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머문 그대를 추억하며
컴퓨터의 타자를 두드리다가
창문틀의 먼지를 닦다가
문득 떠오른 당신은
꽤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렀나 보다.
굳이 떠나보내려 애쓰지 않겠다.
마음이 흐르는 물길을 억지로 틀 수 없다는 걸
여러 해 동안
꽃을 반기고 낙엽을 떠나보내면서
자연히 알게 되었다.
그러니 그대여,
기약 없이, 기대도 없이
그저 내 곁에 머물러라.
내 안에 그대가 차올라
절로 흘러나갈 때까지
그대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그대에게 스며들 때까지
그땐 나도 미련 없이
그대를 떠나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