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친해지기

by 들송날송

나는 오랫동안 나 자신에게만큼은 유독 가혹했다. 남이 나에게 잘못한 건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단박에 넘기면서도, 내가 남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면 머릿속에서 욕부터 튀어나왔다.


“모자란 년.”
“멍청한 년.”
“왜 이딴 실수를 했을까.”


남들 앞에서는 늘 온순하고 차분한 척 굴면서, 정작 나에게는 무자비했다. 그러다 보니 서서히 나를 혐오하게 되었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부끄럽고 숨고 싶은 사람이 되어갔다.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실수를 하지 않으려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고, 일상은 늘 경직된 채로 흘러갔다.


쉬는 날이면 항상 나는 지쳐서 침대에 누워있게 되었고, 이 상태로는 내가 내 밥벌이를 평생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친구 소개로 받아본 심리 상담을 통해 문득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나 무서워하던 일들 대부분은 현실로 일어나지도 않았다는 걸. 그리고 생각해보면, 내가 인생에서 실제로 그렇게까지 혼나본 적이 있었던가? 맞지도 않을 매를 혼자 상상하며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습관적인 자기비난을 끊어보자.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내 안에서 또다시 비난의 목소리가 들리면,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어쩌라고?”
“어쩌라고, 진짜? 나보고 어쩌라고?”


신기하게도 효과가 있었다. 비난의 칼날이 나를 향해 날아오려는 순간, 그 칼을 살짝 비틀어 옆으로 흘려보내는 기분이었다. 대신 실제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다면, 겉으로는 충분한 예의를 갖춰 사과했다. 하지만 ‘나를 때려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습관’은 멈추기로 했다.


무엇보다 큰 도움은 러닝이었다. 런데이라는 어플의 가이드에 따라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뛰다 보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잡생각과 불안이 발걸음의 리듬에 맞춰 하나씩 비워졌다.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있을지 모르지만, 그 문제를 들고 있는 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나를 혼내기 바빴다면, 요즘은 하루 중 조금이라도 나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다. 조금 늦었지만 나와 친해지니 생활이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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