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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이작가 Aug 09. 2018

이 지하철을 꼭 타야한다.

오랜만에 겪은 출근 전쟁

잊고 있었다. 지옥철.

출근시간에 지하철은 전쟁이라는 것을

지옥철을 타고서야 알았다.


아, 이 시간엔 사람이 많았지..


꽉찬 두부처럼 사람으로 들어찬 지하철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도착 시간을 체크해둔 사람들은 매표소에서부터 뛰었고, 덩달아 뛰어내려간 역 안에는 이미 두부가 도착해있었다. 빈틈을 노리듯 다음칸, 다음칸, 걸음을 옮겼지만 틀에 꽉 들어찬 두부는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면 민폐보다 더 무서운 직장상사가 있어야 한다.


나는 조금 여유롭게 나선 터라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뭐야, 금방 오잖아?’

여유롭게 타고 출발하기를 기다렸으나, 출발을 안하는 거다. 간격 조정을 한다며 열차는 꽤 오래 정차해있었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기를 쓰고

두부를 부수려했구나’


간만에 탄 지하철은 내 기억을 되살렸다.

밀착된 공간에서 경험한 성추행, 또는 그로 오인할 만큼 확보되지 않는 앞사람과의 사전거리...


지옥철에서는 원치 않는 접촉도 감수해야한다. 사람들은 이 열차가 생애 ‘마지막처럼’ 열차 안으로 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빈혈기가 있던 시절,

지옥철에서 정신을 잃을 뻔 한 적도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사람들은 내 턱까지 들어찼고, 답답함이 느껴지더니 이내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곧 매스꺼워졌고, 그 지옥철을 홍해 가르듯 가르며 나는 주저앉아버렸다.


그래도 정의는 살아있었다. 주변에서 물티슈를 꺼내어 건냈고, 나는 물티슈로 땀을 닦으며 문이 열리자마자 탈출했다.


지하철의 비상구 표시는 꼭 탈출을 해야할 것만 같다.

무슨 역인지도 알지 못한 채 무작정 벤치에 누웠다. 체면이고 뭐고 새하애진 얼굴과 피가 돌지 않는 듯한 몸을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했다.


결국 그날 출근은 했지만, 사정을 얘기하고 반차를 썼다. 나도 참, 그대로 집으로 가도 될 것을 꾸역꾸역 출근을 또 했다. 당시 나는 막내였고, 내 아픈 모습을 보여줘야만, 아니 확인시켜줘야만 맘편히 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니 그때가 떠오르는 것이다. 점점 손끝에서부터 피가 마르는 것 같았고, 답답함이 느껴졌다.


딥브레스!!!!!!!


심호흡을 크게 하며, 주의를 사람들로 돌렸다. 가장 먼저 보이는 한 남자의 뒷통수...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정말 가깝다. 그 옆에 여자의 속옷도 보였다. 꼬질꼬질한 속옷이었더라도 다 느껴졌을 거리다.


그밖에도 뉴스를 보는 사람, 게임하는 사람, 예능보는 사람 등 거의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애초부터 휴대폰의 크기를 지옥철에서도 보도록 염두에 둔 듯, 그 짧은 공간에서도 휴대폰은 유용하다.


사람들의 목적지는 거의 같아 보였다.

특히 2호선의 환승라인을 다같이 오르는 사람들.

흡사 좀비와도 같았다. 피 냄새를 따라 의식없이 걷는 장면을 나는 좀비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같은 목적으로 비슷하게 움직인다. 별 의심없이 공장처럼 돌아가는 하루를 대게는 ‘일상’이라 부른다.


그리고 알고 있다.

일상의 루틴함은 반복될 때는 알지 못하지만,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 견고한 반복이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을.


프리랜서가 되면 직장인이 가끔 부럽다.

직장인은 프리랜서를 부러워할 테지만..


그래도 지옥철을 타고 나니,

오랜만에 내가 프리랜서인 게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휴, 숨이 쉬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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