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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Dec 30. 2022

변덕쟁이

나는 참 변덕스럽다 

좋았던 것이 하루아침에 싫어지기도

싫었던 것이 어느 날 그리 나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도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늘 사람이 싫고 무서웠다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위층 아저씨가 싫었고

지하철 자리에 앉기 위해 새치기를 하고 나를 밀치는 할머니가 싫었고

조용함을 원하는 다른 사람을 무시해버리곤 화통과 같은 목소리로 웃어제끼는 청년들이 싫었다


그들로부터 완전히 멀어지는 것을 꿈꾸는 나였지만

그 과정에 있어 목적지의 단점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였다


험상궂은 얼굴과는 달리 길을 물어보면 동네 구석구석 담겨 있는 이야기까지 알려주는 아저씨가 있었고

시장에서 딸기를 한팩 사면 귤을 네 개나 덤으로 넣어주는 할머니가 있었고

마음을 누구보다 격정적으로 주고받고 사랑할 수 있는 청년들이 있었다


인간은 멀리서 바라보면 징그럽고

한발 다가가면 귀엽고

또 한발 다가가면 끔찍하고

마주한 채 듣는 숨소리는 언제나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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