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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비니 Feb 03. 2020

"자신하지 마, 임신은 쉬운 일이 아니야"

난임 선배의 충고

아기 콩이의 작고 귀여운 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난임(難姙)

: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연령의 건강한 남녀가 피임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

(출처 - 차병원)


난임에 관해서는 생각할 일이 전혀 없었던 내가 난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여름 즈음 난임에 대한 인생 첫 조언(또는 충고)을 들은 뒤로도 1년이 더 지난 였다.


2017년 당시 모 경제신문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던 나는 그해 3월 결혼한 새신랑이었다. 난 결혼한 지 거의 반년이나 흘렀그해 여름까지도 직장 동료나 취재원으로부터 신혼생활에 대해 질문받곤 했다.


질문 대개는 신혼생활에 대한 소감이나 결혼 후기를 묻는 것들이었지만 일부는 자녀 계획을 구체적으로 묻는 예도 있었다. 이따금 그런 질문이 귀찮고 불편할 때도 있어서 '낳을 때 되면 낳겠죠' 속으로 말하며 빙그레 웃기만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2세 계획이 전혀 없는 건 아니어서 나는 먼저 나서서 2세 출산과 관련해 조언(또는 충고)을 해주는 선배들이 있을 때는 거부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곤 다.


그즈음 한 선배는 내게 2세 계획을 물었다. 나는 그에게 "1년 정도 신혼생활 즐기고, 그 뒤 임신해서 아기 낳으면 얼추 결혼 2주년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선배는 실소(失笑)와 조소(嘲笑)가 섞여 있는 표정으로 날 타박하며 말했다. "상빈아, 너무 자신하지 마. 임신이란 게 쉬운 일이 아니야. 계획 같은 거 하지 말고, 미루지도 말고 그냥 생기면 감사히 여겨. 그건 축복이야."


당시 내가 몸담고 있던 언론사의 기자 선배 중에는 아기가 잘 생기지 않아 오랜 시간 공들여 2세를 만난 사례가 몇몇 있었다. 그 선배는 그중 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내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미리 대비하고 대응책을 잘 준비하라고 조언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왜인지 "자신하지 마"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그 뒤 그가 덧붙인 충고 같은 건 거의 흘려들었다. 그때 난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난임이 나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라며 항변했다.


그 뒤 난 '난임 따위는 생각하지 않겠다'라고 마음먹은 것처럼 거의 난임이라는 걸 잊은 채 살았다. 국내 부부 10쌍 중 1쌍 이상이 난임을 경험한다는 사실(참고 첫 번째)을 알게 된 것은 훗날의 일이었다.


들리지 않는 2세 소식     


영화 '기생충' 속 아들처럼 내게는 그럴싸한 임신 및 출산 계획이 있었지만 난 그 계획을 공들여 실현할 일은 내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계획과 상관없이 2세 출산이라는 목표를 조기 달성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난 결혼 1주년을 맞이할 때쯤이면 아내의 뱃속에 우리의 2세가 당연히 자리 잡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다. 


그 뒤 난 신혼의 즐거운 생활에 푹 빠져 지내면서도 서로를 묘하게 닮은 아기를 낳는 것이 우리 부부에게 큰 사랑의 결실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 어서 빨리 아내의 뱃속에서 2세 소식이 들려오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어느덧 결혼 1주년 우리 부부에게 다가와 있었다. 기다렸던 소식은 함께 오지 않은 채로 말이다.


난임의 정의에 비춰 봤을  어느새 우리 부부는 '난임 부부'가 돼 다. 난임 부부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난임 부부가 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 같이 느껴졌다. 아기가 1년 동안 생기지 않으저절로 그렇게 되는 .


하지만 난 이제부터 결혼 2주년을 목표로 임신  출산 계획을 실현해나가면 그만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 1주년이 지난 뒤부터 반년을 노력했지만 2세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배란 시기를 신경 쓰거관리를 하고 영양제를 잘 챙겨 먹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말이다.


그때에서야 아내의 말이 내 귀 안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남편인 나보다 임신이라는 사안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던 아내는 자신이 겪고 있던 자궁 내막증, 자궁 선근증이 자연임신을 방해하는 것 같다고 내게 자주 말하곤 다. 하지만 나는 될 때 되면 별 노력 없이 자연임신이 될 것이라고 여겨 그 이야기를 꽤 오래 흘려들었다. 참고로 두 질환은 임신 방해뿐만 아니라 심한 생리통을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아내와 연애 기간을 포함해 3년 넘는 시간을 보냈지만 내게 자궁 내막증, 자궁 선근증 같은 여성 질환은 이해하기에는 너무 와 닿지 않는 것들이었다. 심한 생리통에 힘들어하는 아내를 자주 지켜봤지만, 여성이 아닌 남성인 내가  질환들을 겪을 가능성은 0%여서 난 아내 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모른 체하려고 했다. 난 뒤늦게서야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왜 이런 걸 생물 수업 시간에는 배우지 못했을까'라며 아쉬워했다.


임신, 지름길은 어때?     


난임은 한때 내 인생과는 전혀 관계없는 낯선 것이었지만 인식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내 삶 전체를 지배하는 큰 존재가 돼 있었다. 우리 부부는 이 존재를 어떻게 다룰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2세를 갖지 않는 것은 선택지에서 제외해뒀으니 우리 부부에게 남은 선택지는 계속 자연임신을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난임 치료를 받아볼 것인지를 고르는 것이었다.


2018년 당시 한국 나이로 31세, 32세였던 나와 아내를 두고 몇몇 지인들은 임신을 서두를 필요가 있겠냐고 말했다. 결혼 시기는 늦어지고 출산은 선택이 된 시대인데 임신할 생각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냐고, 서두를 필요가 무엇 있겠냐고 지인들은 이야기했다. 결혼한 지 채 2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물음도 있다.


하지만 6개월간 공들여 임신을 시도한 입장에서 '계속해도 되지 않을 때는?'이라는 염려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임신은 배란기를 정확히 맞춘다고 해도 성공률이 채 25%를 넘기 힘들다고 하고, 특히 임신이라는 건 나이에 크게 영향을 받는 이어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 우리 부부는 생각했다. 오랜 뒤라도 2세가 자연스럽게 생기면 좋겠지만 원하는 지금 아기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고 아내와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난임 치료를 받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고 우리에게 맞는 시술이 체외수정(시험관 아기)인 것을 알게 됐다. 30~34세 여성의 시험관 아기 임신율은 2011~2017년 35.1~39.9%(참고 두 번째)로, 나는 1년 넘게 임신 소식을 들려주지 않는 자연임신보다 이 시험관 아기 치료가 더 나은 선택이라 확신다. 난 그때 아내에게 "물론 쉽지 않겠지만 지름길이 있는데 굳이 돌아가지는 말자"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2018년 10월 처음 시험관 아기 치료에 도전했고, 그 뒤 2번의 실패와 1번의 성공 끝에 아기 콩이의 부모가 될 수 있었다. 시험관 아기의 시술 과정이 절대 쉽지 않았지만, 결국 이뤄낸 임신과 출산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큰 행복을 우리 부부에게 주었다.


난 그 뒤 임신에 대해 고민이 있는 친구나 동료를 드물게 만날 때면 언제나 그들의 상담사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들 중에는 나 역시 그랬던 것처럼 난임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경우나 난임 치료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어 쉽게 시도해보지 못한 예가 많았다. 이렇게 기록하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

다음 편 - 우리의 첫 시험관 아기 시술
https://brunch.co.kr/@sangbin78/78
이전 편 - [프롤로그] 아빠를 기다린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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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7년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평가 및 저소득층  지원실태 분석>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홈페이지

차병원 네이버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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