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의 중심, 그 한복판에서 이식쿨을 즐긴다.
이식쿨 호수(Lake Issky-Kul)가 있는 촐폰아타(Cholpon Ata)에 도착했다.
이식쿨 호수(Lake Issky-Kul)
길이 170km,, 폭 70km가 넘는 이식쿨 호수는 남미 티티카카 호수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지 호수이다. '뜨거운 호수'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깊은 수심과 열의 운동, 약간의 염분 때문에 1600m의 고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중앙아시아의 혹독한 겨울에도 절대 얼지 않는다.
관광책자에 의하면 한여름의 촐폰아타(Cholpon Ata)는 열기의 중심이 된다고 했다.
낮에는 사람들이 햇볕에 몸을 태우고, 제트스키가 날아다니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밤에는 야외 카페로 변해 음악이 쿵쿵거린다고...
내가 도착했을 시기가 8월 초이니 성수기였는데 책자에 나온 내용과는 다르게 동네는 조용했고 햇볕은 강력했다. 하지만, 동네의 한산함과는 다르게 숙소의 가격이나 서비스는 이곳이 현재 성수기임을 몸소 말해주듯이 주고 있는 듯했다.
이식쿨 호수에 요트투어를 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이왕이면 호수에 빠질 수 있는 옷차림과 요트에서 마실 맥주를 준비하고 오후 느지막이 숙소를 나서 선착장으로 갔다.
너무 느리게 준비했었나 보다. 근접시간에 있던 요트는 출발했고 다음 요트까지는 1시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했다. 선착장에 나와있던 사람 중에 한 명이 현재 운행되고 있는 요트 비용과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요트 임대를 제시했다. 괜찮은 가격이긴 하나 관건은 인원 모집이었다. 최소 8명의 인원을 모집해야 현재 운행 중인 요트 비용과 비슷했고 그 이하가 모집된다면 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컸다.
주변의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1시간 이상을 기다리기 힘들어하던 사람 9명이 순식간에 모집되었다.
휴~~ 우 다행이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요트는 출발했고 이식쿨 호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깊었다.
깊은 파란색을 내는 호수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뛰어들기 시작했고 파랗다 못해 검게 보이는 호수와 파란 하늘, 그리고 떠있는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황량한 산머리가 이색적이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지고 온 맥주를 마셔본다. 뜨거운 날씨에 맥주는 데워지고 있지만 맥주 한 모금 입에 물고 그냥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즐겁다.
파키스탄에서 중국의 카슈가르를 거쳐 이곳 키르기즈스탄의 촐폰아타에 도착하기까지 부르짖던 것이 시원한 맥주였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의 파키스탄에서는 술 자체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이렇듯 더운 날씨, 강렬한 햇볕에 여행하다 보면 한국에서처럼 냉동실에서 나온 잔에 따라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할 때가 있지만, 문화가 다르다고 해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요트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 중에 문을 연 식당이 보였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모두의 눈에 비친 건 생맥주를 내리는 기계의 손잡이와 수도꼭지였다.
우리는 설마 하는 눈초리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 앉아 생맥주를 시켰다.
종업원은 주문받은 맥주를 따르기 위해 냉동실에서 하얗게 얼은 맥주잔을 꺼냈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는 서로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기대하고 고대했던 그 맛을 이제야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맥주의 맛이 진하다느니... 무슨 향이 난다느니... 하는 것은 다 소용없었다.
그렇게 갈망하던 얼음잔에 담긴 맥주 한 모금을 입안에서 목 뒤로 넘길 때의 그 황홀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것이다.
호수 주변에 만들어진 자연 모래사장에서는 선착장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이식쿨 호수가 있었다.
호수 위에는 제트스키가 물살을 일으키면서 달리고 있었고,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수영과 물놀이를 하는 사람 등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식쿨 호수를 즐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