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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Apr 14. 2021

느긋한 카슈가르의 하루

중국 본토와는다른 분위기, 다른 민족 신장 위구르의 카슈가르

중국의 55개 공식 소수민족 중 하나인 위구르족은 이슬람교를 믿는 투르크계 유목민족이다. 언어와 문화, 종교, 역사는 물론 외모적으로도 다른 민족들에 비해 한족(漢族)과는 크게 다르다. 알려져 있다시피 위구르인들은 오래전부터 독립 또는 진정한 자치를 요구해 중국 당국과 자주 마찰을 빚어왔고 최근에는 유혈사태도 많이 발생하는 등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소수민족 관련 현안들 중 항상 `뜨거운 감자`다.


현재 위구르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카슈가르는 실크로드를 직선으로 지나가는 위치이며 아프가니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등 4개 국가와 접한 도시로 고대 실크로드 때부터 굉장히 유서 깊은 도시였다.


'죽음의 사막'이라 불리는 타클라마칸 사막투어를 갈 수도 있으나, 오가는 길에 검문소도 많고 다녀온 사람들의 평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을 들어 카슈가르 시내를 살살 돌아다녀보기로 하고 오전 느지막하게 호텔 문을 나섰다. 중국과의 분쟁으로 잦은 마찰을 빚고 있어 신장 위구르 지역으로 들어올 때부터 검문검색이 상당히 많았기에 돌아다니기가 살짝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버스를 타고 그리 멀지 않은 아바크 호자의 묘(Abakh Hoja Tomb)를 찾았다.  

규모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정원은 잘 가꾸어져 있었다. 정원 끝에 녹색 원형의 아치 지붕이 보이고 그곳으로 가로질러 가다 보니  강렬한 햇살에 녹색 아치 지붕이 반짝이는 모습이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아바크 호자의 묘(Abakh Hoja Tomb)  
이슬람교 백산파의 수장 아바크 호자와 그의 가족들이 묻혀있는 곳으로 전형적인 이슬람식 고묘 건축 예술에 따라 1640년 전후에 지어졌다. 건물의 대청 안의 테라스에는 향비 가족 5대 72명의 크고 작은 58개 무덤이 놓여 있다. 무덤은 모두 남색 유리벽돌로 쌓여있으며 묘의 좌측에는 두 개의 정교한 이슬람 예배당이 있다.


아바크 호자의 묘(Abakh Hoja Tomb)


시내로 나가는 버스 속은 뜨거운 날씨에 사람들로 꽉 차있어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머리 위에 온도계는 45.5도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숫자에 온도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조차 궁금해졌다. 


카슈가르는 향비묘(=아바크 호자의 묘)를 제외하고는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드카 모스크 맞은편에 올드시티게이트가 있고, 올드타운을 다 돌러보고 나오면 국제시장 뒤로 선데이 마켓이 나온다. 

걸어서 올드시티 게이트로 들어가면 안에는 이런저런 먹을만한 식당들도 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많다.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들, 벽에 걸려있는 멋진 그림의 양탄자, 화려한 색상의 전통의상들, 전통악기를 수리하는 상인 등 역시 로컬 바자르는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카슈가르의 바자르는 중국 본토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나에게 다가왔고, 위구르족과 한족의 다른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올드타운은 저녁 8시부터 문을 닫기 시작하여 9시쯤에는 모두 문을 닫는다.  외곽으로 조명이 들어와서 야간에 산책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올드시티 게이트
카슈가르 바자르 (Kashgar Baza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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