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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Jun 14. 2023

약이 되는 칭찬, 습관과 정체성

서로의 성장을 기록하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습관 형성과 정체성을 연결시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런 것을 원하는 사람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집중하며
정체성 중심의 습관을 형성하라



 인간이 가진 어느 한 특성에만 한계를 두는 정체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하나의 인격체가 가진 모든 요소의 성장을 정체성 형성으로 이야기한다. 삶의 변화를 위해 결과적 변화가 아니라 정체성 중심의 변화를 중요시한다. 어떤 삶을 추구하여야 하는지에 기준을 세우고 변화를 위해 작은 성공들을 쌓아 습관화시키라 한다.


결과보다 자신이 가진 가치, 원칙, 정체성을 순환시켜야 하고 어떤 결과를 얻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는 것'에 초점을 두라 한다. 제임스 클리어는 내게 일침을 가한다. 반성에도 질이 있다. 저자는 나에게 흐트러진 정체성을 확립하고 주변을 돌아보라 한다.


 책을 읽다가 좋은 글귀가 있으면 적고 생각하고 되뇌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을 해준다. 읽을수록 나를 먼저 세우기 위해 반복하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고 나는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 고민한다. 완성되어야 하는 삶을 살며 인생 중반을 향해감에도 배움은 쉴 수 없다.


그동안 아이의 나은 성장을 위해 나의 어린 시절을 지겹도록 돌아보고 반성하고 있다. 기록된 성장 필름을 닳도록 돌려보는 기분이다. 나는 솔직히 어릴 땐 시간에 떠밀려서 살았다. 그 시절의 소중함을 모르고 학생의 삶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몰랐다. 살아지는 대로 살았다.


무가치했다는 건 아니지만 내 의지로 힘껏 살지 못했고 열정 없는 삶이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결과만을 바랐을 뿐, 적절한 습관을 형성하고 더 확대시켜 탄탄히 해야 하는 과정을 집중하지 못했다. 내 아이가 시행착오 없는 실패로 결과만 바라는 모순된 사람이 되게 할 수 없다.



 아이의 자기 주도적 실천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코칭이 적절한지 살피고 아이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관찰한다. 아이와 나누는 교환일기는 하루 중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칭찬의 말이 생각날 때 쓴다. 이번에는 아이의 과제 수행을 두고 해주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큰아이는 자유 주제로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과제를 받고 머리에 스토리보드를 전개했다. 사정이 생겨 한차례 주제는 변경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번뜩이며 아이디어가 솟았단다. 조원 선정과 역할 분담, 소품 구성 등 어떻게 영상을 제작할지 혼자 흥분하길래 진정시켰다. 조원이 함께 해야 할 상황에서 혼자 들떠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 조원들과 충분한 상의를 하고 큰 트러블 없이 마무리되길 응원했다.


 

교환일기에 아이가 가진 기획력을 칭찬했다. "너는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방향을 결정하고, 전략을 짜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기획력이 훌륭한 사람이야."라고. 그간 과제 수행으로 몇 차례 PPT 만드는 과정도 지켜보았다. 주제를 정하고 조원들과 소통하며 만들어 가는 시간에 누구보다 열심히였다.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나는 교환일기를 적다가 자문했다. 내가 아이의 성장을 돕기 위해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지 않았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다면, 교환일기로 소통하지 않았다면. 아이에게 말보다 무게감 있는 글로 내 진심을 전하고 아이를 격려할 수 있었을까? 의미 있는 기록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을까? 본질을 헤치지 않으면서 매일의 성취를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말은 가볍다. 누구나 잘 포장해서 뱉는 말은 쉽다. 휘발성이 강하고 감추기 쉽다. 경청의 중요성과 자세를 알려주었지만 정작 나는 반대일 때가 있다. 귀만 열어 둔다고 경청이 아니다. 마음으로도 받아들일 때 잔소리가 아니라 조언과 대화로 이어지는 가치를 낳는다. 아이의 하루를 흘려버리지 않고 글로 담아 기록한다. 그러면서 아이가 한 행동이나 말, 플래너 항목을 보면서 적절한 피드백을 남긴다.


 정체성은 성장 과정 전반을 통해 만들어진다. 일부 성장 요소를 제외하고 인생 전반의 큰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이 어떤 신념이나 가치를 가지고 지향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 후 비로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시시때때로 조절해 가며 스스로를 나은 방향으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게 된다.

아이에게 마음전하기 by 지예

 

 나는 내가 지키고자 하는 신념과 가치는 추구하되 인지를 통한 확장성이 부족했다. 방법을 몰라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이 너무 나약했다. 아이들에게 대물림되면 안 된다는 강한 의지가 생겨 나를 변화하고자 책을 탐독한다. 나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채우기 위한 길을 찾다가 아이에게 말했다.


"나는 OO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했어. 그렇다고 내 삶을 살지 않는 건 아니야. 지금껏 너희들을 낳아 키우며 나는 괜찮은 사람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온 거야. 그 과정이 무척 필요했고 해야만 했어. 꽤 괜찮은 엄마, 괜찮은 어른, 그나마 나은 사람.


살다가 몇 번은 '좋은 엄마라는 느낌이 와요'라는 말을 타인에게 직접 듣게 되어 만족스러워. 되어 가는 중이라 목표에 언제 도달할지는 모르겠어.


나중에 너희들이 나이 들어 시간을 돌아볼 때, '우리 엄마,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인생 조언도 받고 배울 점이 있어서 꽤 괜찮았어.'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야."


내가 꿈꾸는 정체성을 하나씩 달성해 나가고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오늘을 살아가되 어떤 마음으로 어떠한 미래를 노력으로 얻기 위해 살지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 수업 태도를 교과서에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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