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끝은 닙이 상상한 것보다 더 위험한 곳이었어. 닙이 꿈꾸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기도 했고.
오랜만에 생각이 많이드는 그림책을 읽었다. 제목으로 짐작해 성공의 상징성으로 여기며 가볍게 펼쳤다. 예상과 달리 가족과 어른의 역할, 아이가 살아갈 사회의 여러 요소 등이 무수히 떠올랐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나고 자란 주인공 닙의 소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닙은 태어나면서 적응해오던 세상과 환경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는 어른 쥐들을 통해 미지 공간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며 내면의 무한한 상상력이 자극받았기 때문이다.
먹이를 구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며 닙은 독립된 공간의 필요를 가진다. 우리 청소년들이 자립하기 위해 어른들과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는 시기가 닙에게 투영된다. 닙은 사촌들로부터 방해를 받고 이대로 괜찮은지 고민한다. 결국에는 새로운 것을 갈구하며 본격적인 세상 밖 발돋움을 선언한다.
이야기로만 듣고 간접 경험에 머물러 있었던 닙은 자신만의 세계를 찾기 위해 무모하다고 여겨지는 여정을 떠난다. 그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다. 험난한 고난도 있고 새로운 만남도 이어가며 원하는 터널의 끝을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른 채 계속 나아간다.
이야기 속 쥐들이 사는 플랫폼마다 이름이 있다. 이는 사회적 소속감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들여다보게 했다. 우리가 처음 느끼는 소속감이란 가족이라는 형태의 울타리뿐이다. 그러나 모두가 안정감을 가지지는 않는다. 출발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기 마련이다. 주어진 조직과 문화에 소속되어 순응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자기 세계를 구축한다.
우리는 비슷하거나 같은 환경이라도 자기 삶의 가치로 인해 다른 시각을 가진다. 안정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가는 사람이 있다. 보통은 어느 정도 목표한 안정감을 느낀다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정이라는 것을 찾지 못할 때는 포기하고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닙은 계획을 실행에 옮겨 드디어 터널 밖으로 나오는 목표를 이룬다. 그러나 새롭게 만든 울타리는 결코 안정감만 있지는 않다. 주인공의 지난한 여정으로 작가 바버라 레이드가 전하려는 말은 ‘변화 속에서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중 삶에 있어 가장 우선되고 지속되어야 할 요소는 ‘희망’이다. 막연함과 두려움이 존재할지라도 자신과 환경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용기는 희망이 전제되어야 한다. 용기를 내 도전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을 보장받을 수 있다. 계획한 일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지금 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신뢰를 쌓게 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자신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 단단함을 얻는다.
닙은 어른 쥐들에게 전해 받은 배움과 본인 경험을 아이들에게 전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새끼 생쥐들이 저만의 세상을 꿈꾸며 자라도록 자극하며 돕는다. 이야기는 엄마와 어른으로 계속 자라고 있는 내가 유지하고 잃지 않아야 할 것들을 상기시킨다. 작가와 닙이 전하려는 ‘살아갈 가치’의 긍정성이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