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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Jul 02. 2024

디지털 교과서 과연 좋을까

잡스는 대체 우리집 아이들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을까?

잡스의 평전 거의 뒷부분에 보면 그가 미국 교육시스템에 대해 비판한 내용이 나온다.(2010년 무렵) 그는 미국 교육시스템이 속수무책으로 낡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원 노조를 해체해야 한다. 교사들이 공장의 조립 라인의 노동자들 처럼 대우 받을 것이 아니라 전문직으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 학교장이 능력에 따라 교사를 고용하고 해고해야 한다. 학교는 적어도 오후 6시까지는 문을 닫지 말아야 한다. 1년에 11개월은 수업을 해야한다. 미국의 교실에서 아직도 교사가 칠판 앞에 서서 교과서를 이용해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모든 책과 학습교재와 평가는 디지털을 이용한 쌍방향의 학생별 맞춤 형태가 되어야 하며 실시간 피드백도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잡스는 이 모든 말을 오바마 대통령을 독대한 상태에서 말했고, 이 내용은 마치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는 장군 처럼,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현장 엔지니어 3만명을 미국내에서 길러내자. 이런 식의 주장을 하는데 이 말은 실제로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길지 않은 위의 내용 만으로도 잡스가 어떤 교육관을 가졌고, 어떤 식으로 미국의 미래를 그렸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잡스는 모든 교사에게서 비교적 자유로워져 지식을 탐구하고, 아이패드로 수업받으면서 쌍방향으로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피드백을 받는 그림을 머리속에 그렸던 것. 그렇게 성장한 학생들이 엔지니어가 되고 그들이 미국 IT산업의 기반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매우 이상적으로 들리는 잡스의 이 꿈을 읽고나서 느낀 점은 그가 정말 낭만적인 혁신가였다는 생각이다. 맨 처음 스마트 폰을 개발했을 때 그의 동기 처럼 말이다. 스마트 폰을 출시할 때 그의 모토가 모든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기술이 한번에 집약된 IT기기를 손에 넣고 생활했을 때, 개인이 얼마나 자유로워 질지 생활이 얼마나 편리해 질지, 민주주의가 얼마나 발전하게 될지에 대한 기대 아니었던가.


지금은 2010년으로 부터 14년이 흐른 뒤이다. 잡스는 이미 사망했고 세계는 코로나와 비대면 시대를 한 차례 겪고 난 후 한 숨 돌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을 겪었던 당시 만큼 온라인 교육과 소통이 뜨거웠던 시기가 또 있었을까, 그 기간 동안 학부모들은 디지털 교육에 대한 준비도 덜 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느라 온갖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어렵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여서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테스트 형 수업에 대한민국 학생들 모두가 갑작스럽게 던져진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상황을 다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지금까지 방학을 빼고 단 한번도 멈춘적이 없었던 학교가 몇개월 동안 기약없이 쉰다니, 그리고 그 많은 내용을 교사에게 주고 갑자기 온라인 수업으로 하라니 그것 만큼이나 황당한 일이 있을까. 불과 몇년 전에 디지털 온라인 교육은 말그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갑자기 온 미래'였던 것이다.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극심한 갈등의 한 단상을 보여주는 것이 한 쪽은 교육이고, 다른 한 쪽이 의료인 것도 아마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 부터 큰 화두를 갖고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것은 '비대면으로 하는 디지털 학습 (교실안과 교실밖)' 그리고 '비대면으로 하는 의료' 가 비상시국에는 어쩔 수 없이 이루어졌지만, 전염병 이후에도 계속 사회에서 적용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 아젠다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연구, 그리고 심도있는 토론이 이루어져서 교육과 현장까지 이어야져야 하건만, 우리 사회는 그런 의제를 다룰 여유가 없어보인다. 그러다 보니 단지 '의사 2천명 증원'  찬반 논란 같은 이슈자체에 빠져서 본질 적인 것들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버린 것이 아날까. 교육 역시도 코로나 기간 동안 갑작스런 휴교로 벌어진 교사들의 업무 갈등과 준비되지 않은 온라인 교육, 학습공백을 메워줄 전반적인 수정 작업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바뀌는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져야 했다. 그러나 그런 내용역시 학부모와 교사의 개인적인 갈등, 교권침해라는 이슈에 묻혀버린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것부터 생각해봐야 했다.


어쩌면 이런 갈등은 우리 사회는 인문학이 쓸모 없다 했지만, 정말 생각과 결정을 잘 해야할 시기에 정치갈등에 모든 것이 매몰되어 버리고, 좋은 토론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인지도 모른다. 지금을 놓치면 한국 사회가 한 걸음 내디딜 기회는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 안타깝다. 마치 산업화에서 정보화로 건너가는 시기에 그랬든,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다시 볼 '뛰어난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대통령 영부인 디올백 같은 이야기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안타깝지만 그 어떤 누구도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지금의 결정은 미래의 결과로 닦쳐올 것이다.  


2025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해 실시한다는 발표를 접했다. 이후 26년부터 5,6학년 그리고 중, 고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점차 확대해 간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우려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집에서도 스마트 폰을 끼고 사는 애들을 학교에서조차 디지털 교과서로 가르치면 어떡하냐는 부모들의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오히려 스마트 패드나 학습기를 못쓰게 하는 추세라며 우리 교육은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각해보면 지난학기 부모 참관 수업에 갔을 때도 교실 뒤편에는 패드충전기가 크게 놓여져 있었고 아이들이 직접 충전하고 쓸 수 있게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 교장선생님이 특히 디지털 교육에 관심이 많아 관련 수업도 계속 듣는다고 하는 것을 보니, 아이에게 더이상 디지털 교과서는 먼 것이 아닌듯 보잇다.

실제로 아이들은 이미 공책에 쓰고 기록하고 필기하고 교과서를 보는 방식보다도 더 빠르게 기기를 통한 수업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는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아이들을 보는 내 마음이 걱정스러운 것은,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의 기술적인 면 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컨텐츠를 이해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모든 아이가 엔지니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디지털 기기는 사실 하나의 도구 역할이다.

그 도구로 무엇을 만들까 어떻게 만들까는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 내야 한다. 만약 디지털 기기에 담겨 있는 학습 컨텐츠가 과거의 주관식, 객관식 시험 내용을 그대로 담은 것에 불과하다면, 그리고 시험보는 방식이 단지 바뀐 것이라면 그릇에 걸맞지 않은 낡은 스타일의 공부를 그대로 배우는 것일 것이다.


무엇보다 비대면 온라인 시대를 겪으면서 1~3학년 기초학습과정이 크게 부족한 학생들이 많아졌다. 기본적인 읽고 쓰기 연산하기 같은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디지털 학습기기는 '굳이 연필을 쓸 필요가 없는' 편리한 도구이다.

답을 쓰는 것 마저도 터치면 가능하니까.


그리고 종이에 글을 쓴 경험이 적은 아이들에게 패드에 글씨를 쓰라거나 패드 연습장에 수식을 쓰라고 하는 것은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은 그냥 듣고 터치하고 말하는 방식에 익숙해 굳이 필기의 필요성도 계산식을 적고 정리하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어쩌면 이런 방식의 학습덕분에 초등학생들의 많은 수가 사실상 절름발이 학습을 하게 될까 걱정스럽다.

학습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읽기와 쓰기 듣기 모든 부분을 통틀어 자기반복과

수정이 필요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 정말 똑똑하구나'라고 하는 것의 기준이 기기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잘 생각하고 말할 수 있어서가 아닌가. 그럼에도 그 안과 속을 다 알지 못하고 디지털 교육의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기기에 대한 의존도는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무엇이 궁금하고 알고 싶더라도 일단 폰 부터 열고 AI에게 질문할 수 밖에 없는 정도의 수준에 이를 것 이니까. 그 끝은 더이상 생각하고 기억할 필요가 없는 세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지털의 바다에 아이들이 빠진 이후에, 어른들이 어디까지 정보를 통제하고 막을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너무나 많은 가지들로 뻣어나가는 정보의 세계에서 어떤 정보가 나쁜지 아이들이정확하게 알려주는게 판단력이건만, 그걸 길러주는 역할인 책이 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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