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예 May 11. 2024

엄마, 왜 그렇게 말을 하는 걸까?

상처 받은 만7세의 기분은 복잡하다.

아이는 저녁을 먹기 전에 친구 부름에 나가 놀았다. 두 시간이면 실컷 놀았다 싶어 데리러 나갔다.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반겨서 다행이었다. 할 이야기가 많다. 종알종알 무엇을 했는지 말해주는 아이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러다 아이가 골몰한다 싶은 순간, 내가 도와주어야 할 상황이 생겼음을 알았다.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상대가 무슨 말을 했기에 만 7세의 고민이 깊어진 걸까 궁금했다.


"엄마, 걔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


아이는 본인이 왜소하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강점을 찾을 줄 안다. 흔히들 하는 그릇된 비교로 상대를 폄하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상대방은 내 기분을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하느냐며 말을 조심히 한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 자전거를 못 타는 게 무슨 상관이지?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아느냐 물어서 못 탄다 했거든. 그러니까 걔가 '너는 그림만 잘 그리고 자전거는 못 타는 거야?'하잖아. 그 말에 내가 기분이 나쁘다거나 짜증이 난건 아닌데 기분이 뭐랄까... 좀... 불편했어."


이튿날에도 친구 부름에 나갔다. 비슷한 시간 동안 놀고 이제 들어오겠다 싶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마중을 나갔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이의 울음이 터졌다. 쌓인 게 이제 드러났구나 싶어 말을 들어주었다.


"다른 친구 두 명이 더 왔는데. 마음대로 게임 규칙을 바꾸고 나한테는 말도 안 하고 내가 술래인데 자기들끼리만 게임하고 나는 못하게 하고. 나더러 '쟤는 못해. 그래서 안 돼'라면서 무시하잖아. 밧줄 오르다가 손도 아프니까 더 신경질이 나서 나 간다고 하고 그냥 왔어."


목청을 꾹꾹 눌러가며 해야 할 말을 다 한다. 잔뜩 구겨진 표정과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에 아이 감정을 읽었다. 현관에 신발도 벗지 않고 걸 터 앉아 뻗치는 화를 온몸으로 뿜어냈다. 안쓰러울 만큼이나.


한참을 같이 있었다. 그랬구나~라면서 말을 들어주고 가벼운 스킨십으로 마음이 진정되길 도왔다. 물 놀이로 마음을 달래고 싶다는 요구에 응했다. 씻고 나오길 기다리면서 감정 관련 책을 펼쳤다.


#파스텔하우스 #감정에이름을붙여봐


아이가 당장 느끼는 마음을 단어로 정의하고 싶어 할 때, 자기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싶어 할 때 돕기 위해 자주 펼치는 책이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풀어 놓은 글이지만 전연령 도서다. 상황에 맞게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을 정리하고 익히려는 양육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라서 가까이 두고 본다.


이번 일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을 정리하면서 적당한 감정 단어를 찾았다. 아이는 일방적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서러웠고 억울했다. 먼저 찾아와서 같이 놀자 했던 친구에 대한 실망감에 몸서리쳤다.


책 속 그림과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아이가 겪었던 일을 대입해 설명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고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말했다. 다 풀어지지 않았기에 비속어로 감정을 표출했다. 나는 아이에게 다소 단호하게 반응하며 바른 말로 감정을 다듬을 수 있게 알려줬다.


이후 아이들과의 어울림은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혼자 지낼 수 없는 사회이지만 그렇다고 끌려다니며 억지로 어울릴 필요는 없으니까. 불편한 상황은 피하는 것도 방법이며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음도 말했다.






아이들이 여러 상황으로 마음을 다쳐서 들어오는 날이면 어김없는 환청이 들려온다.


네가 뭘 잘못했나 보네. 그렇지 않고 걔가 그러겠어?



화가 나고 억울한 내 상황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던 어른들. 그래, 철없는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라 가볍게 여겼을 거라 이해해 본다. 그럼에도 왜, 내 편에서 잠시라도 말을 들어주지 않고 가족인 내가 아니라 생판 남을 걱정했던 이유가 뭘까? 잊히지 않는 당시가 떠오를 때면 너무나 서럽던 감정도 부유한다. 그들이 생각한 낳은 책임과 내가 깨달은 의미에 괴리가 크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에서 내외부로부터 받는 자극을 억지로 막지는 않는다. 다양한 요인들로 일어나는 긍 부정적인 반응을 적절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도록 한다. 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바르게 키우고자 하는 욕심에서 아이들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둘째 아이는 성장이 느려서 그 속도에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 남자아이들과 성향이 달라 내 아이의 마음과 맞지 않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거친 활동이나 말은 섞이지 않고 어울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이를 향해 던져지는 철없는 언행에 내 아이만 힘들어한다. 외부 자극에 마음 탄성이 견고해지기보단 늘어나고 꼬인다. 만 7세의 성장이 중학생 마음 성장만큼이나 힘겨워 보인다.




*main Image - by rein schoondorp from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여기, 학폭 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