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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이작가 Oct 06. 2020

성가셔도 가을이 좋은 이유

만추는 아직이지만,,,,

해가 깊숙이 들어온다.

가을이 이만큼 삶에 파고들었다는 신호.

가을볕은 느긋이 누워 길게 모습을 드러낸다.


한여름 내내 어떤 빛도 찾아볼 수 없던 창에

긴 햇빛 꼬리가 생기면 서늘해진 몸을 잠시 덥히는 노곤함을 그늘과 볕 사이에서 느낄 수 있다.


변덕스런 가을이 좋은 이유.

더움과 추움, 여름과 겨울 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

깨끗이 청소된 듯한 하늘을 볼 수 있고,

좋아하는 긴팔 하나 툭 걸치고, 겉옷을 입었다 벗었다 두 가지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여자가 되었다가 엄마가 되었다가

회사원도 살짝, 딸내미도 살짝,

내 삶에 걸쳐있는 수많은 것들을 때에 따라 펼쳐내야 하는

나처럼,  성가시게 구는 가을은 형광등 불빛 따위 덤비지 말라는 듯 무심히 하얀빛을 노랗게 덮는다.

온 공간이 따스해진 황홀함.

공간에 깃든 따사로움에

여름이든 겨울이든

여자든 엄마든

무엇이든 펼쳐내고 싶은 가을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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