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군분투 확장기
근 몇년간 지속된 인간관계의 번민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에 대한 인식이 뚜렷해졌다. 가까이 지내는 이들, 직장 내 위치로 인해 이는 더욱 강화되는 국면을 맞았다. 그로인해 한결 관계가 편해졌지만 동시에 그것이 나의 확장을 막고 있는 걸림막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을 더 잘 배워보기 위해 선배에게 찾아가 질문을 드린다던지, 영감을 주는 이에게 티타임을 요청한다던지, 서비스를 구매할때 조금 더 깐깐하게 살핀다던지 하는 것들이 선을 넘는다는 이름으로 나를 망설이게 했다.
이러한 기조는 내 원래 권리를 지키지 못하게 하는데까지 이르렀는데, 숙소에 먼지가 너무 많아 방을 바꿔달라는 말이 안떨어지는가 하면, 일이 너무 몰려 다른 일을 못받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일이 왕왕 일어났다.
안좋은 습관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도껏 머물다 가는일이 없었다. 처음에는 가랑비에 옷 젖듯, 무시할 수준이다가도 시나브로 젖어들어 어느샌가 나를 잠식해버리고 만다.
남에게 크게 폐를 끼치는게 아니고, 받은 만큼 베푸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선을 넘는 것은 괜찮다. 나의 선이 보수적인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선'이 사실 누군가에겐 그저 점선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주요하다.
그러니 나만의 선, 벽, 껍질을 깨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고여있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 책과 강의, 인터넷을 뒤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과 마주하며 소통함으로써 더 많은 차원의 가능성을 마주할 수 있다.
하여 내린 처방은 다음과 같다.
매일 작은 도전을 하는것.
눈치보며 망설이는 일을 알아차리고 넘어서는 것.
선이 강한 사람을 잠시 멀리하고, 선이 옅은 사람을 가까이 하는것.
거절을 두려워 않는것
매일 작은 도전을 하는것
작은 도전이란 정말 작은것부터 시작한다.
카페에서 사장님께 펜을 빌린다. 모르는 사람이 가득한 단톡에서 질문을 던진다. 회사에서 선배에게 찾아가 모르는 업무를 물어본다. 서비스를 구매하며 깐깐해보이더라도 이것저것 궁금함을 다 푼다. 조금 더 나아가서 카페에서 자주 보이는 외국인에게 말을 건다. 언어교환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혼자 바에 가서 말동무를 사귄다.
선이 옅은 사람을 가까이 하는것
돌이켜보면 선이 옅은 사람의 적극성이 거슬렸던 적은 거의 없다. 있다면 그것은 적극성이라기 보다는 이기적임에 가까웠으리라. 선을 지키며 선을 넘는 것은 분명가능하고, 상대가 된 입장에서 그리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흔쾌히 요청이 성사된다는 비밀아닌 비밀을 알고 나니 용기가 생겼다.
자신의 직무는 부지런히 배우고 빨리 써먹어야 한다며, 입사한지 이틀만에, 온선배를 찾아다니며 업무설명을 요청하는 입사동기, 빛나는 눈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기자마자 바로 컨택을 시도해 따내는 오랜 친구, 어느 대학을 진학하는게 좋은지/아이패드를 싸게 구매할수있는 이가 있는지 , 자신이 줄수있는 영어/일본어의 역량을 팔며 팔로워에게 자문을 구하는 외국인친구 등
영감을 얻을 곳은 주변에 적지않다.
거절을 두려워않는것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이 또한 누군가의 조언으로 어느정도 체득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모두가 싫은게 있다는 팩트를 쿨하게 인정하는 것.
나에게 싫은게 있듯, 상대도 싫은게 있다. 다만 서로 그게 무엇인지 처음에 모를 뿐이다.
하여 누군가 나의 싫음을 건드리면 '싫다'고 표현하면 될일이고, 또 내가 누군가의 싫음을 건드리면 '싫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면 될일이다.
그가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눈치에 미리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는 것. 또 내가 싫다는걸 표현하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것.
그저 팩트에 충실할 뿐이니 말이다. 우리는 팩트에 쿨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