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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엄마 Jan 11. 2022

그대도 나도 틀리지 않았다

당신과 스친 한 순간이 행복으로 기억되기를


한참 우울했다.     


그대의 망령에 사로잡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를 원망했다.     


사랑받지 못한 나의 과거와

그대의 사랑이 결핍된 나의 현재가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나에게 살포시 다가와 주기를

따스하게 나의 마음을 안아주기를

그렇게 기도했나 보다.     


그대의 차가운 냉기에

내 마음은 늘 타들어갔다.     


그대가 미웠다.

그리고 그리웠다.     


어느 날, 세면대 앞에서 깨달았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그건 그대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시킨 일     


나의 잘못도 아니다.

그대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그런 천성을 가지고 태어났을 뿐 


구태여 꿰어 맞춘 들

쉬이 찢어지고야 말 관계이기에

그대도 나도 원망하지 않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게 최선임을  알기에

   

그대의 인생의 한 자락에 내가  잠시 걸쳐 있기를 바라며

마주한 잠시의 순간이 행복함으로 기억되리라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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