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나기에서 카즈베기로 이동 중에 만난 아나 누리 성채는 진발리 호수 위에 멋진 포즈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곳은 두 개의 성과 하나의 교회가 서로 연결되어있으면서 건물 전체를 성벽이 에워싸고 있는 형태로 네 귀퉁이에 망루가 솟아있는 것으로 보아 요새의 역할도 한 듯했다. 진발리 호수는 소비에트 시절 Aragvi강을 막아 댐을 만든 인공호수지만, 고운 물빛이 빛났고 그위에 멋지게 버티고 있는 아나누리성채와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진발리 호수위의 아나누리 성채 / 성당외벽의 조각
멋진 모습에 핑크핑크한 러브라인의 얘기들이 나올 것 같지만 사실 아나누리 성채는 비극의 역사가 함께 얽혀있었다. 사실 아나누리 성채는 16~17세기에 이 지역을 통치하던 봉건 영주 아라그비가문에 의해 세워졌는데 아라그비 백작 가문은 인근에 있는 샨스세 공작 가문과 대를 이어 철천지 원수지간이자 모든 일에 경쟁 관계였다. 그러던 중 1739년 샨스세 가문이 아라그비 백작 가문을 몰살하고 성을 차지하였다. 하지만, 4년 후 농민들의 반란으로 샨스세 공작 가문이 몰살당하고 테무라즈 2세가 이 성채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는 얘기다. 결국 테무라즈 2세도 또 다른 농민반란으로 몰살이 되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얘기도 생각나지만, 결론은 피로 물든인 역사가 깃들여져 있는 것이다.
아나누리 성채로 가는 길에는 전통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거나 전통적인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모자를 하나 구입해서 여행 내내 쓰고 다녔다. 또한, 가죽케이스에 넣은 술병과 술잔세트도 구입해서 지인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가장 눈에 갔던 것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들이 사용했을 것만 같은 칼들을 팔고 있었는데 사고 싶었지만, 휴대품에 걸리지 않을까? 앞으로 계속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때문에 포기하였다.
아나누리 성채 안으로 들어서면 성당의 외부벽면에 조각된 문양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곳도 어김없이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 했기 때문에 성당 입구에 비치된 치마를 두르고 입장을 해야 한다.
번거롭기도 하고 계속되는 성당 투어는 지겹기도 해서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니 종탑을 배경으로 너도나도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긴, 종탑의 전경이 제일 좋다고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서 나도 덩달아 한 장을 찍었지만 모델이 션찮아서 그런지 멋진 사진이 나오지는 않았다.
카즈베기로 가는 길은 흡사 스위스 길을 드라이브하는 듯했다.
넓은 초원, 초원 속에 피어있는 하얀 이름 모를 꽃, 간간이 보이는 리프트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곳에 있는 작은 빨간 지붕... 스위스의 작은 시골 동네를 연상하게 된다.
카즈베기로 가는길의 풍경
꿀이닷! 나 꿀사야돼~
차는 달리고 있는데 누군가 소리친다. 창 밖으로 나무로 만든 작은 가판대에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꿀을 팔고 있는 것을 누가 본 모양이다. 그 소리에 차에 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꿀사야 한다면서 차장한테 '스톱, 스톱'을 외쳐댄다. 당연히, 차는 세워질리 없고 중간중간에 있는 꿀 가판대들을 그대로 지나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꿀 가판대를 지나자마자 차가 주유를 해야 한다면서 주유소로 들어가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 그 옆에 있는 꿀 가판대로 달려간다. 꿀은 용기에 담긴 것도 있지만 벌집을 그대로 팔고 있는 것도 있었는데 주인이 지금 따온 벌집이라면서 맛보라고 조금씩 떼어 주는데 그 맛이 기막히다. 이곳이 꿀이 유명한가?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지만 꿀맛은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1통이 1kg으로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가격이라 한국에서도 별로 없다는 밤꿀 2통을 사버리고 말았다. 꿀을 살 때는 미처 몰랐다. 그 꿀의 무게가 내 짐의 무게에 얼마나 좌우를 하는지를...결론적으로 나는 2킬로의 꿀을 짊어지고 그 후로도 20일간을 더 여행을 할 동안 버리고 싶을 때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