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마지막 인사조차도 눈 마주하지 못하고 그렇게 보내고서도, 그게 정말 현실이었는지 아직까지도 믿어지지가 않는데 말이지. 내 눈으로 진짜 보지 못하고서는 믿을 수 없는 그 잔혹한 진실.... 이제 다시 그곳에 가도, 너를 만날 수 없다는 것....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울고 싶어도 꾹 참고 지냈는데.... 내일이면 너의 빈자리가 너무도 확연하게 보여질 그곳으로 몸을 옮긴다.
떠돌이마냥 그렇게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가도 그곳에 가면 너는 항상 있었는데, 마치 뿌리를 깊게 내린 오래된 단풍나무처럼.... 그렇게 한결같이 그곳에서 남들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고, 그렇게 네 방식대로, 너의 삶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왔었는데....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어려운 이들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삶과 시간을 내어주고, 정작 자신이 아픈 것은 보이지도 않는 다락방 구석의 작은 상자 안에 넣어 놓고 살기가 버릇이 되어버린 너. 그런 네가 정작 내게는 너의 내밀한 그 곳을 허락해 주었었지. 왜였냐고 물을 수는 없었어. 그냥 우리는 말없이 그렇게 받아들였었지. 너의 아픔을 나는 네가 만든 예술 작업으로 알 수 있었는데도, 차마 아는 척할 수가 없었지. 몸과 마음이 부서져라 아플 때 어떤 대가 하나도 바라지 않고,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손을 내밀어 감히 고맙다는 말로는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을 졌었는데.... 너는 그 빚을 갚지도 못하게 그렇게 가버렸지.
네가 얼마나 내게 특별한 사람이었는지 네가 떠나는 그 마지막 밤에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읽어줘서 다행이었다만.... 보내면서도 제발 이게 마지막이 아니기를 그렇게 간절히 바랬었었더랬지. 이제 곧, 네게 마지막으로 진짜 인사를 하러 가려해. 편안히 잘 가라고. 고마웠다고.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너무 흔해빠져버린 말들이지만, 내맘이 뻔해져버린건 아니라고 변명해본다. 그리고, 이제.... 너를 보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