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루 Dec 13. 2021

남과 함께 사는 세가지 방법

누군가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쾌적한 답변

오랜만에 책모임을 했다.


책은 요즘 화두와 많이 맞닿아 있는 알랭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아빠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책모임에는 이제 막 관계를 시작한 사람, 관계의 고비를 겪고 있는 사람, 안정기에 접어든 사람 등


관계의 다양한 단계에 있는 분들이 모여있어 참으로 다채로운 토론이 되었다.


힐링가득하고 주옥같았던 책모임에서의 화두를 몇가지 기록해본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



-맞춰주는게 아닌 맞추며 사는 것


: 온전한 개체의 사람과 사람이 한 공간에 같이 살게 되면 마찰이 생기는건 당연한 이치다.


마찰을 줄이고 싶다면 둘중 한명이 양보하거나, 둘 사이의 접점을 맞춰야 한다.


나는 후자를 지향한다. 그래서 의견을 명확히 말하려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대의 얘기를 들으려 한다.


그리고 깔끔한 이성의 눈으로 문제를 직시하고 답을 도출하려 한다.


헌데 이게 가능하려면 상대도 그래야한다.


상대도 명확히 의사전달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들을 의향이 있어야한다. 이를 나는 '대화가 된다'고 표현한다.


하여 아무리 생활습관이나 가치관이 다른 이와도 함께 지속적인 생활을 하는게 가능한 여지가 있다고 보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이 대화가 되는 것이다.


대화가 되면 많은게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다.



헌데 이게 안된다면 싸움은 반복될 거고, 이에 지치다보면 각자 생각이 많아질거다. 그때 내리게 되는 선택은 주로 관계를 그만두거나 아니면 내가 무조건적으로 맞춰주는 거다.


신기하게도 우리 엄마  아니라 다른 책모임구성원들의 엄마들도 후자로 살아왔다고 한다.


접점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고 갈등을 피하고 싶으니

그저 상대의 까다로운 기준에 본인을 맞추려고 수십년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상황에서, 몇일정도 '무조건적으로 맞춰주기'를 시도해보았다. 그리고는 한달이상은 못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위에 누가 군림하려는 것을 못견디는 것이 아니다.


 고집이 세고 기가 드센게 아니라 동등한 존중과 합리적 태도를 기대하는 것 뿐이다.




-모든 관계에는 거리가 필요하다


: 각 개체는 서로 너무 달라서 각자 고유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선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한다.


관계마다 그 거리는 다른데 아무리 가까워도 분명 거리는 필요하다.


이걸 인정하면 많은 인간관계 문제가 해결된다.



보통 인간관계에서 겪게되는 번민은 두가지다.


하나는 상대가 선을 넘어 내게 해를 줄 때, 또 하나는 상대에게 기대한 바가 충족되지 않을 때.


거리를 인지하면 물리적으로 첫번째 번민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내가 해를 주는 경우도 당연히 예방할 수 있고 말이다.


또 거리가 가까워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많아진다는 점을 인지하면 두번째 번민도 피할 수 있다.



이는 영원한 관계가 있을까?하는 내 오래된 질문에 쾌적한 답변이 되어주었다.


거리를 적당히 유지한다면 따뜻하면서 깔끔한 관계는 유지할 수 있다.


상대도 이를 알아야 하고 말이다.


어쩌면 작년 한해 많은 베프들을 잃은 까닭도 거리감에 큰 차질이 생겨서가 아닐까 한다.


옛날엔 거슬리지 않았던 친구의 모습이 점점 거슬렸던건, 그가 바뀌어서라기 보다도 그에 대한 나의 기대가 바뀌어서였으리라.


혹은 그를 더 나의 사람으로 삼고 싶은 욕심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한편 무해한 말과 행동만  딱 정도에 맞게 하는 친구들이 있다.


특히 친하다고 느끼진 않았지만 단한번도 거슬리지 않았던 이들이 어쩌면 가장 오래 알고지낼 수 있는 이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이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내 욕구를 특히 조심한다면 말이다.



너무 가까워지면 내가 가시에 찔릴 수 도 있다는 사실과


그에게 기대하는 바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적당히 거리를 두는것, 그리고 관계에 크게 집중하지 않는게 많은 문제로 부터 해방을 가져다 준다.




-서로를 바라보기 보다는 같은 곳을 바라보기


: 서로가 각자의 목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일 때 참으로 로맨틱함을 느끼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숨막힘을 느끼는 것 같다.


그의 사소한 모든게 시야에 들어온 이상 안맞는게 보일 수 밖에 없다.



모든관계는 언제나 맞는 부분보다 안맞는 부분이 훨씬 많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게 그렇게나 말이 안되는 거다.


허니 이 어려운일을 계속하고 싶다면 상대에게 적당히 관심을 끄는게 도움이 된다.



수많은 안맞는 부분에 집중하며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그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이 걸어가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


함께 걸을 때 방향과 속도가 같은지, 거슬리는건 없는지  


이렇게 큰 틀에서 서로를 의식하는게 관계에 도움이 된다.


우리의 인생은 옆에 있는 사람만으로 구성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희생없이도


각자 인생을 잘 살아내면서 동시에 옆을 지켜주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명은 인간에게 과연 이롭기만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