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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이작가 Aug 07. 2018

캠핑(연애)의 낭만에 대하여

다녀오고 난 뒤에야 좋았음을 안다.

자갈 소리가 기억난다.

유달리 뜨거운 여름이면 캠핑장을 쏘다녔던 그때가 정확히는 그립다.


지금은 캠핑을 다니지 않는다.

한창 캠핑족으로 살던 시절,

내 곁에는 우울증을 앓던 이가 있었다.

그  곁에 있던 이는, 삶을 견디지 못하고

어느날 왕창 휴가를 쓰고 돌아왔고,

그 뜨거운 여름을 우리는 캠핑장을 쏘다니며 보냈다.


그는 틈만나면 떠나자고 나를 종용했고,

흔쾌히 ‘따라나서주는 게’ 내 도리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나쁘지 않았다

자연, 고요함, 음식, 분위기,

거의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그 순간엔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떠나기 전 유달리 챙길 것이 많았고,

캠핑 사이트에 내는 돈도 사용료 치곤 많게 느껴졌다. 화장실은 멀어서, 한번 가려면 시끄럽게 부딪히는 자갈밭을 걸으며 다른 텐트를 다 지나쳐야 했다.

‘나 지금 화장실 가요’를 대놓고 말하는 듯,



번거로웠다. 귀찮기도 했고,

땀을 뻘뻘 흘리며 텐트도 쳐야 했다.

빨래도 해야 한다.

곁에는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계곡이 있으나,

뛰어 든 후에는 젖은 옷을 말려야 했다.

빨랫줄을 걸어둘 나무 두 그루가 필요했고,

나무가 없을 땐 텐트가 건조대 역할을 했다.


그 외에 일련의 모든 것들이 세세히 기억난다.

2년 쯤 지났지만, 거의 생생하다.



그때는 그것을 여행이라 여기지 않아서

떠남을 항상 누군가를 ‘위함’으로 여겼기에

흡족하고 상쾌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그리운 거다.

‘여자 혼자 캠핑’을 검색하고 있는 내가..

아직까지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싫다고,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했던 거라고

너를 위한 일이었다고 모진 생각을 해댔는데,

사실은 나도 좋아하고 있었음을..

아직은 인정하기 창피하다.


그는 이제, 나 없이도 캠핑을 다니는 듯 했다.

나와 함께 장만한 의자, 베개, 조명,

예쁜 테이블 매트와 함께 자던 텐트까지

모조리 그의 소유가 됐다.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

그 텐트 안에서 잤을 그는

그 안에서 행복했을까.



이제는 물어볼 수 없지만,

분명 캠핑은 낭만이 있다.

힘들여서 텐트를 치고, 망치로 바닥을 내려치고,

텐트를 습격하는 고양이와 벌레퇴치제를 염두에 둬야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낮 동안 언제든 뛰어들 시원한 계곡과, 치적치적 부딪히는 자갈 소리, 밤이면 켤 수 있는 예쁜 알알이 조명과 바베큐, 체크무늬 테이블 매트, 그 위에 셋팅된 와인 한 병으로 모든 것이 상쇄된다.




집중하지 않으면 불편함만 남지만,

불편함이 삭제되면 어느새

낭만만이 남아서,

다시 캠핑에 집중하고 싶어진다.


캠핑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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