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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림 Mar 24. 2021

나의 경쟁력 3.3배속으로 높이기

라이브 커머스 필살기 어떻게 만들까요??

오늘은 라이브 커머스 이야기를 하기 전에, 라이브커머스를 하든 안하든 무조건 있어야하는 "필살기" 이야기를 먼저 해보고자 한다.


17년 차 쇼호스트인 나에게는 두 권의 필살노트가 있다.

하나는 입사 전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만든 노트다.

입사를 원하는 회사들의 신문기사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핵심 전략들을 앞쪽에 스크랩하고, 중간에는 쇼핑호스트가 되기 위한 발성, 발음 연습자료(신문 사설을 스크랩하고 소리 내어 읽는 것도 도움이 됐다)와 회사 면접에 나올 법한 상품의 프레젠테이션 기승전결을 정리해놓았다.

마지막 뒤쪽에는 취업의 베이스가 되는 자기소개서와 자주 나오는 Q&A를 적어놓았다. 이렇게 정리해놓은 필살노트는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시험 철이 되면 면접 현장에 갈 때마다 이것저것을 챙기지 않아도 필살노트 한 권이면 마음의 준비가 끝났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한 준비가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은 현장에서 꽤 든든함을 주었다. 경쟁자와 실력이 비슷한 순간에는 스스로가 갖는 안정감이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기도 한다.

두 번째 필살노트는 쇼호스트로 입사 후에 만들었다.

나는 방송에 투입되기 전 한 달 동안 모든 방송을 모니터링했다. 카테고리에 상관없이 대부분 방송 비디오테이프(무려 지금은 없는!!!)는 열람할 수 있었다. 한 달 내에 업무 영역에 해당하는 모든 방송 스타일과 상품을 다 알긴 어려웠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상품을 분류하고 선배들의 방송 스타일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들리는 것을 모조리 적어보다가 차후에는 중요 키워드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필살노트를 만들었다. 지금으로치면 해시태그 기록법이다.  방송 1년 동안 시즌별로 자주 하는 상품들을 정리해놓았더니 그 뒤로 해마다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필살노트의 맨 뒷장에는 각 업무의 기능별 상관관계나 업무 흐름도를 파악해서 적어놓았다. 첫 직장이라 직무나 직책 호칭도 어려웠던 시기라 필살노트는 때마다 신입사원에게 큰 도움이 됐다.


어떤 재능이든 필살기가 될 수 있다


노트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모든 사람에겐 자기 분야에서 자신에게 힘이 되는 필살기가 필요하다. 나는 키가 큰 편도 아니고 미인대회 출신도 아니었기 때문에 쇼호스트로 라이브 방송 비즈니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만의 필살기가 필요했다.

상품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나의 필살기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나만의 수칙이 있었는데, 상품이 정해지고 나면 시장조사부터 철저히 준비했다.

시장 조사는 대략 세 부분으로 나뉜다.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 대형마트나 백화점, 오프라인 시장, 이렇게 세 부분으로 시장조사를 하고 제품의 기본적인 장단점을 인지한 후 미팅에 참여한다.

라이브는 구성과 가격이 판매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같은 상품도 여러 곳에서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오프라인 시장의 경우에는 이 상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구성의 형태까지도 나온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대용량으로 구매를 원하는지,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추세의 상품인지를 알 수 있다. 일부 상품들은 온라인에서는 잘 구매를 안 하지만 직접 실물을 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판매율이 높은 경우가 있다. 이런 상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임으로 방송 시 상품을 얼마나 자세히 보여주는가가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매번 회의를 통해 더 상품에 깊게 접근하고자 노력한다.

최근 모바일 라이브 쇼호스트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는데 그 중 한분이 "당일이나 3일전 급박하게 섭외가 들어오는 경우 제대로 회의나 상품공부를 하지 못하고 방송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라는 질문을 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품은 하면 안되죠! 라고 하고 싶으나 우리는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는가. 거절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다급한 순간에 꺼내 쓸 수 있는 필사기를 평소에 갈고닦아놔야 한다. 내가 요리사 자격증을 딴 이유도 이렇게 급할 때 꺼내쓸 수 있는 필살기가 될 수 있을거란 믿음때문이다. 또 어떤 식재료를 판매하게 되든 쉐프처럼 멋지게 요리하진 못하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레시피를 생각해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는 언제나 제품이 제품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음식 하나에도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기 마련이다. 주방용품이나 리빙용품 안에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나는 항상 이런 이야기를 통해 접근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방송을 풀어냈다. 평소 습관처럼 필살기를 쉽게쉽게 만드는 연습이 필요한데, 그러기위해선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필살기를 창조해낼 수 있다. 한번 할 때마다 아무래도 너무 힘든 형태의 접근은 장기적 필살기가 될 수 없다.

사실 나는 학생 때 운 좋게 이화여대 백일장과 연세대 이한열 문학상을 탄 적이 있다. 예전부터 소설이나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다 보니 감성적인 부분이 접목되어 방송에서도 나만의 필살기가 되었다. 소설가가 되기엔 부족했지만 쇼호스트로 방송 멘트를 만드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결국 책을 써서 작가의 길도 곁가지로 걷고 있지만 결국 전업  소설가는 되지 못한 나의 애매한 재능도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것을 보면 어떤 재능의 싹이든 키워놓으면 필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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