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개팅과 모임을 다 차단하고 혼자 살아갈 준비를 하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나는 다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혼자 서는 법을 배우자”고 마음먹고 있었던 그 시기에, 연애가 찾아왔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올인했을지도 모른다. 상대의 기분을 최우선으로 두고, 내 하루의 무게 중심을 상대에게 맞추고, 조금만 불안해도 “나 때문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그런 연애.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다르다. 편안한 사람이 생겼는데, 나는 예전처럼 그 사람에게 나를 몽땅 내어주고 있지 않다. 좋아하는 마음은 크지만, 내 생활과 감정의 중심은 여전히 ‘나’에게 있다. 그의 감정이 흔들리면 “내 잘못인가?”가 아니라 “그 사람도 그런 날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그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 것이니 내 기분에 영향을 미치게 하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은 즐겁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그대로 소중하다. 그를 만났기 때문에 내 루틴이 무너지지도 않고, 그의 말투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로 인해 하루 기분이 좌우되지도 않는다.
연애를 하면서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그대로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내 계획을 세우고, 내 속도로 삶을 채워간다. 이전의 나는 연애를 시작하면 내 하루를 상대에게 일임하곤 했다. 상대의 기분을 읽고 맞추느라 내 감정은 늘 뒤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서 나를 잃을 필요는 없다는 것. 뒤늦게 힘들게 만난 인연인지라 그가 나와 같이 걸어가 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의 다리가 내 다리가 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번 연애를 하면서도 나에게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고 있다.
내 일상의 중심을 스스로 지킬 것
상대의 기분에 내 감정을 휘둘리게 하지 말 것
관계 안에서도 '내 속도’를 잃지 않을 것
누군가를 사랑해도, 나를 먼저 사랑할 것
나는 이제 알았다. 좋은 연애란 함께 있을 때 더 좋고,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 두 명이 만나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이번 연애에서 나는 “그를 사랑하느라 나를 잃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아서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