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안다.
각각의 행복은 그 길이에 차이가 있지만,
반드시 언젠가는 끝이 난다.
계속 행복한 기분이 지속된다면,
그건 병일 확률이 높다. 아픈 것이다.
보통은 행복과 좌절이 적절한 패턴을 가지고 삶을 지배한다.
이 패턴을 알기에 너무 행복할 땐 두려웠다.
과연 이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언제쯤 끝이 날까. 이 행복의 끝엔 어떤 좌절이 기다리고 있을까. 행복의 한 가운데서 행복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그 끝을 걱정하느라 행복 속에서도 어느 정도는 불행했다.
너무 큰 행복이라서 그랬다. 난생처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내 행복은 밑천을 드러냈다.
행복의 크기만큼 불행도 컸다.
어쩌면 그렇게 무게가 같은지, 한없이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곧 바닥을 쳤다.
더이상 불행할 수 없었다.
이 세상에서 나는 가장 불행한 사람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손을 뻗을 수 없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너무 큰 불행은 입밖에 내는 것 조차 버겁다. 입을 떼기도 전에 눈물부터 차오른다.
그러나 또 인생이 그렇듯, 불행도 지나갔다.
지나갈 것을 알았고, 묵묵히 상황을 버티어냈다. 모든 상황이 끝이 났으니 행복이 찾아와야 하는데,
편안해지긴 했지만 큰 행복은 없었다.
하지만 불행해지지 않는 법을 배웠다.
누군가는 내 상황을 보고 나를 불쌍하게 여기기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라고 그래”
상관없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앞으로의 일 따위. 지옥같은 불행에서 탈출한 것만도 나에겐 다행이었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처럼 생각하면, 생각보다 인생은 심플했다.
‘그런데,
정상과 비정상은 누가 정하는 거지?’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맥주 한 잔을 할 수 있으며,
쉬는 날엔 산책도,
아무도 없는 집에서 시끄럽게 재즈를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자주 행복하다.
싸구려 옷을 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쓸 데 없는 것처럼 보여도, 옷을 살 때마다 행복하다면 얼마든지 살 것이다. 질려버린 옷은 버려버리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