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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a Noon 미디어 눈 Feb 27. 2021

당신은 태양

2월 북클럽 독후감

아프가니스탄. 우리는 2001년, 그 이름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황색으로 보이는 그 어딘가에 위치한 곳, 쌍둥이 빌딩을 무너트리고, 검은 천을 뒤덮은 사람들이 사는 곳. 그리고 우리 가족이 목숨을 내놓아 싸우러 나갔고 선교 간 한국인을 잔인하게 죽인 그 땅. 그게 우리가 기억하는 아프가니스탄이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잔인했던 아프간 사람들 중 피해자로만 남을 수밖에 없던 약하고도 강한 두 여자, 마리암과 라일라의 삶을 보여준다. 책을 통해 우리가 뉴스에서 보던 이해할 수 없는 아프간 사람이 아닌, 그저 평범하고 흔한 여자의 인생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쟁 속 어느 사람이 그러하듯 두 여자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거기에 더해 이슬람의 종교적 이념 속 여성차별을 견뎌야 했음이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마리암은 부자 자릴의 사생아였다. 어머니 나나의 자살 후 30살이나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 그의 잔인함 때문에 마리암은 평생을 죄인같이 살았다. 그녀가 불안을 느끼지 않은 하루를 찾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마리암의 삶에서 기쁨도 있었다. 아버지를 만나는 일, 태어나질 않을 아이를 기다리는 일, 그리고 라일라와 그의 자녀와 함께한 때였다.

라일라는 의식 있는 아버지의 사랑을 충만히 받았다. 그러나 전쟁으로 잃은 두 아들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 때문에 외로움도 있었다. 한 남자를 사무치게 사랑해보았지만, 폭격으로 죽은 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아이를 지키고자 원하지 않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사랑했던 타리크를 다시 보기까지 죽음 없이는 견딜 수 없는 폭력을 당해야 했다.

마리암과 라일라는 늙은 남자의 두 아내로 만나 경쟁 관계에서 동지로, 그를 넘어 목숨을 빚지는 사이까지 된다.


누구나 한 시대에 태어나 특정 환경에 놓여 넘어야 할 돌산들이 있다. 하지만 두 여인에게 그 산은 너무도 험난해 보인다. 소련과의 전쟁, 내전, 미국과의 전쟁 등 40년이 넘도록 폭탄이 끊이지 않는 그 땅은 아직도 생명이 나는 곳이다. 그곳에서 두 여인은 희망도 없이 사랑받고자 사랑하고자 살았다.

비참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그 두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우리도 제국의 틈 바구니에서, 이념의 차이로, 권력자들의 행패로 수많은 사람이 피 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평화는 일시일 수 있다. 지금은 임시방편의 밴드를 붙인 휴전된 국가란 말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렇듯, 가장 혹독한 시기에 가장 피해를 보는 건 힘없는 여자와 아이들이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도 희생을 감내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마리암이 산화함으로 성인이 된다. 그의 희생은 라일라와 자녀들을 통해 이어지며, 지역 사회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한 사람의 인생을 보이는 것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것과 사랑과 희생은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 멈추지 않는 샘이라는 걸 알게 된다.

우리는 이 순간도 수많은 불합리와 억압 속 사랑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리 성공한 삶도 아닐지라도, 당신은 작은 사랑으로 나비효과를 만들기 충분한 태양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 2021년 2월 북클럽: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독후감 by 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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