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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a Noon 미디어 눈 Jan 27. 2021

성장과 실패, 그리고 멈춤에 관해

코로나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2) #잠깐멈춤

출처: 픽사베이


누구나 정말 많은 실패와 성공을 겪고, 나아가거나 머무른다. 나 역시 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 중 하나로 요즘 청년들은 무조건 성장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분위기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청년과 성장의 관계를 떠올리면 가장 성장하기 좋은(?) 시기인 것 같으면서도, 성장이라는 어떤 성과를 위해서 나아가기만 해야 하는 시기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나 역시 내가 더 알아가고 싶은 분야에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여러 번의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 글에서 나는 그 성장의 과정 중에서도 ‘실패와 멈춤’에 주목해볼까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나의 실패

인간관계, 학업, 대외활동, 취업 준비 등 여러 부분에서 실패를 경험해 왔고, 때때로 성공이라 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실패는 작년 1월, 대학 생활 중 도전하는 마지막 대외활동이라며 모 대기업의 대학생 단체 리더 모집에 지원했던 일이다. 


여러 번의 지원 끝에 권역별로 일정 인원을 선발했던 대외활동에서 서류에 합격하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기대하지 않았고, 수많은 불합격 뒤에 나온 결과여서인지 서류합격이라는 결과는 더 큰 설렘을 가져왔다. 하지만 같은 과 동기와 교내 임원을 같이 지낸 후배 역시 합격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면접에서 이들을 만나 반가운 척 인사를 나누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혼자 불합격하였을 때의 모습을 그렸다. 나름 잘 봤다고 생각한 면접에서는 최종적으로 탈락하였고, 두 명의 친구들은 합격하여 작년 내 활동을 이어갔다. 


생각보다 면접 결과에 대한 충격은 크지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내가 열등하다는 것을 누군가 증명해주었다는 생각에서 오는 열등감이 가장 힘들었다. 누군가는 사소하게 넘길 수 있던 일이었지만 두 친구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두 친구의 활동 소식, 그저 일상들을 보는 것도 어렵게 느껴졌다. 


결국 나의 실패와 마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홀로서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기업 대외활동이나 그 담당자 등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내가 하나하나 기획해서 바꿀 수 있는 사회문제를 찾았고, 아동 관련 ngo활동과 함께 2020년의 마지막 달에는 몇 개월간 기획하고 진행했던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 지원에 관한 크라우드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 실패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며 만들어 내었던 열등감을 직시할 수 있었고, 나름의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며 나만의 성장을 이루었다. 


실패와 멈춤, 그리고 성장

나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 역시 실패로부터 나아갈 수 있는 가닥을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실패는 좌절과 열등감을 가져오고 이것들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 말로 멘탈이 약한 나는 특히 더 그랬다. 누구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지금의 청년들도 어쩌면 위태로워 보인다. 내가 겪은 경험과 같이 거듭되는 타인과의 비교는 우리를 좀먹고, 나아가지 못한 채 머무르게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정체되어 나아가지 못하거나, 사회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늦었다는 판단이 설 때 편견 없이 보기보다는 왜 멈춰있었는지에 대해 추궁한다. 입사 면접에서 긴 휴학기간이나 공백기가 있는 경우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성장을 이루었는지, 왜 멈추어 있었는지에 대해 묻는 경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성공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며 어떤 사람은 실패로 인해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방황과 고민의 시간을 가진다. 또한 청년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실패와 멈춤은 찾아올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청년이 성장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나 잘못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쉼 없이 성장만을 쫓는 삶은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성장을 거듭하며 오는 성취감으로 행복을 느낄지 모르지만, 나는 청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정체된 시간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패로 인한 좌절과 멈춤에 대한 다른 이들은 어떻게 여길지 궁금해진다.


잠시 멈추는 것과 정체된 시간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나 역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종일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나 스스로가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지만 하나 둘 취업하기 시작하는 동기들과 기대에 찬 부모님을 보고, 여자 나이 몇 살이면 늦지 않았냐는 말을 전해 들으면서 조급한 마음이 생기곤 한다. 쉬어가고 싶은 마음에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조금은 있지만, 나를 비롯한 우리 주변의 많은 청년들이 ‘성장’에 쫓기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의 사회가 실패와 정체됨을 존중해주는 날이 곧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생각도 해본다. 아직 그런 날은 오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젊은 날인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오늘과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의 오늘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조금은 쉬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건네보고 싶다.


작가: 유진아



본 매거진은 청년들의 지식커뮤니티 눈랩(noonlab.org)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함께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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