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준비
기뻤던 합격의 순간들을 뒤로하고 다시 빠르게 서류 준비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학교마다 요구하는 서류들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각 학교들에 맞춰 준비하려면 상당히 복잡했다.
어떤 학교는 서류들은 스캔해 일단 PDF 파일로 제출한 후, 최종 합격하면 천천히 서류를 제출해도 되었지만,
어떤 학교는 서류를 취합해 우편으로 일정 기한까지 제출을 해야 해서 일단은 우편 제출하는 학교부터
준비하기로 했다.
1차 합격 발표가 난 학교들은 우편 제출을 요구했다. 나는 단국대 서류부터 천천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류 제출할 시기가 가까이 다가오고 나서야 아슬아슬하게 미국에 있는 사촌으로부터 서류가 도착했다.
내가 직접 미국으로 갈 수 없어 사촌이 대리로 학교를 통해 내 성적표와 재학 증명서를 받고,
최대한 빠른 편으로 한국까지 서류를 보내주었다.
나는 서류를 준비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받은 서류들을 열어보았다. 뭔가 사설업체에 맡긴 것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이었지만, 학교에 문의했을 때 공증을 받은 서류라고 연락을 받았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나는 일단 공증받은 서류가 부족해 단국대 입학처에 연락 후 원본대조필을 한 후 사본을 제출해도 된다는 말에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단국대로 향했다.
나는 단국대에 도착해서 담당자를 만난 뒤 준비한 서류를 꺼내보였다.
담당자는 서류 하나하나 불러주며 나에게서 서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담당자는 나에게 아포스티유, 즉 공증을 받은 성적표와 재학 증명서를 요구했다.
나는 제일 최근에 미국에서 사촌을 통해 받은 서류들을 꺼내보였다.
담당자는 서류를 받아보고서는 나에게 물었다.
"혹시 이게 아포스티유인가요? 저희가 보던 모양이랑 다른데요."
"네?? 학교 통해서 받은 거라 이게 맞을 겁니다."
나는 조금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담당자는 나에게 잠시 기다려보라는 말을 한 뒤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5분 뒤에 한 서류를 들고 다시 들어왔다.
"원래 아포스티유에는 이런 금색 스티커 같은 것이 제일 앞장에 붙어있어야 하거든요."
"근데 이것에는 금색 스티커가 없고 그냥 도장 하나만 찍혀있어서 아포스티유로 볼 수 없습니다."
아뿔싸. 학교 측에다가 내가 그렇게 확실히 신신당부 부탁을 했는데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뭔가 소통의 오류로 서류의 공증 작업이 잘못 처리되었다.
다행히도 혹시 몰라 사설업체에서 했던 황금 스티커가 붙어있는 서류도 들고 왔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사본은 가져오지 않아 담당자에게 그럼 이것을 복사해줄 수 없는지 물어보았다.
"저희가 따로 복사를 해드리진 않아요."
그냥 이 서류를 복사해서 이 사람들이 회수하면 될 일이었다.
근데 담당자는 계속 복사를 해줄 수 없다는 식으로 나에게 얘기를 했다.
"아니, 아포스티유는 이러한 형태로 된 서류로 제출을 해야 하는데, 도장 하나 찍혀있는 서류 들고 와서 이게 아포스티유 맞다고 가져가라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저희는 받을 수가 없어요."
맞다. 설사 내 잘못이 아닌 소통의 오류로 발생한 일이라도 결국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냥 가져가라라는 식으로 얘기한 적도 없고, 이 사람이 나에게 왜 이렇게 짜증을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네, 그래서 제가 이 혹시 몰라서 가져온 서류의 복사가 가능한지 여쭈어 본 겁니다."
"저희는 복사 안 해드려요."
"그럼 주변에 복사가 가능한 곳이 있나요?"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해오시는 거죠."
솔직히 속으로 서류 복사 하나 해주는 거가 지고 뭐 이리 난리를 피우나 싶었다.
결국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집이 멀어서 내가 다시 집에 가서 복사를 해올 수가 없다, 한 번만 부탁한다라고
얘기하니 그제야 내 서류를 가져가서 복사를 해주었다.
"원래는 서류 훼손 우려가 있어서 저희가 안 해드려요. 근데 해드리는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네, 다 되셨어요. 가시면 돼요."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와는 달리 잔뜩 짜증이 난 채로 차로 돌아왔다.
서류 준비는 백 번 내가 잘못 준비했다 쳐도 담당자의 짜증 섞인 태도에 매우 화가 났다.
"아니, 뭐 복사 하나 해주는 게 대수라고. 그냥 해주면 되는걸."
집에 오는 길에 괜히 아빠 앞에서 투정을 부렸다.
아빠는 다음에 서류 제출할 때는 당신과 같이 준비하자고 하셨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미국에서 온 서류가 왜 인정이 되지 않은 것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내가 받은 도장은 이 서류가 미국 내에서 공증이 됐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시이고,
이 서류가 미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공증서류로서 효력을 가진다는 표시가 있으려면 황금색 스티커가 붙어있어야 했다.
확실히 서류 관련해서는 담당자의 이야기가 맞았다.
이로써 시간과 돈은 그대로 허비한 채 공증서류를 두 개밖에 가지고 있지 않게 되었다.
원본대조필을 한 뒤 사본을 제출해도 되는 학교도 있었지만,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개수였다.
슬슬 무언가 다시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일단은 다가올 동국대 서류 제출을 위해 천천히 모집요강을 읽어보았다.
다행히 대부분의 서류들은 다 커버가 되었다.
하나 또 공증서류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동국대에서 명시한 기한 내에 발급한 공증서류만이 인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준비해놓은 공증서류들은 전부 기한 외에 발급한 것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년도에 급하게 미국을 떠나온 뒤 발급받은 서류들이고, 그 뒤에는 학교 담당 사무실이
코로나로 문을 계속 닫았어서 서류 발급 자체가 어려웠다.
나는 급하게 사설업체에 연락해 공증을 3일 이내에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사설업체는 비용은 비싸지지만 3~4일 이내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일단 서류를 결제하고, 학교 측에 연락해 먼저 사본은 제출해도 되는지 연락을 해보았다.
다행히도 사본을 먼저 제출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혹여라도 문제가 생기면 학교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도 받았다. 예상치 못하게 지출이 많이 생겼지만, 어찌어찌해서
또 하나의 위기를 넘겼다.
이후 동국대 서류제출도 완료하고, 마지막으로 홍익대 서류 제출을 준비했다.
이 사이에 나는 경희대와 외대에 제출할 서류들을 스캔해 PDF 파일로 만들어 학교 측에 제출했다.
다행히 홍익대 서류 준비만큼은 상당히 꼼꼼히 준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나는 서류를 준비한 뒤 다시 원본대조필 후 서류 제출을 위해 홍익대로 향했다.
입학처 사무실에 도착하니 교내 알바로 보이는 학생들이 엄청난 수의 편입생들의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들에게 서류를 제출하러 왔다고 얘기했다.
"아, 저쪽에서 잠시만 앉아계시면 도와드릴게요."
나는 안내에 따라 불이 꺼진 회의실 같은 곳에 서류를 꺼내놓고 앉아 기다렸다.
40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가 담당자를 찾았다.
다들 바쁘게 전화 중이어서 또 교내 알바 중으로 보이는 학생 한 명이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무슨 일이세요?"
"아, 서류 제출하러 왔는데, 40분이 지나도 아무도 안 오셔서요."
"아, 죄송합니다. 저쪽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도와드릴게요!"
나는 다시 빈 사무실에 앉아 20분 정도 더 기다렸다. 이후 학생 한 명이 다가와 나에게 사본 제출을 도와주겠다며 나에게 서류를 요구했다. 나는 학생에게 간단하게 서류에 대한 설명을 해준 뒤, 또 기다렸다.
20분 정도 지나자, 학생이 나에게 와 사본 제출이 완료되었다고 가면 된다고 전해주었다. 나머지 서류는 직접 우편제출을 부탁한다고 했다.
"그냥 여기서 바로 제출하면 안 되나요..? 나머지 서류들도??"
"네, 공증서류만 원본대조필하고 사본 제출하시는 거고 원본을 포함한 나머지 서류들은 직접 우편 제출해주셔야 해요."
"하.."
이쯤 되면 정말 서류 제출에 신물이 났다. 단국대부터 시작해서 홍익대까지. 그리고 그 중간에 PDF로 서류 제출한 수많은 대학들과 그 많은 서류를 준비하고 제출하는 과정까지. 차라리 시험을 한번 더 보았으면 할 정도였다. 시험보다 더욱 짜증 나고 힘들었던 것이 나에게는 서류 제출이었다.
나는 홍대 근처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에 도착해 봉투에 서류를 확인하고 넣는 과정에서 공증서류의 마지막 장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시X 설마.."
입 밖으로 바로 욕이 나왔다. 방금 홍대에서 우체국까지 20분 정도 걸어온 참이었다. 그리고 10분이면 끝날 일을 1시간 넘게 사무실에서 혼자 앉아 기다리느라 짜증이 매우 난 상태였다.
없어질 리가 없는 서류. 분명히 복사하다가 마지막 장을 까먹고 나에게 안 준 것이 분명했다.
나는 온갖 육두문자를 쏟으며 다시 학교로 향했다.
다시 입학처 사무실에 도착해 아까 서류가 누락되었는지 봐달라고 했다.
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자기들이 복사기를 한 번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그들은 확인하더니 서류가 없다고 했다.
내가 분명 거기 있을 거라고 다시 확인해달라고 했다.
그리고서는 다시 찾아보더니 공증서류의 마지막 장을 들고 학생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아.. 죄송합니다.. 아까 복사하다 빠졌나 봅니다."
"하.. 괜찮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너무 짜증이 났지만 더 이상 화낼 힘도 없었다. 그냥 다시 빨리 우체국으로 가서 서류를 처리하고 이 모든 짜증 나는 서류 제출 과정을 끝내고 싶었다. 나는 바로 사무실에서 나와 다시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에 도착해 서류를 한번 더 확인하고, 제출을 완료했다.
드디어 모든 서류 제출 작업이 종료되었다. 진짜 시험보다 더 짜증 나고, 진 빠지고, 힘들었던 과정이었다.
이제 3주 뒤 정도에 있을 최종 합격 발표만을 기다리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