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 스타벅스 오픈 기념 글쓰기
2년 전 옥수동으로 이사를 왔다. 나름 한강뷰다. 비록 문틈 사이로 보이는 퍼즐 한 조각만큼이 보여도 좋았는데, 이사 온지 얼마되지 않아 주변에 건물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1년 동안 포크레인, 지게차, 철근, 콘크리트로 가득했다. 건물들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레노베이션을 하고 새 건물이 들어섰다.
하루가 다르게 완성되어가는 건물들을 보며 도대체 뭐가 들어오려나 지나다닐 때마다 생각했다.
’스타벅스나 들어와라‘ 생각했다.
우리 동네에는 조각 치즈 케이크 만한 라바짜 카페가 있었다. 5평 정도의 아파트 상가 1층에 있었는데
좌석도 3개뿐이고 인테리어도 없지만, 라바짜 원두로 만들어주는 커피가 맛있어서 자주 갔었다.
하루 저녁 사이에 그 건너편에 종종 가던 연안식당이 없어졌다.
다음날부터 시작된 인테리어 공사에 사람들은 뭐가 생기려나 기웃거리며 관심을 가졌다.
’스타벅스나 들어오지‘
테퍼드 커피라는 모던한 개인 카페가 들어왔다. 2번째 카페다.
동네 사람들은 새로 생긴 카페에 관심이 많았다. 오픈 기념으로 200명에게 무료로 아메리카노를 나눠줬다.
동네를 사로잡겠다는 마케팅 전략에 고객들은 공짜 커피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 공간에는 빵 냄새즈 음악이 트렌디하고 심플하다. 가구들은 목공소에서 맞춘 나무 벤치와 화이트톤의 테이블, 의자가 섞여 있다. 젊은 20대부터 아파트 아줌마들이 공존한다.
라바짜 카페가 타격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나 역시 테퍼드 이후로 라바짜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새로 들어선 큰 빌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실이라
도대체 뭘로 채우려나 염려했으나, 병원, 헬스장이 들어왔다.
1층에는 뭐가 들어오는지 끝까지 궁금했다.
다음 날, 베란다로 나가보니 집 앞에 스타벅스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스타벅스다!'
인테리어 공사가 1주일 만에 빠른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오픈을 했다.
체인점으로 된 커피숍은 어느 지점이든 분위기는 비슷하다. 브랜드가 주는 일관성과 세련미를 신뢰한다.
크롬색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늘어선 긴 카운터 테이블이 빛난다.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 소리에 기분도 신선하다. 갓 내린 향기로운 블렌드의 커피가 채워진 커피포트에 가득 담겨있다.
은색 휘핑크림 용기와 금속제 온도계가 담가있고, 다 쓴 휘핑크림에서 쉬이익 하고 공기 빠지는 소리,
캐러멜과 초콜릿 시럽 병의 펌프질, 다 쓴 우유 통이 오늘 시작한 카페답게 모두 열일 중이다.
유행에 맞게 장식된 철제 의자와 그 위에 덧댄 쿠션과 함께 간격을 두고 배치된 작은 원형 테이블이
벽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다양한 커피 원두 패키지와 MD 제품의 머그잔들로 가지런히 진열된
디스플레이가 새 단장을 했다.
#스타벅스 마니아인 나는 무조건 스타벅스가 편하고 좋다. 70걸음 옆에 있는 테퍼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먹고 먹히는 대형 브랜드 카페의 자본주의 문화가 생각났다. 돈이 많으면 규모가 커지고 브랜드를 가질 수 있구나. 작은 개인 카페들 처럼 개인 브랜드는 어떻게 살아 남아야할까.
낮은 테이블 주변으로 놓인 의자들에 가방이 놓여있다. 노트북 컴퓨터로 일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며 시스러운 중에도 집중하고 있다.
첫날 일찍 와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으나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나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통유리창 아래 자리를 잡았다. 아침에 노트북을 들고 나와 백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여기로 한동안은 아침 출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세라 고객님~~ 주문을 외치는 직원의 목소리가 고주파로 전달된다.
달그락거리는 컵들처럼 웃고 떠드는 그룹들과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속에서도
내 이름을 듣고 귀가 찌릿 움직인다.
손에 쥔 머그잔이 너무 뜨거워서 손가락이 따끔거린다. 입김을 불 때 훅 느껴지는 열기에 한 모금을 마셨다.
너무 뜨거우니 조심하라 했는데도 데인 혀를 타고 목구멍으로 쭉 내려가는 온기가 느껴진다.
미지근해진 커피를 들고 창밖을 보니 이제 동네는 건물 공사를 마치고 조용해졌다.
다 때가 있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때를 따라 취업도 하고, 사랑도 해보고,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하던 때도
있고, 나를 재건축하고, 새 단장하고 준비하느라 다른 사람들이 내가 뭐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나를 향한 계획이 있음을 믿고 마음에 조바심을 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