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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Apr 14. 2022

넓혀가는 네트워크

#024 스물 네번째 이야기

우리는 이곳 Algarve에 다시 돌아와 뿌리를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무더운 더위에 땅이 쩍쩍 갈라지는 마른땅에 뿌리를 내리기가 어렵듯이, 지금처럼 코로나 19로 타인과의 접촉이 어려운 시기에는 아는 지인도 만나기가 힘든데, 새로운 친구들을 만든다는 건 하늘에 별따기였다. 특히, 포르투갈어가 서툰 나로선, 이곳에 사는 토박이들과 관계를 맺어 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 커뮤니티 안에서의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과 활동들, 새로 맞이한 셋째 이안이까지! 하루는 왜 24시간밖에 안 되는 거냐고! 투정도 부려본다. 이제 어느 정도 시간과 함께 우리 커뮤니티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여러 프로젝트들이 정착됨과 함께, 우리들은 이 작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알을 깨고 나와 조금 더 바깥 세상과의 교류를 열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뜻밖의 초대를 받게 되었다. 우리가 지내는 땅의 주인인 다비드 David의 생일이었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잠깐 다녀온 남편 지오르지오 Giorgio가 열띤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비드 David네 잠깐 들렸다가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고! 그의 이름은 펠리페 Felipe이고 첫째 아들 율이와 동갑내기인 딸 스텔라 Stella와 둘째 딸 가이아보다 좀 어린 아들 리누스 Linus와 함께 와서, 우리 아이들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함께 놀기 시작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펠리페 Felipe가 수요일 오후에 우리들 모두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였다.


Felipe와 Julia의 집에서의 free play time


펠리페 Felipe의 집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에 언스쿨링 Unschooling이나  홈스쿨링 Homeschooling을 하는 근처의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free play time을 갖는다고 한다. 와우~! Algarve에서 이런 모임을 찾게 되다니! 그것도 우리가 사는 곳에서 2km 밖에 안 떨어진 곳에서! 우리들은 모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 설레었다. 이게 얼마 만에 해보는 미팅인가! 타인과의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서 이렇게 자신을 소개해 본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낯선 이 기분과 설렘. 꽤 반갑기도 하고 생경하기도 한 기분이 맴돌았다. 이들과의 인사는 코로나 19로 인한 경직되고 사회적 거리 두는 인사가 아닌, 가슴을 열고 진정으로 만나서 반가운 마음으로 두 팔을 벌리고 안으며 서로를 반긴다. 아! 이게 얼마 만에 해보는 타인과의 신체적, 정신적 접촉의 자리란 말인가! 우리가 정말 산골짜기에 깊이깊이 숨어 살기는 했었나 보다.



펠리페 Felipe의 집은 우리들이 지내는 곳처럼 집 주변으로 넓디넓은 들판과 언덕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놀기에 좋았다. 펠리페 Felipe의 집에는 이미 여러 가족들이 와있었고, 우리 커뮤니티 4 가족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이날의 모임은 꽤 왁자지껄해졌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새롭게 놀 수 있는 아지트를 발견한 것에 설레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돌아다녔고, 그러는 사이, 새로운 친구들과의 눈인사가 시작되었다. 펠리페 Felipe와 20년째 함께 살고 있는 그의 아내인 줄리아 Julia는 독일 출신으로 20년 전 이곳 포르투갈로 와서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한다. 짧은 커트의 시크한 스타일에 호리호리한 몸매, 꽤 독특한 분위기의 그녀는 냉장고와 테이블에 있는 음식들과 음료들을 알아서 원하는 대로 꺼내가라고 한다. 무진장 오픈 마인드다!


이를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 다른 가족들과 리집에서 함께한 점심 식사


이날을 계기로 다른 언스쿨링 Unschooling과 홈스쿨링 Homeschooling을 하는 가족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주변에 살고 있는 다른 가족들과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조금씩 조금씩 삶의 지평이 넓어지려고 한다. 나의 언어를 쓰지 않는 이들과 단번에 친해지지 못하는 못난 나는 이들과 시간을 쌓아가면서 천천히 친구가 되어간다.



 (거진 1년 전에 끄적이고 마무리 짓지 못했던 글을 오늘에서야 마무리 지어보네요. ㅜㅜ 죄송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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