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걸어놓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바람의 무게가 과한가 싶다가도 주저함은 다 쓰고 없으니 머리를 굴려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게으를 때와 같이 부지런할 때도 몸을 머리가 따른다
축하 전화, 자랑스레 기억될 액자
걸어놓은 것들은 걸려 올 것들의 빚이다
못 갚으면 어쩌려고 이리도 바람이 불까
가볍던 1월에 무게추를 얼마나 걸어댔는가 1월은 무섭게 가라앉아 어느새 6월이다
여름치고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지만 내일이면 찌는 열풍이 불 것이다
모레면 낙엽의 달고 쓴 대추 냄새가 날 테고 글피엔 눈 섞인 찬 바람이 불 것이다
무섭다
관성이
소진이
셀 수 없는 바람이 내 등을 떠미는 것이
더 이상 바라지 않는 인간이 되는 것이
흐를 수도 거스를 수도 없어 고여 썩는 것이
참으로 무섭게 무거운 한 해다
내몰리는 것도 나아가는 거라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 할 일은 자리에 눕는 것뿐이다
태초부터 누워있던 것들이라
일어섰다 해도 백 년을 채 걷지 못하는데
다시금 눕는 것은 왜
하나둘셋을 백번 세어도 시도조차 어려운 건지
고양이의 심장 소리 강아지의 스치는 꼬리
하얗게 우는 파도와
그 위에 떨어져 깨지는 별들과
빛과 소리를 쪼개는 나뭇잎들과
가물고 젖어 드는 것들이 내지르는 침묵을
모두 다 뒤로하고
해가 가라앉는다
밤으로 메말라가는 실낱같은 노을을 보며
내일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