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이야기혁명의 시대
이야기예술은 인류의 삶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예술이다. 인류가 나타나고 오랫동안 구전의 시대가 지속되었다. 도시국가건설로 인해서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여 살게 되면서 무대의 시대가 왔다. 1차 이야기혁명이다. 인쇄기술의 발명이 2차 이야기혁명을 이끌었다. 출판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영화의 발명으로 영상의 시대가 왔는데, 이것이 3차 이야기혁명이다. 영상의 시대라고 해서 연극과 소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심축이 이동했을 뿐이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이야기 양식이 탄생했다. 기존의 양식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양식이 탄생했다. 연극의 바탕에서 음악을 결합하여 뮤지컬이 탄생했다. 소설의 바탕에서 그림을 결합하여 만화가 탄생했다. 영화로 시작한 영상의 시대에는 TV의 보급으로 드라마가 탄생했다. 만화와 영화가 결합하여 애니메이션 영화가 탄생했다. TV의 보급으로 TV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
인터넷의 발명은 4차 이야기혁명을 가져왔다. 바로 디지털의 시대가 온 것이다. 웹툰, 웹소설이 생겨났다. 출판의 시대 이야기예술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흡수한 것이다. 웹툰은 기존의 출판만화를 거의 대체를 했다. 웹소설은 기존의 출판소설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출판 장르소설을 거의 대체했다. OTT 플랫폼은 영상의 시대 이야기예술을 흡수했다. 기존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흡수해서 OTT는 성장하고 있다. 4차 이야기혁명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예술의 탄생이 아니라, 기존 이야기예술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흡수한 것이 본질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야기예술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다. 과거의 이야기예술도 공존하는 속에서 중심축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미래의 시점에서 보면 현재는 4차 이야기혁명으로 도래한 디지털의 시대 초창기일 것이다.
디지털의 시대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1차 이야기혁명으로 생성된 무대는 존재한다. 2차 이야기혁명으로 탄생한 소설도 존재한다. 과거시대의 이야기예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3차 이야기혁명의 중심인 영화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이 영화관과 전파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던 것에서 디지털화되어 온라인으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변화가 더욱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디지털의 시대에서 이야기예술은 이전 시대의 콘텐츠를 디지털 미디어로 전달할 뿐 디지털의 시대의 고유한 이야기예술은 생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디지털의 시대의 특징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흡수하고 빨아들이는 것. 과연 그렇게 되고 나면 극장과 영화관은 사라질까?
과거의 역사를 통해보자면, 과거와 미래는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공존은 하지만 시장의 승자는 존재한다. 2020년대가 시작되면서 과거와 미래는 전쟁이 전개될 예정이었다. 영화와 OTT의 전쟁이 예견되었다. 과거 TV가 보급되면서 영화와 TV의 전쟁이 전개되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을 예상했다. 그때는 강력한 TV의 공격을 영화계가 강력한 콘텐츠와 플랫폼을 무기로 반격에 성공하면서 공존의 길을 열게 되었다. 그 당시에 영화계의 대표적인 공격수는 <스타워즈>라는 콘텐츠와 멀티플렉스라는 플랫폼이었다. 정작 2020년대가 시작하자마자 영화와 OTT의 전쟁은 싱겁게 끝이 났다. 바이러스가 디지털의 손을 들어주었다. 바이러스의 공격이 끝나고 있다. 반격의 기회는 있다. 흐름을 뒤집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영역 확보는 가능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2019년에 개봉한 것은 영화계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일 수 있다. 2012년에 시작된 어벤져스 시리즈가 10년 늦게 시작되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가정은 의미 없는 것인가.
이야기예술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 넝쿨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남는 양식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세상이 올 것처럼 관심을 끌었지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양식도 있었다. 이야기예술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플랫폼으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양식도 나타난다. 연극, 소설, 영화, 뮤지컬, 만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웹소설은 살아남은 이야기예술의 양식들이다. 미래에는 어떤 이야기예술의 양식이 새롭게 생기고 어떤 양식들이 살아남을까? 미래를 알려면 과거와 현재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