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희 May 31. 2022

내 결혼식의 명암: 明에 대하여

결혼식의 좋았던 부분들

결혼식을 올린 지 어언 반년이 지나간다. 언젠가 시간이 닿으면 내 결혼식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을 정리해두고 싶었기에 남겨보는 글이다.  



2021 10 2,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 '드디어' 수식어를 더하는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무려  차례나 미룬 결혼식이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미뤄지며 요원하게만 느껴지던 결혼식은 웃프게도 가장 최악인 팬데믹 상황 속에서 치르게 되었다. 내가 상상하며 스케치하던 결혼식과는 아주 다른 풍경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부분들은 분명 존재했기에 끄적여본다.



1. 결혼식 사회

내가 지금까지 가본 모든 결혼식의 사회자는 남자였다. 아마 여성보다는 남성의 굵직하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전체적인 분위기에   적합하게 느껴지는가 보다 추측했다. 이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여자 사회자가 자리한 결혼식은 어떨까에 대한 호기심이 종종 발동했을 .


그래서 직접 경험해보기로 한 것. 사실 결혼식 준비 전부터 사회자로 찜콩   여자 사람 친구가 있었다. 분명 거절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지레짐작했는데 역시나- 그렇게 우리 결혼식 사회자가 되어준  친구 J. 평소 대담한 성격, 위트 넘치는 재치가 빛을 발하며 우리 예식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는데, 식이 끝난  그녀에 대한 칭찬을 여럿 전해 들었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 여자 사회자도 나쁘지 않다. 아니, 아주 신선하고 좋다. 추천한다.




2. 신랑과 시아버지 동시 입장

예전부터 의아했던 부분이 있었다. 양가 어머님들이 먼저 입장하고 다음은 신랑 입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부와 신부 아버지 입장. "오잉? 그럼 신랑 아버지는 어디 계신 거지? 미리 앉아 계시는 건가?" 굳이 시아버지 혼자 미리 앉아 으실 필요가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사실 내가 진짜 원했던 입장은 시부모님 동시 입장, 뒤이어 우리 부모님 동시 입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 동시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남편에게 제안을 했는데 딸과 함께 입장하고 싶은 아버지 마음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 했고, 나 또한 그 말에 동의했다.


그래서 우리가 찾은 합의점은 신랑과 신랑 아버지 동시 입장.  부분은 충분히 제안드릴  있을  같았고 실제로 다들 좋아해 주셨다. 실제 경험해보니 손을 맞잡은 시아버지와 남편의 다정한 뒷모습을 바라볼  있어  좋았다. 앞으로는 보기 힘들(?) 광경임을 알기에 오래도록  눈에 담아뒀던 기억이 난다.




3. 작은 예식장

우리가 예식을 올린 홀은 규모가 크지 않았다. 내 시야에 하객들 눈빛 하나하나 다 담겼던 수준이랄까. 웅장한 멋은 없지만 아담한 귀여움이 녹아있는 공간이었다. 하객들과의 거리가 좁았기에 굳이 진한 화장이 필요 없을 것 같다는 명분이 생기기도 한 곳.  


만약 끝이 아득한  버진 로드크고 웅장한 홀이었다면 어땠을까.  성격상 아주 긴장했을 테다. 화려한 조명 아래 잔뜩 긴장한  존재하는 신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애초부터  공간은 선택지에 두지 않은 이유다. 다행히 우리 예식홀은  키만큼이나 아담했고,  덕에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식을 치를  있었다.




4. 옅은 화장과 단발머리

예식 당일 헤어 메이크업 담당 선생님은 내가 드라이만 살짝 넣겠다고 했더니 당황하셨다. 깔끔한 올림머리를 재차 제안하셨지만 정중하게 고집(?) 부려 사수한 단발머리. 그리고 작은 예식홀을 무기 삼아 메이크업 내내 진한 화장은 피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작년 웨딩 스냅 촬영 당시 화려하고 진한 색조 화장이 나에게 아주 어울리지 않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불필요한 경험은 없다고- 그때의 경험 덕에 결혼식 날은 자연스러운  얼굴을 수할 수 있었다.


살짝 드라이 한 머리, 평소 내 모습과 비슷한 화장을 하고서 새하얀 드레스를 입었다. 거울을 바라보며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와! 나다! 너무 이쁘다! 불편하지 않다!"였다. 물론 드레스는 무진장 불편했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들이 '나'다워서 정말 좋았다.


'결혼식 화장은 진해야 . 올림머리를 해야 .' 이런 말들에 현혹되었다면 나는 결혼식 내내 내가 아닌 듯한 모습에 불편감을 느꼈을 테다. 언제 어디서든 나다움을 지키고 싶었는데 다행히 이번에  해낸  같다.




5. 저렴한 청첩장

청첩장 구매에 에너지를 거의 쏟지 않았다. 5 만에 가장 심플해 보이는 저렴한 청첩장을 주문했다. 가격도 천차만별, 비싼 청첩장은 종이 재질부터 다르긴 했다. 지금껏 전해받은 청첩장들을  떠올려봤다. 나의 기억 속에 잔재하는 청첩장은 비싼 재질의 종이가 아닌, 친구가 작게 끄적여준 편지가 담긴 청첩장이었다.


"음, 굳이 비싼 청첩장을 구매할 필요가 없겠는데?" 대신 내 진심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봉투 끝자락에 그려 넣은 오밀조밀 귀여운 그림들. 구매가 아닌 다른 것에 약간의 에너지를 쏟았는데 지인들이 아주 좋아해 줬고, 그 모습을 보는 나 또한 아주 즐거웠다.




6. 답례 편지

이 부분은 우리가 소수의 친한 친구들만 초대했기에 가능했다.(남편의 경우 6명, 나는 15명의 친구를 초대했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답례 봉투는 꽤 용이했다. 왼쪽엔 현금을 끼워 넣을 수 있고 오른쪽엔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결혼식 일주일 전부터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편지를 썼고, 식 당일 한 명 한 명에게 전달했다.


내가 편지에 끄적인 모든 문장들은 그들을 생각하는 진심이었고,  진심이  가닿았는지 따듯하고 뭉클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누군가는 편지를 읽으며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추억했고, 10  나에게 받았던 편지를 다시금 꺼내봤다고 한다.




7. 직접 제작한 모바일 청첩장

청첩장이라 함은 두 사람의 결혼을 알리는 매개체. 결혼식 날짜와 장소만 기재하기엔 어쩐지 속 빈 강정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색깔을 가진 사람인 지 최소한의 소개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 그래서 직접 모바일 청첩장을 제작했다.


참고로 나란 사람은... 재빠르고 편리한 문명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컴맹 플러스 기계치. 나름 포장해서 말하자면 감성 있는 아날로그 파라고나 할까. 여하튼 정말 어렵고 힘들게 완성했다. 추측건대 타인의 경우 이틀 만에 끝낼 일을 일주일 만에 완성했다고 보면 된다.


남편과 나는 어떤 사람인 지 한 줄로 정의해보기도 하고 서로 인터뷰한 내용을 모바일 청첩장에 담아냈다. 덕분에 나와 너, 그리고 우리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사진들도 다양하게 담아봤다. 작가님이 찍어준 완벽한 사진들, 15분 만에 셀프로 찍어낸 어설픈 사진들, 일상 구석구석을 담아낸 사진들까지. 아무튼 나의 노고가 아주 많이 담긴 이 모바일 청첩장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에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꺼내볼 생각이다.




8. 15분 셀프 스냅 / 남편이 직접 만든 식중 영상

3 원에 구매한 면사포를 들고 셀프 사진관에 방문했다.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우리 멋대로 찍어낸 사진들- 제한시간 15, 단돈 2 원에 아주 마음에 드는 기록물을 얻었다. 오직 둘만이 존재할 때만 나올  있는 수백 가지 표정들과 몸짓들이 아주 만족스럽다.



다음으로 남편이 직접 만든 식중 영상. 너무 신파적이지 않으면서 지루하지 않은 길이감으로 내 마음에 쏙 든다.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꺼내보면 아주 달콤하다.





다음으로는 내 결혼식의 暗,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정리해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가 이 사람과 결혼한 이유는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