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내게는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구직활동을 비롯해 나와 아내의 미래와 관련된 일들이어서 지나칠 정도로 신경 쓰이는 것들이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일 자체에 정신이 곤두서 있었다.
나는 일들의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내가 뜻하는 대로, 내가 바라는 대로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어느 일은 기대하던 좋은 결과가, 어떤 일은 기대와 달리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인지 나는 문득 내 뜻대로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경우는 언제나처럼 거의 없다는 사실을 다시, 그리고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또 대부분의 결과가 만족스럽더라도 사소한 단 한 가지 일이라도 결과가 아쉽다면 쉽게 씁쓸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삶이라는 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내가 그동안 지나치게 기대하고 바라며 살았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어느 일의 결과가 온전히 내 의지에 달려있겠지만 실제의 삶은 대부분의 일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 시스템의 영향력 아래 복합적으로 결정되는 편이다.삶이란 건 애초부터내 뜻대로 되기 어려운 구조인것이다.
아니 애초부터 삶이란 것은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삶이 시작되는 생명의 탄생, 삶이 끝나는 죽음 자체에애초부터 우리 인간의 뜻이 개입될 여지는 없으니 말이다. 삶은 원래부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점을 잊은 채 항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길 바라며 사는 건 아닐까. 그리고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 아쉬워하고, 후회하며괜히 상처 받고 상처를 스스로 만든 건 아닐까.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덜 바라고 덜 기대하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살아볼까, 생각한다. 물론 가만히 있지만 말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의미를 건지고 느끼며 성장하면 어떨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지만 내 뜻을 담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그것에 힘을 쏟으며 살고 싶다./2019년 1월 26일 어른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