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dia Noon 미디어 눈 Feb 09. 2021

성장은 운율을 그린다

코로나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7) #성장


성장은 운율을 그린다


Part 1. 타인이 가르쳐준 성장 : (생략)


-삭제하시겠습니까?

지그시 그 물음을 응시했다. 왜 지워야 할까, 없애야 할까, 괄호 속으로 삼켜야 할까, 그냥 내가 삭제되어야 하는 걸까.


내가 하고자 했던 말.

내가 해주고 싶던 말.

내가 전해야 했던 말.

내가 하고 싶던 꿈.

내가 믿고 싶던 삶.

나의 이유.

그리고, 나.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지워내는 것. 네 쓸모는 사회가 널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서 측정이 된단다. 그러니까 넌, 닥치고 예쁘게 웃으렴. 입 닥치는 것이 사회화라며 내 입을 막아버린 눈들이 사나워 밤새 두려워했다.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겐 짐이자 고통을 증대하는 요소란 게 당연하고도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고, 그걸 알아버린 날에는 철없이 웃었다. 더 이상은 그런 웃음이 용납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 순간 이후론 철없는 웃음을 내 삶에서 생략시켜 버렸다. 신데렐라의 12시 종처럼 타인의 사랑을 두른 내게도 그 종소리가 울리면, 그땐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거 같아서. 우린 별들의 세계에 살아. 지구를 반으로 갈라 핵들을 분리하는 것에 몰두하면서 각자의 삶을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달의 뒷면을 탐사해보고자 하면서 그가 무엇을 닮았을지는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 달의 뒷면이 당신의 눈망울을 닮아있을 것 같다던 친구의 대사가 공포로 들리는 나. 모두의 순간과 각각에 새겨진 단상들의 *다중성(多重星)


우리는 별들의 세계에 살아.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세계에 묶이고

우리의 자전과 공전이 지구만의 몫으로 남아버리면.

퍼즐 조각들이 흩어진다. 새겨져 있던 한 시절의 나는 부러졌다. 함께 한 모두가

다 부서졌다. 조각들이 도망친다. 모두에게서, 내게서, 멀리, 더 멀리.

우리는 행성이 된다. 반짝이던 꼬리를, 불꽃을 뿜어내던 눈망울을 숨긴 채 행성이 된다.
행성의 행성. 우리의 이름.


Part 2.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성장? : 아마 사랑,


살기 위해 생략해왔던 무언가를 읽는 일. 그게 사랑이라면.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주워 담지 않는다. 대신, 모방한다.

베낀, 베낀, 베낀.

내가 마주하지 못한 세계는 남의 조각을 빌려 모방한 퍼즐 놀이를 시작했다.

퍼즐 놀이의 규칙 : 빈칸은 이해될 수 없다.

비워진, 아니 내가 비워낸 그 공간을 다시 그려낸다. 동그란 말소리들이 유연하

면서도 정확한 몸짓으로 그려졌다. 동그라미. 활동적인 도전, 그로 얻어낸 남들

의 조각. 베껴낸 조각들이 내 퍼즐 위로 안착했다. 동그라미. 동그란 물결로 내 퍼

즐에 스며들었다. 가지런한 단어들은 동그랗게, 서로의 둥근 조각들이 맞닿길 바

라며. 그래서, 그래서

실패했다.

빌려온 조각들이었고 너무 또렷한 조각들이었다. 굳은 입술 사이로 깎여 나온 조

각들은 언제나 한결같아 따라잡을 수 없는 시간에게 속수무책이었다. 너무 선명

했고, 너무 동그랬다. 동그라미가 매울 수 없던 공간, 그렇게 생략되어 버린 모남

들이 정제된 언어에 미끄러져 비어버린 공간. 그건 결코 누군가의 삶이 아니었

다. 그저 내가 헤아리려 늘어놓은 고집일 뿐, 그를 이해할 수 있던 방식이라 믿었

을 뿐. 우리는 결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살기 위해 생략해왔던 무언가를 읽는 일. 그게 사랑이라면,

베낌은 사랑이었다. 당신에게 닿은 손길을 이어가고자 하던 따스한 열정을, 그를

닮아가고픈, 그러면서도 철저히 나만을 향한, 처참한 손짓이었다.


Part 3. 내가 지향하고픈 성장 : 담백함


뒤엉키고, 얽매이고, 매달리던 도망자의 순간들. 나의 순간들이었다. 감정을 마

주했기에 상황에게서 도망쳤고 그래서 더욱 서로에게 옭아져 매달렸다. 이제는

조금 자유로워도 되지 않을까.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생략하는 자유. 모두를

관통하는 진리가 있다는 믿음으로, 최선을 다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을 각자의 다

채로움을 존중하는 믿음으로 생략하고, 사랑할래.


나의 운율을 온몸으로 믿어볼래.



*다중성: 육안으로 볼 때 동일한 방향에 있어 하나처럼 보이는 여러 별들. 이중성, 삼중성, 사중성, 오중성 따위가 있다.



작가: 빌린이

작가 소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려 글을 씁니다. 나의 글이 각자의 삶에 포개어지길 바라는 '빌린이'입니다.



본 매거진은 청년들의 지식커뮤니티 눈랩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함께 작성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황으로부터의 성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