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들송날송

아직 나는 시행착오 중이다. 심리 상담을 마치고 나서 한동안은 정말 평온해졌다고 믿었다. 이제 괜찮아졌구나, 다 정리됐구나 싶었는데 여전히 문득문득 이유 없는 화가 차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예전처럼 덮어두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왜 화가 나지? 이건 분노일까, 불안일까, 아니면 외로움일까. 정답을 꼭 찾지 못해도 괜찮다. 적어도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들여다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예전의 나와는 조금 달라졌으니까.


경제적인 계획도 마찬가지다. 연말 시즌이 되자 예상치 못한 지출들이 겹치면서 차곡차곡 세워두었던 계획이 흐트러졌다. 그래도 예전처럼 자책부터 하지는 않는다. 그래, 무너질 수도 있지. 다시 일어나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은 매일 루틴을 완벽하게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한번 무너져도 다시 시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나는 그 말을 꽤 오래 곱씹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다.


사랑에 다시 무너질 수도 있고,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 또 한 번 상처받을 수도 있다. 경제적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뚜벅뚜벅 걸어갈테니까. 뚜벅뚜벅 살아갈테니까.


'혼자 살아갈 결심' 을 쓰며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던 것 같다. 혼자 살아간다는 건 완벽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이라는 것.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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