


작가라...  거참 민망스러운 단어다. 

한때 대학 졸업하면 작가 되는 줄 알았던적이 있었다. 노력도 안 했으면서. 졸업장만 받고 튈 생각이었으면서.

글 쓰는 작가는 아니었다만, 아무튼 그랬다.



동기님들이 "작가님, 작가님!" 할 때마다 민망스러워 죽는 줄 았다. 차마 작가님 소리를 뱉지도 글자로  써내기도 부끄럽다.

아마도 내가 작가라 불리기에는 부족함이 많음을 알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동기님들까지 싸잡아 작가님이라 부르지 못했던 것은 높아만 보이는 작가란 단어에 대한 동경 때문이기도 했다. 조금 지난 후에는 그들은 정말 작가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버리고 나는 작가라 불리기 여전히 민망한 사람으로 남을까 염려스러웠기에 욱 목구멍에 걸려 차마 뱉지 못할 단어였다.




생각이 조금씩 바뀐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것인가.

언제까지 나는 안될 거라 포기만 할 것인가. 언제까지 그때라도 해볼걸 후회만 가득히 살 것인가.

작은 기회를 잡았다.

별거 아니게 생각하고 별거 아니게 행동하면 진짜로 별거 아닌 게 되겠지.

별거라 생하고 별거인 듯 귀하게 가꿔나가 채워 진짜 별것이 되게 만들면, 그러면 떳떳한 거 아닐까?





여주인공 제비와 사진관 사장 겸 작가 석영, 그리고 양희. 누가 커플이 될까  궁금했다. 날밤 새어가며 읽었다.


제비에게 조언을 건네는 그들에게서

뜻 밖에 대사를 건졌다. 내게 하는 말인 거 같다.

p.143
"알아둬. 좋은 사진을 찍겠다 결심한 순간부터 나쁜 사진을 찍게 돼. 그래도 계속해야 해.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런 날이 와.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다짐 따위 잊어버리는 날이. 그때, 너는 진짜 작가가 되는 거야"
우두커니 서서, 제비는 신발코로 바닥을 찼다.
"이상해요. 저 같은 사람이 작가가 된다니."
"작가가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아. 좋은 사진을 찍었느냐가 중요하지. 작가가 누구 건, 좋은 사진은 언제나 정당한 인정을 받는다."


p.200
제비가 꿀꺽 침을 삼켰다.
"언니, 물꾸럭 신을 믿어요?"
눈살을 찌푸리고 양희가 쓰게 웃었다.
"네 뜻으로 신앙을 가져. 다른 사람 뜻을 묻지 말고."
깜박했다는 듯 양희가 시계를 봤다. 그는 손으로 머리를 매만졌다.
"만일 물꾸럭 신이 있어 사람에게 길흉을 가져온다면, 그리고 네가 잠수에 실패해 액운을 당힌다면, 그때 너는 후회할 거야.
'아 물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해냈어야 했는데.' 그런 다음 울겠지. 지금처럼 서럽게. 하지만 네가 잠수에 성공한다면, 언젠가 네게 액운이 닥쳐도 후회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수영을 배워. 살아보니 그렇더라. 뭔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하다 보면, 계속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하는 거야."




내 상황에 맞게 살짝 바꿔보자면 이렇다.


작가가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다. 좋은 글을 쓰느냐가 중요하지. 작가가 누구건, 좋은 글은 언제나 정당한 인정을 받는다.




'아, 그때 계속 썼어야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써냈어야 했는데' 그런 다음에 후회하겠지. 지금처럼 변화 없이. 하지만 내가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채워나가고 지면을 채워나간다면 실패한다 해도 후회하진 않을 거야. 뭔가를 계속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나를 구하는 거야.





자, 하자고 마음먹었으니

슬며시 글 지워버릴 생각 말고 해 보자.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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