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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Aug 02. 2022

26살, 결자해지(4)

최종 합격

정말 혼돈과도 같았던 서류제출을 마무리하고 이제 완전히 입시로부터 해방되어 하루하루 노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최종 합격 발표 날짜가 다가왔다.

1차 합격에서 바로 탈락한 건국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 대학 중에 정말 최종 합격 소식이 있을까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긴장이 되었다.


제일 먼저 발표를 했던 학교는 가천대였다.

평일 오전에 발표가 있어 사무실에 출근한 뒤 발표 결과 문자를 받자마자 긴장된 채 사이트로 

들어가 학번과 이름을 입력하고 결과를 보았다.


'축하합니다. 서유덕님은 편입학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어라??"


일단 기쁘다기 보다도 조금 합격 소식에 의아했다. 결과에 긴장하긴 했어도 워낙 가천대 시험을 

막 풀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합격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잘해봤자 예비번호를 받겠거니 했는데

최초합을 한 것이다.


어찌 됐건 기분 좋은 합격이었다. 그 말인즉슨 다른 곳에 다 떨어지더라도 미국에 다시 힘들게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사무실 분들은 나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나는 바로 이 소식을 부모님께 전했다.

엄마가 크게 기뻐하시며 아빠에게도 이 소식을 전하겠다고 하셨다.


일단 첫 발표를 합격 소식으로 가져와서 기뻤다. 사실 무엇보다 일단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드디어 마음을 한결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무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 엄마가 기쁜 얼굴로 나를 맞이하셨다.


"우리 아들, 수고했어. 열심히 공부해 좋은 결과가 나와서 엄마, 아빠가 너무 기뻐."

"그래, 고생했다. 동국대는 어떻게 됐어?"


아빠도 기뻐하시며 나에게 동국대 결과도 물어보셨다.

동국대도 오늘 오후에 발표가 있을 예정이었는데, 나는 바로 동국대 사이트로 들어가 결과가

발표되었는지 확인해보았다. 사이트로 들어가자 바로 팝업창에 합격 발표자 검색이 나왔다.


나는 아까 가천대보다 긴장된 채 동국대 발표 창에 학번과 이름을 입력하고 발표 결과를 보았다.


"서유덕님은 예비번호 xx번입니다."

"음???"


아침에 가천대 합격 발표 결과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놀람이었다.

분명히 시험 중에 제일 잘 풀어냈다고 생각했던 동국대였다. 

시험시간 내에 두 번이나 풀고 검토까지 끝내도 10분이나 남았던 동국대였다.

그리고 서류 제출할 때도 동국대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


최초합은 기대 안 하더라도 예비번호조차 꽤나 뒷번호로 받게 되었다.

많이 당황스러웠다. 이럴 거면 뭐하러 그 난리를 쳐서 서류를 제출했는지..


일단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예비번호가 조금 뒷 번호라 여기는 크게 기대 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당당히 합격해 지난번의 재수 때의 설욕을 씻을 거라 다짐했었는데 이번에도 아쉽게 되었다. 그래도 아빠는 마지막까지 모르니 일단 기다려보자고 말하셨다.


다음날에는 외대의 합격 발표가 있었다.

사실 외대도 시험장에서 나오면서 여기는 안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 크게 기대하지 않는 학교였다.

그래도 혹시 예비번호라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합격 창을 확인했다.


'죄송합니다. 서유덕님은 불합격하셨습니다.'

"뭐.. 그래.. 그렇게 풀어놓고 합격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지.."


어느 정도 불합격을 예상했던 상황이라 크게 낙담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다음 날에는 바로 경희대 발표가 이어졌다.

사실 제일 처음으로 봤던 학교라 정신없이 시험 보고 서류 제출하느라 한동안 쭉 잊고 있었던 학교였다.

그래도 시험 볼 때 잘 본 것 같아 최초합은 힘들더라도 어느 정도 합격 가능성은 있는 학교라고 생각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창을 확인했다.


"죄송합니다. 서유덕님은 불합격하셨습니다."

"하.. X발.."


예비번호는 적어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비번호조차 받지 못했다.

시험을 잘 풀어낸 것 같았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편입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았다.

뭔가 경희대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힘들었다. 도대체 왜 떨어진 걸까?


커뮤니티에 들어가자 경희대에 합격했다는 인증글들이 많이 올라와있었다.

그들에게 시험을 풀 때 어땠는지, 토익 점수가 몇 점인지 물어보는 댓글들에 달린 답글들을 보고 

그제야 나는 내가 왜 탈락했는지 조금은 수긍할 수 있었다.


경희대는 편입 시험 성적과 토익 성적을 합산해서 최종 합격 점수를 산출한다.

합격했다는 사람들은 토익 성적이 거의 만점인 사람들만 있었다. 내 점수도 나쁜 편은 아니었으나 

그 정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마 시험이 조금 쉬웠던 편이라 비슷비슷한 점수들 사이에 이러한 미세한 점수차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을 해보니 탈락할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국대는 예비번호를 받긴 했지만 너무 뒷번호라 사실상 탈락이었다. 

첫날 오후부터 3 연속으로 탈락 소식만을 연락받다 보니 멘탈이 조금 흔들렸다.

물론 가천대에 합격하긴 했으나 내가 본래 목표하던, 해낼 수 있었던 기준치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이틀 연속 탈락 소식을 전했다.

그래도 남은 단국대와 홍익대는 1차 합격을 했던 대학이니 다른 대학들보다는 더 합격 가능성이 있으니

이 대학들의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말씀하셨다.


다음날 단국대의 발표가 있었다.

조금은 침울해진 채 단국대의 결과를 확인하였다.


'축하합니다. 서유덕님의 예비번호는 x번입니다.'

"오!!!.. 흠.."


분명히 예비번호 앞 번호였다. 합격 가능성이 꽤나 높은 번호였으나 단국대는 사범대를 지원했다는 

점이 조금 걸리었다. 사범대 특성상 예비번호가 잘 돌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합격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여전히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다. 앞 번호이긴 하나 사범대 특성상 예비번호가 잘 안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전했다. 멘탈이 조금 많이 흔들렸다. 3주 전과는 너무 다른 양상이었다.

3주 전에 전부 다 합격할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1차 합격 발표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이었다. 합격을 한 학교가 가천대밖에 없었다.


침울한 기분으로 다음날도 출근을 해 근무를 했다. 근무가 끝나갈 때쯤에 홍익대 합격이 발표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마지막 학교 합격 발표 창을 열었다.


'축하합니다. 서유덕 님의 예비번호는 xx번입니다.'

"오?????"


예비번호가 상당히 앞 번호였다. 그리고 예비번호가 많이 도는 경영학부이기 때문에 이곳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홍익대 소식과 함께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부모님께 홍익대는 합격 가능성이 좀 높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2~3일 후에 여러 대학들의 추가 합격 발표가 있을 예정이니 그때 기대해보자고 말씀하셨다.


3일 정도 뒤에 근무를 하고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향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서유덕님 맞으신가요? 여기 단국대학교 입학처입니다."

"아!"


집에 오는 길에 단국대로부터 추가 합격 전화를 받았다. 등록에 대한 안내 사항을 듣고 전화를 끊고 얼마 있지

않아 다른 모르는 번호로 또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서유덕님, 여기 홍익대학교 입학팀입니다."


단국대 전화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홍익대 또한 합격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다 와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바로 합격 소식을 전했다.


나보다 부모님께서 더 기뻐하셨다. 아마 그동안 내가 이 날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노력했는지 아시기에 

진심으로 기뻐하셨다. 


물론 나도 합격 소식에 기뻤지만, 홍익대 합격을 어느 정도 먼저 직감해서인지 기쁨의 감정보다는 

무언가 마음속 무거운 짐을 하나 내려놓은 것 같아 후련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드디어... 끝났구나.'


마음속으로 계속 이 말을 되뇌었다. 20대의 반이 지나가도록 마음속 한 구석에 계속 가지고 있었던 

응어리 같은 것들이 없어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별 거 아니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노력했었는데, 그래도 그것들이 마음 한편에 숨어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 같다.


3군데를 합격했으니, 이제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선택을 해야 했다.


끝까지 단국대와 홍익대 등록을 두고 고민했다.

여러 가지 요건을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홍익대 쪽이 더 낫다고 판단을 하여 홍익대로 선택을 하였다.


여기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길을 돌아왔다. 심지어는 지구도 반 바퀴 돌아서 도착했다고도 할 수 있는 도착지였다. 돌아오지 않았다면 6년 전에 이미 도착했을 목적지이지만, 돌아오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느꼈다. 그 경험들이 나를 더욱 발전시켰고 결국, 여기에 6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른 결과를 들고 서있게 되었다. 


입시의 합격, 불합격 결과를 떠나서,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내가 했던 지난 수많은 선택의 결과들에 대해 내가 끝까지 책임을 지고 나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크게 나에게든, 남에게든 증명해 보였다는 점이었다.


결자해지라고 했던가. 내가 저질렀던 일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나온 시간들 중에 넘어진 시간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애썼던 시간들을 다른 사람들은 모르더라도 적어도 나는 똑똑히 기억하기에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이 일들이 앞으로 또 다가올 수많은 난관 속에서 희망을 찾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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