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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비니 Dec 09. 2019

배려, 무신경하지 않다는 것

2019년 1월 6일 어른일기


지난 연말 내가 사는 동네 지하철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말은 친구와 지인이 만나기 더 좋은 시기이고, 지하철역은 함께 모일 약속 장소로 적당한 곳이어서 연말이었던 그날 저녁 지하철역은 여러 무리의 사람들로 꽤나 북적였다. 지하는 바깥의 추위를 잠시 피하기도 좋은 곳이니 더 붐볐던 것도 같다.


그중 대여섯 명이었던 한 무리는 머리를 맞댈 만큼 가깝게 모여 공간 한 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려는 것인지, 이제 모여 목적지를 정하는 것인지는 구별하기 어려웠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지하철역 내 다른 사람이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는 듯 보였다.


그때였다. 그들 뒤로 한 사람이 난처한 모습으로 발을 동동 굴렀던 것은. 하지만 그 무리는 그 사실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보통이라면 그 무리를 피해 갔을 텐데 그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난처해하고 있었다. 뒤늦게 알아차린 그 무리가 길을 열어주고 나서야 그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가 발걸음을 내딛는 바닥에는 나아가는 방향과 그 반대 편으로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이 깔려있었다.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그곳에 오래 전부터 그대로 있었던 것일 텐데 누군가의 길은 다른 누군가의 무관심 탓에 쉽게 막힐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역이 아니라 길이 뻗은 다른 장소에서도 그 일은 마찬가지로 쉽게 일어나고 있었을 테다.


어쩌면 세상의 여러 문제는 무관심이 아니라 무신경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머리로는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누군가의 유일한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무신경하지 않는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는 것을 아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 것, 관심까진 아니더라도 신경 쓰며 잊지 않으려는 것이 어쩌면 배려의 시작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늦었을 수도 있지만 난 앞으로 더 세상 여러 일에 신경 쓰며 살 싶어졌다. 그런 어른이 되고 다. / 2019년 1월 6일 어른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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