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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이작가 Aug 19. 2019

착하게 산 게 죄인가요?

단지 모범적으로 삶을 대했을 뿐인데.. 억울해.

인정한다.

나는 그동안 내 안에 무언가를 치열하게 채운 적이 없다.

몇 년씩 꿈을 향해 공부해본 적도,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한 우물을 판 적도 없다. 하다못해 아이돌 가수를 열렬히 좋아하는 것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을 존경한다. 무엇이든 퐁당 빠져서 돈이든 시간이든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된 사람들..


왜 나는 어느 것 하나에도 치열하지 않은가?


누군가 나의 꼭지를 잡고 미친 듯이 흔든다면 글쎄. 무엇이 떨어질까. 내가 쓴 글 몇 점,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짤막한 생각들, 순간순간 탐닉했던 나의 우울감. 부모에 대한 저항심... 그 정도이려나.


소소하게 행복하려 해도 내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무엇을 해야 행복하고. 무엇을 해야 확실한지.

나이를 먹을수록 나에 대해 진실하지 못했던 나를 가여워하게 된다.


나는 언제 나를 돌아볼 틈이 있었던가.

10대엔 주어진 학업에 충실했고, 20대엔 학과 공부, 간간히 연애, 영어공부.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일을 했다.


이래야 한다는 대로 살았을 뿐인데.

왜 그것은 나를 이토록 텅텅 비어있게 하는 것인가.

방황하지 않고, 착하게 산 것이 30대가 되어서 왜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인가.


놀지 않은 게 죄인가요?

죄다. 나에 대한 죄.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은 죄. 나에게 소홀한 죄. 나를 아끼지 않은 죄.


지금은 일탈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나는 꾸역꾸역. 내 가슴을 지피는 일을 꾸준히 발견해야 한다. 결코 인위적이지 않은, 진정한 기쁨. 스며오르는 찰나의 행복을 붙잡고, 그것을 기억해두어야 할 의무가 나에게는 있다.


그동안 무척이나, 나에 대해 소홀했으므로.

타인을 위한 삶은 이제 그만 살자.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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