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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a Noon 미디어 눈 Mar 05. 2021

"전쟁이 남긴 것"

2월 북클럽 독후감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다. 


나 역시 국제정치 수업을 들으며 많이 접했던 전쟁이지만,메이저 기사나 논문들은 주로 국가들 간의 외교만을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넓게는 전쟁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한국 역시 전쟁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전쟁과 관련된 소설이 많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어린 여자 아이들이 전쟁 속에서 조혼을 하게 되고, 결혼 생활에서 겪는 무자비한 폭력, 폭언들, 그리고 전쟁이라는 미명 하에 첩을 두어 생활한 남성들. 그리고 정부인과 첩 사이에서의 갈등과 오해. 나의 친구가 전쟁으로 죽고, 나의 오빠가 전쟁에서 죽게 되는 것. 그리고 나의 어머니가 오빠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고통 속에서 살면서 나를 외면하게 되어 내가 겪는 고통과 외로움. 내가 사랑한 사람과 헤어지게 되어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그리고 먼 훗날 다시 내가 사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행운 등 여러 이야기들이 이 책에 나온다. 


이 책에는 많은 여자들이 나온다. 나나, 나나의 딸이자 주인공인 마리암, 파리바, 파리바의 딸이자 주인공인 라일라, 그리고 라일라의 딸 아지자까지. 주인공은 마리암과 라일라이지만, 주변 인물들의 관계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들의 엄마, 딸 그리고 여자인 친구들의 이야기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말)인 마리암. 마리암의 엄마는 나나이다. 잘릴은 마리암의 아버지이지만, 이들은 함께 살지 못한다. 그래서 잘릴은 시간이 나면 마리암과 나나를 보러 온다. 그 시간동안에만 마리암은 아빠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아버지를 보러 아버지의 집에 가지만, 아버지로부터 거부당하게 된다. 평소에 엄마인 나나가 말했던 하라미로서의 자신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마리암은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엄마가 떠나고 나서 마리암은 결혼을 하게 된다. 살던 곳에서는 훨씬 먼 곳으로,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조혼에 대해서 다른 이슬람 혹은 중동 문화권에서는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글로 상상하면서 읽는 것은 더 충격적이었다. '나는 열 다섯살 때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나는 그 나이 때 뭘 했지? '라는 생각과 함께. 마리암은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서웠을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긴장하면서 읽었다. 성적인 표현, 성적 학대, 성적인 언어표현 등을 남편인 라시드에게 듣고 받았던 마리암은 어떤 생각으로 버텼을까. 그리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잃었을 때의 슬픔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마리암의 인생을 지켜보았다. 



마리암이 결혼을 하고 나서 그 마을에 사는 파리바와 다른 부인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파리바와 파리바의 딸 라일라가 나오는데 라일라는 이 소설의 두번째 주인공이다. 라일라는 오빠가 2명이나 있지만, 전쟁 중 세상을 떠나면서 오빠들을 잃게 된다. 또 엄마가 의지했던 오빠들이었기에 엄마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집에만 머물게 되면서 라일라를 돌보지 못하게 되어 의도하지 않게 라일라는 엄마로부터 상처를 받게 되고, 주위 남자인 친구들로부터 수모를 겪는 일도 겪게 된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오빠인 타리크와의 즐거운 추억과 기억들이 라일라에게는 거의 유일한 행복이다. 



마리암과 라일라의 인연

시간이 흘러 전쟁 중 부모를 잃고 마리암의 남편인 라시드가 라일라를 구해주면서 라일라는 마리암과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곧 라일라는 그렇게 소중하고 사랑하던 사람인 타리크 마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임신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라시드의 첩이 된다. 


그렇게 마리암과 라일라는 한 집에서 살게 된다. 마리암은 자신이 사생아였음에도 불구하고 라일라가 첩으로 들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라시드가 라일라에게 친절하게 대하자, 라일라에게 질투를 느끼게 되고 경쟁심을 느끼게 되면서 라일라에게 거리를 두고 견제한다. 하지만 곧 라시드가 라일라에게도 마리암에게 대하는 것처럼 폭력과 폭언이 시작되면서 마리암과 라일라는 점차 가까워진다. 차를 마시며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비밀을 나누며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된다. 


라일라는 임신을 한 아이를 낳게 된다. 그 아이가 딸인 아지자이다. 아마 라시드는 아지자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알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미 마을에서는 라일라와 타리크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 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태어나는 아들인 잘마이를 더 아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이 계속 되면서 라시드는 일을 잃게 되고, 다섯 식구를 모두 먹여살리는 것이 어려워지자, 딸인 아지자를 고아원에 보내게 된다. 여기에서도 나는 아지자가 딸이어서 고아원에 보내진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들인 잘마이가 아닌 딸이어서 고아원에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고아원에 보내는 과정에서도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여자는 혼자는 돌아다닐 수 없고, 남자와 함께 나와야만 밖에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장면 역시 지금 상황에 대입한다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만 들어서 분노하며 읽었다. 


라일라는 계속되는 라시드의 폭력, 폭언에 지치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아지자와 잘마이와 함께 라시드를 떠나려고 계획한다. 그리고 마리암도 함께 계획에 참여한다. 자신들을 도와줄 만한 남자를 찾아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곧 군인들에게 잡혀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이 사실을 안 라시드는 라일라와 마리암을 참혹하게 폭행하고 폭언한다. 정말 글로 읽은 폭력을 상상하는 것이 미디어로 보는 것보다 더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간 중간 자주 쉬어야 했다.


어느 날 아지자의 고아원 앞에서 라일라는 타리크와 재회하게 된다. 알고보니 얼마 전 라시드가 호텔에 일자리를 구하러 갔을 때 마주쳤던 남자가 타리크였다는 것을 라일라는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그렇게 라일라와 타리크는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아들인 잘마이가 타리크를 탐탁지 않게 여겨 집으로 돌아가서도 아버지인 라시드에게 곧이곧대로 이야기한다. 그렇게 그 날 라일라는 거의 라시드에게 죽을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마리암이 라일라를 구해주어 목숨은 구했지만, 그동안 참아왔던 폭행과 폭언들을 참지 못하고, 마리암은 라시드에게 처음으로 저항하게 된다. 그렇게 두 여자는 크게는 가부장적인 사회에, 작게는 라시드에게 저항하고 반항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맺혔던 자신들의 시간들을 보상받는 느낌이었을까. 그들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은 살고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라시드가 조금이라도 두 여자를 존중하고 최소한 잘릴처럼 대화를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이라도 했다면 이러한 비극은 없지 않았을까. 그래도 독자로서 이 부분을 읽으며 짜릿함을 느꼈다. 내가 그 공간에 함께 있는 것처럼 긴장하고 마음 졸이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마리암은 떠나는 라일라와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집을 지킨다.



새로운 시작

집을 떠나 라일라는 타리크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산다. 늘 꿈꾸던 타리크와 함께 아이들과 평화롭게 지내고 있지만, 고향인 카불이 아니어서 라일라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또 마리암이 감옥에서 세상을 떠난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라일라는 카불로 가기 전, 혼자 어느 마을에 간다. 마리암이 어렸을 때 살던 곳이었다. 결혼 한 후 한번도 가지 않았던 마을을 라일라가 마리암 대신 간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이 너무 따뜻하고 좋았다. 내용 중에 라일라가 마리암은 항상 마음 속에 있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생각하며 읽으면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잘릴이 마리암에게 남긴 편지를 읽는 부분을 읽으며 나는 정말 펑펑 울었다. 그동안 미안했던 잘릴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마리암이 죽기 전에 아버지가 얼마나 마리암을 사랑했는지 모르고 떠나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너무 몰입하여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한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편지가 가장 강렬하게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편지가 정말 적절하다는 생각을 다시했다. 


라일라와 타리크는 전쟁이 끝난 카불에서 다시 새 삶을 시작한다. 익숙한 마을이지만, 전쟁으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지자가 있었던 고아원에서 선생님으로 지내며 마을 지역에서 라일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가며 지낸다. 그리고 엔딩은 라일라가 새로운 아이를 가지며 끝난다. 


전쟁이 남긴 것들

우리는 흔히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면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전쟁을 겪은 세대뿐만 아니라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도 금방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전쟁이 끼치는 영향력을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고, 나의 가족이, 나의 친구가, 나의 나라가 달라진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 사람은 아이들과 여자이다. 물론 남자들 역시 징용되어 피해를 당하지만,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과 여자들은 적의 영향 아래 참혹한 경험을 겪게 된다. 또 가정 내에서 남자들의 역할을 여자들이 하게 되면서 가장이 되어 가정을 책임지는 역할로 이어지게 되면서 사회에서도 성 역할도 달라지게 된다. 작게는 한 가정이 변하고 크게는 한 나라의 사회 전체가 구조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전쟁 속에서 여자들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 전에도 여성들이 겪게 되는 고통을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소설임에도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하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그 긴 시간들을 이겨냈을지 상상이 안된다.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무시해버리거나 쉽게 넘기지 않고, 이와 비슷한 기사나 사건들을 보게 되면 한번 더 자세하게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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