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 많아봐야 2개 정도 들어갔을까? 감자가 주재료도 아닌데 왜 이 요리는 감자탕이라고 불리게 됐는지 묘하다. 돼지의 뼈 어디를 감자라 부르던 것이 유래 됐다는 설도 있으나, 돼지뼈 중 감자뼈라 불리는 부위는 없다는 주장도 강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스럽긴 하다. 우리가 식당에 가면 커다란 냄비에 끓여서 먹을 수 있게 대, 중, 소로 파는 것은 감자탕이요, 뚝배기에 2개 정도의 뼈가 들어가 시래기와 함께 나오는 1인분의 국물음식은 뼈해장국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부턴가 감자탕에 나오는 감자를 등한시하게 된다. 감자탕에 감자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거니와 아쉽지도 않다. 하지만 뼈가 없다면 어색하다. 어색한 정도가 아니라 항의할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뼈해장탕이 아닌 감자탕이 된 연유가 궁금하긴 하다.
이름에 대한 설이야 어찌 됐건 돼지 등뼈를 가득 넣어 시래기, 우거지, 깻잎, 파 등을 넣어 얼큰하게 끓여 먹는 그 요리를 해보려고 한다. 어렵지 않다. 다만 조금 번거로울 뿐인데, 내 글 한번 다 읽어보시고 결정하시라. 도전해 볼 것인지. 말 것인지.
감자탕에 들어갈 돼지 등뼈는 꼭 냉장상태의 것으로 사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추천을 넘어 제발 부탁한다. 냉동으로 살 경우에는 고기의 옅은 누린내까지 사랑하는 진정한 고기 러버 요천인 나도 해결할 방안이 없다.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이 된다. 가격도 비싼 재료는 아니니 제발 제발 꼭 꼭 냉동된 적 없는 냉장상태의 돼지 등뼈를 사시길 강조한다.
신선한 돼지 등뼈가 준비됐다면 이 요리의 절반은 해결된 셈이다. 큰 솥을 꺼내 물을 끓인다. 괜히 생뼈를 흐르는 물에 씻는다고 고생하지 마시고 일단 물부터 끓이시라. 이때 월계수 잎이 있다면 3~4 잎 넣어서 끓어주자. 물을 끓이는 동안 냉동실을 뒤져 시래기를 찾아 둔다. 시래기가 없다면 우거지도 괜찮다. 빨리 마트로 뛰어가서 우거지 한 다발 사 오길 바란다. 우거지는 데쳐서 사용해야 하므로 빠르게 움직이길 바란다.
많은 양의 물이 끓으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이때 갖은 채소의 밑 손질을 해두자. 깻잎, 마늘, 파, 양파, 그리고 넣자니 국물이 탁해질까 고민스럽고 안 넣자니 섭섭한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름은 주인공인 감자를 손질하자. 정성스럽게 씻고, 껍질을 벗겨내고, 먹기 좋게 썰어둔다.
시래기 혹은 우거지는 데쳐서 된장, 고춧가루, 마늘 약간 넣어 조물조물 양념이 배이게 해 둔다. 이때 양념의 양은 시래기와 우거지의 양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된장, 고춧가루는 각 2스푼 정도, 마늘은 1스푼 정도 넣어 준다고 생각하면 편할 듯하다. 된장과 고춧가루는 추후 국물의 간을 맞추기 위해 더 첨가될 수도 생략할 수도 있으니 지금 너무 정확한 양을 넣어야 한다고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
물이 끓어오르면 등뼈를 조심히 냄비에 넣는다. 끓는 물이 튈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끓는 물에 고기의 선분홍색이 회갈색이 되면 얼른 건져낸다. 오래 끓이지는 마시라. 나는 항상 이때 고기의 맛있는 맛이 다 빠져나갈까 봐 초조해하며 빠르게 움직인다. 건져낸 고기는 흐르는 물에 헹궈준다. 다시 냄비에 고기를 죄다 넣고 조물조물 양념해 둔 시래기 혹은 우거지를 올려주고 손질해 둔 양파 무심하게 던져 넣고 이들이 잠길라 말라할 정도로 물을 부어준다. 푹 잠기게 하지는 말자. 아! 생강 한조각도 넣어주자. 엄지손가락 정도 크기면 좋을 듯하다. 후추도 갈갈갈 넣어준다. (나는 알후추 선호파여서 알후추로 넣는다. 국물을 먹을 때 조심스럽기는 하다.) 소주나 맛술 한 바퀴 휙 둘러 넣어주고 끓여준다.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끓여주자.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다. 양파가 투명해졌다 싶을 때 국물 색을 확인해 보자. 국물 색이 너무 옅다 싶으면 된장과 고춧가루를 더 넣어주자. 입맛은 개인차가 있으니 적당히 넣어보고 맛을 봐가며 가감하면 된다. 싱거우면 된장과 국간장을 더 넣으면 될 일이고, 짜면 물을 더 넣어주면 될 일이다. 어려울 거 없다. 아직 완성이 아니므로 졸아들 거 생각하고 짜지 않게만 간을 맞추면 될 일이다. 감자는 이때 넣어준다. 국물에 잠기도록 틈을 잘 봐서 넣어준다. 뚜껑을 닫고 끓여준다. 감자가 익었나 궁금할 때 뚜껑을 열어서 감자 한번 찔러보고 살짝 덜 익었네 싶을 때 파, 빻은 마늘, 깻잎을 넣어주자. 감자가 다 익었으면 어쩌냐고? 상관없다. 감자가 포슬포슬 퍼지면 고소하니 더 맛있을 것이다. 아, 국물에 감자가 풀어지는 게 싫다고? 그렇다면 감자를 잠시 건져내 두었다가 완성된 후 다시 넣어주면 된다. 어려울 거 없다. 들깨가루를 좋아하신다면 이때 넣어주면 된다. 우리 집은 큰딸이 좋아하지 않으므로 생략했다. 이렇게 넣어주고 한번 더 끓어오르면 끝이다. 완성된 것이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는 제격인 음식이다. 따끈한 국물을 홀홀 먹어가며 긴 시래기 떡하니 잡아 올려 흰밥 가득 뜬 밥숟가락 위에 조심스레 똬리 틀어 올려놓고 입 크게 벌려 와왕~! 넣어 우적우적 야무지게 씹으면 크아~! 추위도 다 잊고, 고단했던 하루도 잊게 만드는 행복한 저녁식사가 된다. 쌓여가는 뼈만큼 쌓여가는 밥정에 쌓여가는 식구들의 행복함이 있는 저녁상이다.
손가락 몇 번으로 배달시키면 4만 원 정도 돈 쓰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이지만. 마트 간 김에 돼지등뼈 만 원어치 사면 국내산 재료로 자극적이지 않은 맛을 배달시킨 것보다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물론 큰 솥도 꺼내야 하고 채소도 다듬어야 하고, 번거롭기는 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메뉴다. 고기 넣고 오래 끓이면 시간이 어지간한 국물 맛은 다 내준다. 이런 요리도 할 줄 아느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존경의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볼 것이다. 이름은 요상스럽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이 요리에 도전 한번 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