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예 Nov 07. 2023

아이들의 현실을 채운다.

꿈이 아팠다. 아이가 나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엄마가 괜찮을 거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아이는 내가 숨은 곳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아이 표정에 가슴이 조여들고 목이 메었다.


우리 엄마 괜찮은 거죠?


꼭 쥔 두 주먹은 그렇다는 대답을 듣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다는 표현이었다. 나는 아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끌어안고 토닥이며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음에 오히려 마음을 놓았다.


문 밖에서는 남편과 딸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위태로웠다. 순간 아이와 함께했던, 가족의 소중했던 시간들이 빠르게 스쳤다. 마음이 너무 아파 아이를 바투 안으며 눈을 꼭 감았다가 떴다. 꿈에서 깨어났다.


이른 아침이었다. 상체를 세워 멍하니 있는데 눈물이 흘렀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꿈이라 다행이다.


아이들 방을 다니며 여전히 어둠이 머무는 시각에 잠자리를 살폈다. 이불을 걷어차고 엎드려 자는 아들을 바로 눕혔다. 이불을 덮어주며 조용히 말했다.


아들, 사랑해. 엄마가 많이 사랑해. 고마워.


잠결에 내 목소리를 듣고는 미약하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조차 사랑스러워 볼에 뽀뽀를 해주고 물끄러미 쳐다봤다.

Image by Pexels from Pixabay



평소보다 이르긴 해도 주방을 밝히고 분주한 공간에서 소리를 죽였다. 감기와 기관지염으로 고생 중인 아들이라 반찬 냉기를 거두려 꺼냈다. 기온이 급감한 아침에 속을 뜨끈히 채워 등교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란국을 끓였다.


새벽밥 짓느라 돌아가는 압력 밥솥 추 소리는 나의 현실을 매일 깨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안정감 있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의 역할을 말이다.


딸이 일어나 아침밥 하는 내게 다가와 뒤에서 안아줬다. 잠긴 목소리에 다 떠지지도 않는 눈이 귀엽다. 잘 잤느냐는 딸의 인사에 기운을 얻는다. 세수를 하고도 비척거리며 수행평가 준비를 위해 책상으로 다가가는 자발성을 격려했다.


약 먹는 시간 때문에 아들을 깨웠다. 내가 많이 잤어? 엄마 물 좀 줘. 꿈의 여파가 크다. 목소리를 듣는데 또 마음이 저렸다. 발을 맞춰 걸어 나오며 잠이 깨도록 장난을 쳤다. 아들이 배시시 웃으며 받아준다. 그제야 마음이 풀렸다.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코로나 시기가 오히려 평화로웠다 착각할 정도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 더 아픈 요즘에 내 마음의 심지를 더  단단히 해야 함을 안다.


아이들의 건강한 현실을 채우는 존재로 살기가 평범하면서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주어진 환경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무엇이든 양면이 있음을 인지시키고 최대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한다.


평가를 앞두고 응원을 바라며 나서는 딸이나 오늘 수업을 궁금해하며 인사하는 아들은 내 하루가 허투루 흐르지 않도록 잡아준다. 그들의 현실에 동화되어 살고 있음이 너무나도 소중히 다가오는 아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약이 되는 칭찬, 습관과 정체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