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 수집, 기록이 궁금한 12-19세를 위한 작업실,스토리라이브러리
스토리라이브러리 (Story Library)는 이야기를 통해 나와 세상을 탐색하고 수집하고 기록하는 것이 궁금한 12~19세 청소년들을 위한 열린 작업실입니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12-19세라면 누구든지 세상의 이야기를 마음껏 탐색하고, 책의 다양한 형태와 물성을 탐색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물로 엮어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씨프로그램에서 우주로1216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공공도서관에 트윈세대 전용공간을 만드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다양한 지역의 12-16세 아이들을 리서치하고, 작년 6월부터 '스토리스튜디오'를 직접 운영하면서 12-19세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전엔 몰랐던 10대들의 욕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물방울 같은 사람이에요.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질 수도 있고 다른 것과 만나 밝아질 수도 있어요. 그만큼 아직까진 순수하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저를 잘 표현해줘요. 하지만 달리 보면 아직까진 아무 맛이 나지 않는 물처럼 특색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홀로그램 같은 사람이에요. 저도 모르는 저의 깊은 곳에선 어떤 성격과 모습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저는 주사위 같아요. 저도 모르는 다방면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거든요."
아직 정하지 못한 게 많은 나이, 10대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직 모르겠는 나의 모습'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느껴져 설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나도 내 감정을 모르겠다는 아이들도 있었고, 불안함에 불면증까지 시달리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이유와 맥락이 시작되는 나이, 10대
아직 본인도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에, 그와 동시에 자신을 알고 싶은 욕구가 커서인지 대화를 나눌 때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대답할 때 왜 좋아하는지, 특히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대답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상 속 소소한 순간에서도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같은지 혹은 다른지를 본능적으로 발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미래가 우선하는 나이이기에, 지금의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시간을 쓰는 데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졌음에도 10대들에게 '탐색'하는 시간은 쓸데없는 시간, 지금 당장 꼭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어서 독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혼자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궁금한 걸 찾아보고 나면 시간을 허비한 게 한심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나빠져요"
"덕질하면 쓸데없는 짓 한다고 엄크(엄마 크리, 엄마 크리티컬) 당할 수 있어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20년 뒤,.. 지금의 10대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야말로 스스로 기회를 발견하고 만들고 연결할 줄 아는 '탐색력'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선택지로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탐색'의 기회가 현저하게 부족하고 후순위로 미뤄지는 부분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10대들에게 가장 익숙한 주제인 '나'에 대한 탐색을 통해 탐색의 기본기를 쌓고 탐색의 자신감을 얻는 공간, '스토리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스토리라이브러리에서는 '나'의 관심사에서 시작해서 세상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탐색하면서, 직접 기록하고 갈무리하는 경험을 통해 탐색을 시작하고 이어가는 경험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라이브러리 공간을 만들고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탐색의 기본기와 자신감을 쌓기 위해서는 마음껏 탐색하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탐색의 과정, 결과를 남겨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음 탐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금의 탐색이 휘발되지 않도록 남기는 것, 지금의 탐색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는 경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필요할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했습니다. 과연 어떤 공간이 탄생했을까요? 스토리라이브러리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나의 이야기가 책이 되는 공간, 스토리라이브러리
주말에 찾아왔던 스라러 '노챙'과 나눈 대화입니다.
"여기선 책을 꼭 만들어야 해요?"
"당연히 아니죠!"
"책을 읽기만 해도 되죠?"
"물론이에요!"
스토리라이브러리에 찾아오는 12-19세 대부분은 언젠가 한번 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지만, 바로 책을 만드는 작업으로 뛰어들기엔 살짝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경우랄까요? 스토리라이브러리에서는 이러한 10대들의 고민이 쿡- 옆구리 찔러보기 좋은 '탐색 기회'라고 바라봤습니다. 막막한 고민이 간절한 욕구가 되고, 세상의 이야기를 살펴보며 내 이야기의 소재를 찾는 탐색 풍경이 되려면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까요?
세상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의 소재가 될 법하려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하나는 평소에 관심 있거나 공감할 수 있는, '반응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스토리라이브러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십진분류법, 혹은 10대 청소년이 읽으면 좋을 고전 100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큐레이션 시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옆 집(?!) 작업실 스토리스튜디오에서 관찰, 기록을 통해 1년여간 촘촘히 쌓아온 12-19세의 목소리에서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비밀/사랑, 취존/덕질, 성장/변화, 동물/관계, 죽음, 디스토피아/SF 등 8개의 주제 서가가 만들어졌습니다. 각각의 서가 큐레이션은 주제에 관심 있는 10대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주제별로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꾸준히 이어온 제3의 어른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두번째로 신경 썼던 부분은 누구든 각자가 선호하는 이야기 포맷으로 탐색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도 글밥의 양을 신경 써서 다양하게 고르고,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함께 보면 좋을 멀티포맷 콘텐츠를 함께 배치했습니다.
'무슨 이야기(what)를 남겨볼까?' 만큼이나 '어떻게 (how) 남겨볼까?'의 영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또 하나의 서가가 바로 '동사 verb 서가'입니다. 책의 다양한 물성과 형태를 탐색하며 한번 해보고 싶어지는 마음은 물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배치했습니다. 첫번째 큐레이션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자신만의 소재, 형태로 책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독립서점과 협업했습니다. 독립서점 엠프티폴더스에서 '누군가의 첫 책' 큐레이션을, 커넥티드 북스토어에선 '이런 책도 있다고?!' 큐레이션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독립출판물만큼이나 책의 물성, 형태에서 관점을 넓혀줄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그림책이 떠올랐습니다. 글 없는 그림책, 페이퍼컷팅북, 팝업북 등 '읽는' 관점을 넓혀주는 다양한 양서를 보다 보면 나의 이야기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주 사슴책방과 협업하여 '이토록 아름다운 책' 큐레이션을 추가했습니다.
이렇게 영감만 주고 끝낼 수는 없지요. 그래서 한 발짝 더 나가봤습니다. 바로 '방법 how to 서가'인데요. 기록,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실용서나 작가들의 인터뷰, 레퍼런스를 모아둔 서가를 만들었습니다. 책 만드는 법 시리즈, 작가들도 참고한다는 디테일 사전, 작가노트 등 '한번 해봐야지'를 느낀 10대가 직접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구비한 서가인데요. 현재 편집자, 기획 PD로 일하고 있는 누군가의 실제 노트와 기록물을 복사해둔 레퍼런스 벽과 함께 있습니다. 방법 서가를 10대 작가들의 콘텐츠를 전시하는 서가로 채워가고 싶어서 현재는 일부만 채워두었는데요. 스토리라이브러리에 찾아오는 10대 창작자들의 기록물로 차곡차곡 쌓여가길 바라봅니다.
충분히 탐색한 후에 '한번 해볼까?'란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집어들 수 있는, 써보고 싶어지는 재료, 도구는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스토리라이브러리에서 재료, 도구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은 4가지입니다.
1. 스펙트럼이 다양한가?
단어, 문장 수집부터, 페이지를 채우고, 책을 만드는 것까지 가능한 재료, 도구
2. 누구든 시도할 수 있을 만큼 진입장벽이 낮은가?
파일, 폴더, 바인더, 노트 등 다양한 형태의 갈무리가 가능한 재료, 도구
3. 다른 재료와 결합 가능성이 높은가?
폼텍, 마스킹테이프 등 어떤 용도로든 유연하게 사용 가능한 재료, 도구
4. 아날로그, 디지털을 넘나드는가?
4가지 기준 하에 '한번 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한 배려를 추가했습니다. 예를 들면 종이를 고를 때 A4 보다 작은 단위의 종이로 다양한 크기, 다양한 무게의 종이를 뒀는데 그 이유는 스토리스튜디오에 온 스스러들이 종이가 A4보다 크면 채워야 하는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자주 관찰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트를 골라 한 권을 다 채울 수도 있지만, 낱장으로 적더라도 기록물을 모아볼 수 있는 봉투, 폴더, 바인더를 함께 두어서 진입장벽을 낮췄습니다. 연필은 연하고 진한 정도를 골라볼 수 있도록 6H부터 4B까지 구비했고, 펜도 다양한 굵기, 필기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비했습니다.
모든 걸 모아둔 문방구가 아닌, 작업자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재료, 도구를 만날 수 있을 정도의 다양성을 갖춘 '작업실'로서의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재료, 도구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재료, 도구를 두는 '위치'입니다. 저마다의 자세와 속도로 탐색을 시작할 때 슬며시 한번 '남겨보도록' 유도하려면 어디에 어떤 재료를 두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단어나 문장 단위의 수집, 기록을 지원하는 인덱스형 재료, 도구는 주제 서가에, 한 장 단위부터 한 권 단위까지의 볼륨 있는 수집, 기록을 지원하는 재료, 도구는 재료바에 배치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해당 재료, 도구를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슬그머니 보여주는 레퍼런스들을 함께 두었습니다.
앞으로 더 더러워질(a.k.a 잘 쓰일) 스토리라이브러리를 기대해주세요.
지난 7월 14일, 스토리라이브러리를 오픈한 이후 꽤 많은 12-19세 청소년들이 찾아왔습니다. 10여 일간 3회 이상 방문했던 친구가 2명이나 있을 만큼 헤비 스라러 (충성 고객(?!))가 생기기도 했지요.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공간 곳곳에서의 풍경이 이용자들을 만나 하나하나 펼쳐질 때마다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다양한 탐색 풍경을 만나게 될지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스토리라이브러리가 소개할 앞으로의 소식도 기대해주세요!
- 이용시간 : 수~금 오후 5시~9시, 토~일 오후 12시 ~ 6시
- 이용료: 무료
- 방문 예약 링크: bit.ly/sl_come
- 가장 빠른 소식은 인스타그램에서! https://www.instagram.com/hello_storylibrary/
글: 김정민 (도서문화재단 씨앗, 콘텐츠랩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