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가족 아침 식사는 청혈(淸血) 주스 한잔이다.
양배추와 당근, 양파, 귤, 사과, 생강 약간씩을 갈아서 만들었다. 단백질 흡수에 좋다는 청국장에 우유도 섞어 몇 숟갈 떠먹었다. 가족의 위생과 건강을 책임지는 주부라면 좋은 식품에 대한 정보와 질 좋은 식재료에 항상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삶이 과거보다 편해지고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음식문화도 새로운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옛 농업시대와는 다르게 우리의 음식 문화는 변천해 왔으나 지금의 산업 사회에서는 음식에 대한 성향이 국가마다 달라지는 것 같다. 그동안 조리하기 쉽고 먹기 편해서 각광받았던 패스트푸드를 몸에 해를 준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슬로우 푸드’라는 여유식(餘裕食)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식품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기후가 만나는 곳이어서 어느 나라보다 식재료가 풍부하다. 음양의 기운이 어린 식재료와 정성으로 만들어내는 우리의 밥상이 자연의 맛을 살리는 식단임에 틀림없다. 한국의 신토불이 음식이 세계의 슬로우푸드 개념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자부심이 생긴다. 결국 슬로우 푸드의 한국적 변용은 우리가 먹는 일상의 음식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 슬로우 푸드가 바로 내가 어릴 적 고향에서 먹고살았던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봄에는 들판에 나가 달래 냉이 캐어 국 끓이고, 집 앞 텃밭에서 시금치 상추 뜯어서 된장 발라 쌈 싸 먹고, 풋고추 한주먹 따서 고추장 찍어 먹고, 오이 가지 따와서 청정한 우물물에 쓱쓱 씻어 한 잎 베어 먹던 소박한 식생활. 공해 없는 자연의 터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맘껏 섭취하며 살았던 옛 농경시대의 풍성한 삶. 좋은 물과 신선한 공기와 푸근한 흙이 내 고장의 생명체였듯이 한국인의 입맛은 지역의 소박한 음식 문화에서 전승된 것이다.
요즘 곳곳에서 우리의 농산물로 조리한 다양한 한국 요리를 선 보이면서 외국에서도 한식을 홍보하는 행사를 보게 된다. 각종 채소와 고기를 넣어 만든 비빔밥과 잡채는 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요리로 손꼽힌다. 옛 우리 선조들이 지혜의 손길로 빚어낸 정성이 내 어머니의 맛깔스러운 손맛으로 이어졌듯이 우리의 음식 조리법이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생명을 살리자는 슬로우 푸드 운동이 우리나라에 유입되어 점차 실용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
지난날 지역에서의 소박한 여유식 문화를 되살린다면 우리 모두 신체와 정신이 균형을 이룬 안락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삶의 속도가 빠르게 치닫는 요즘, 음식마저 급류에 휘말리지 말고 느리지만 생명과 사랑을 담아내는 친환경적인 자연밥상을 마련하면서 행복한 삶을 즐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