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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Apr 30. 2024

여기, 학폭 하나요.

  보이지 않는 정신적 폭력에 내 아이가 죽어간다. 상대는 장애인이 아니라 사회성 지진(혹은 부진)아다. 도움이 많이 필요하면서 사회성 발달이 극히 느린 아이의 집착과 스토킹. 사람과의 친밀감에 거리를 둘 줄 몰라서 하는 행위라고 들었다. 두 분의 담임이 고생 중이시다. 교육자이기에 개선과 교육, 교정을 위해 양측을 다 고려하셔서 분리, 거리두기에 신경을 써주신다.     


그럼에도 내 아이가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면, 부모로서 심장이 내려앉는다. 상대방에게 입에 담아본 적도 없는 극악한 표현을 모조리 긁어다가 다 퍼부어주고 싶다. 그러나 내 아이를 지켜야 할 절대적인 마음을 세운다. 무너지면 안 된다. 감정을 무모하게 앞세워 함부로 드러내도 안된다. 목에 걸린 칼날 같더라도 뱉어지려는 말을 구겨 삼킨다. 이성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한다.          


2024년 3월 1일로 시행 중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을 읽었다. 법 내용에서 ‘장애’라고 검색하면 총 14번 언급된 몇 개의 조항이 나온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학폭예방법 관련링크


제16조의2에서는 장애 학생의 보호와 관련된 조항들이 있다. 여기에 장애 학생이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된 상황에 대해 약간 언급이 된다. 그들은 특수교육 전문가나 장애인 전문가의 의견을 도움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다. 여전히 절대 장애 학생 보호에 대한 말만 나온다.     


제17조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13항에는 ‘피해 학생이 장애 학생일 경우 장애 인식개선 교육 내용을 포함하여야 한다’로 요약될 뿐이다.     


제2조(정의) 5. “장애 학생”이란 신체적ㆍ정신적ㆍ지적 장애 등으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5조에서 규정하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말한다.      


    




대화 몇 마디 나눠 보면 비장애인과 차별되는 점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 그러나 사회성 발달이 극히 늦을 뿐 특수학급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장애 학생이 아니다. 사회성 부진(혹은 지진) 아이로 인한 피해는 비장애인의 피해와 같은 선에 두고 판단하기가 무척 애매하다. 그렇다고 장애아 범주에서 보호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법률에 장애인의 가해에 대한 비장애인의 피해 조치 내용은 없다.     


나는 작년부터 학교 폭력 관련 자료 검색과 필수 교육을 통해 해안을 찾으려 했다. 질문을 했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민감한 사항이라 조심스럽다며 강사는 두루뭉술하게만 말했다. 새 학기 한 달을 지켜보다가 이슈가 발생한 순간, 담임에게 바로 도움을 요청했다. 작년부터 있었던 일들을 서면으로 제출했고 즉각적인 상담과 조치가 이루어졌다. 아이는 학교에서 벌벌 떨며 생활할 수 없고 무서워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했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아이라서 급박하게 담임과 가정이 협력해야 했다.      


                   

Image by ShonEjai from Pixabay



담임들의 도움에 기댄다. 미성숙한 성장기 아이들의 갈등과 해결이라는 과정이 지난하지 않길 바란다. 인내하는 내 아이가 폭발하여 가해자가 되지 않길 바란다. 학교장 자체 해결제도 무섭다. 피해자를 더 힘겹게 하는 심의위원회는 절대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최악을 생각하며 검색을 거듭했다. 마침 법무법인 세륜에서 올려놓은 글을 찾았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를 목적으로 하기에, 사실 가해 학생이 장애 학생이라고 해도 감경을 받도록 하는 별도의 규정은 없습니] 이 한 줄은 내게 희망 같았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러나 이것 또한 희망적이지는 않다. 장애 학생 보호가 우선되어야 하나 보다. [그러나 ... 특수교육 관련 전문가를 참석하게 하여 가해행위에 대해 해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해행위를 소명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 가해 행동의 동기와 의도가 장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해당 법률 제16조의2가 장애 학생에겐 아주 든든한 바탕이 되어 준다는 말이다. ‘심신미약’은 가해자에게 유리하도록 법을 주무르는 마법 같다. 정작 장애의 범위에 들지도 않는 사회성 부진(혹은 지진) 아이로 인해 피해받는 아이는 심신 미약 상태가 되어 간다. 불안에 몸을 떨고 뜬금없이 울컥하는 제 자식을 보는 순간은 고통이다. 일상이 일그러진다.     






작년, 내 아이가 보인 책임감과 배려가 먹잇감이었다. 상대 아이는 관심과 친밀감으로 받아들이면서 스토킹이 시작되었다. 아이는 본인 교실 이외의 장소에서 언제 상대와 만날지 모를 불안에 놓여있다. 담임의 지도로 반 친구들도 내 아이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그간 쌓인 정서적 괴롭힘이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되었고 밤에 잠이 들려다가 울기도 한다. 괜찮아질거라는 말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아이는 괴로운 성장통과 싸우는 중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내 아이들은 모난 돌로 자라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좋은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하며 아이 마음과 생각을 잘 키우고 있노라 자부했다. 여전히 회복 탄력성을 비롯한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데 에너지를 쓴다. 상처와 갈등이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부모로 할 수 있는 도움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커버사진 : by Tom und Nicki Löschne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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