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제 스케쥴 다시 짜기

by 들송날송

혼자 살아갈 준비를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미래의 나와 지금의 내가 공평하게 월급을 나눠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나는 미래 계획을 스스로 세운 적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아직 만나지도 못한 ‘배우자’에게 그 역할을 위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언젠가 등장할 누군가가 알아서 우리 둘의 삶을 설계해줄 거라는 근거 없는 낭만을 품고 살았다.


물론 나름대로 저축은 했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예금·적금에 넣으며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저축’이었지 능동적인 경제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떤 목표도, 어떤 전략도 없이 그저 자동이체에 맡겨둔 돈들이었다.


가끔 운 좋게 주식에서 수익이 나면 그게 순전히 내 실력인 양 으스댔다. 하지만 전체 자산을 계산해보면, 전세 보증금까지 포함한 내 자산 대비 수익률은 고작 1% 미만이었다. 그렇게 의기양양하던 나는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무리 수익률을 높여도 투자 규모가 작으면 삶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너무나 단순한 사실 앞에서.


그래서 조금 더 진지하게 공부를 시작했다. 영상에서 듣고, 책을 뒤적이고, 하루에 몇 분씩이라도 경제 관련 컨텐츠를 접했다. 투자를 잘하고 싶다기보다 위탁을 멈추고, 내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싶어서였다.


가장 먼저 한 건 연간 목표 수익률을 세우는 일이었다. 막연히 “잘 벌어야지”가 아니라 목표를 숫자로 적고 매달 점검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매주 자동으로 분할매수되도록 지수 추종 ETF 주문을 걸어두었다.
감정과 뇌가 개입하지 않고 그저 시스템이 나를 대신 움직이게 했다.


지금의 나를 위해 쓰는 돈, 미래의 나를 위해 보내는 돈, 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나 혼자 미래의 내 삶을 설계하고 있다는 감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혼자 살아갈 준비라는 건 결국 내 삶의 운영권을 나에게 되돌려주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감정도, 관계도, 루틴도, 경제도 모두 내가 책임지고 선택하는 삶.


그리고 이상하게도, 모든 것을 책임지려 했을 때 오히려 내 삶이 내 손에 들어왔다는 이 묘한 안정감이 나를 덜 외롭게 만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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