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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비니 Jun 26. 2020

우리의 첫 시험관 아기 시술

난자 채취부터 배아 이식까지

생후 58일 때 작고 귀여웠던 아기 콩이의 손

난임 치료를 지름길이라고 여겼지만, 시술을 본격적으로 받기 전까지 나와 아내가 난임 치료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확인 가능한 체외수정(시험관 아기)과 인공수정의 차이 정도를 간단하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인터넷 정보를 옮겨오면 시험관 아기는 몸 밖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해 만들어진 배아를 여성의 몸 안에 이식하는 난임 치료법으로, 인공수정은 남성의 정액을 여성의 몸 안으로 직접 넣어주는 치료법으로 정리할 수 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시험관 아기가 알맞은 치료법이었는데, 임신을 원한다면 바로 시술을 진행하는 이 좋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 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탓인지 무엇이든 선행 학습하는 것에 익숙한 나였지만, 시험관 아기 치료와 관련해 사전 지식을 파악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병이나 병원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가 워낙 전문적이어서 나름대로 알아본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말이 안 됐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주변에 꼬치꼬치 물어볼 유경험자들이 없었던 것이다.


'부부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임신이나 출산 등 사적인 일과 관련해서 질문하는 이 무척 실례가 될 수도 있는 한국 문화 탓에 일단 유경험자를 찾기 자체가 쉽지 않았다. 먼저 나서서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유경험자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부부가 내 주변에는 마땅히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는데, 난 유경험자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참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정보를 파악하는 데 기껏해야 의존할 수 있었던 것은 '~했어요' 체의 짧은 글과 많은 사진으로 이뤄진 블로그의 난임치료 후기 글 정도였다. 꽤 많은 후기 글이 있었지만, 이 마저도 아내 중심의 게시물이어서 남편인 내가 꼼꼼히 참고할 만한 게시물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우리 부부는 난임 치료 대부분을 부딪치면서 경험하고 치료 과정을 확인해야 했다.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채로 경험하게 된 일련의 치료 과정은 그 단계 단계가 새롭고 신기한 일 투성이었다.


어서 와~ 난임 치료 처음이지?


그동안 나름 부딪치며 배웠던 것을 정리하면 시험관 아기 시술은 크게 과배란 단계, 난자(및 정자) 채취 단계, 배아 이식 단계 등 세 단계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과배란 단계는 난자 채취를 준비하는 단계이다. 시험관 아기 치료를 처음 받는 부부는 이 단계부터 새로운 경험이 시작될 것이다.


말 그대로 배란을 과하게 해야 하는 '과배란' 단계는 여성 몸 안에 머무르며 주기에 1개씩만 배란될 뿐인 난자의 특성과 관련해 생긴 치료 과정 같았다. 애초에 몸 밖으로 빼내는 것이 쉽지 않고, 자연스럽지도 않은 난자를 외부에서 정자와 수정시키려면 이왕 한 번에 다수의 난자를 성장시켜 확보하는 것이 꼭 필요해 보였다.


과배란을 위해서 아내는 '과배란 주사'라는 것을 맞아야 했는데, 특이하게도 이 주사는 병원에서 맞는 게 아니라 집에서 스스로 놓아야 하는 '자가 주사' 형태로 처방되고 있었다. 아내의 경우는 '고날에프(Gonal-F)'라는 주사를 스스로 맞아야 했는데, 주사를 자신의 배에 꽂는 것이 겁이 났는지(나 같아도 두렵다) 아내는 남편인 내게 주사를 놓아달라고 했다.


아내와 달리 과배란 단계에서는 해야 할 일이 전혀 없었 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 것이 뿌듯해 신나게 주사를 놓을 준비를 했다. 그러고 보니 주사를 누군가에게 놓아주는 일 자체가 처음이었다. 물론 주사를 잡은 경험도 흔하지 않았는데, 이전에 주사를 잡아 본 경험을 떠올려보니 어릴 적 주사 놀이를 했던 것과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했을 때 주사 모양의 치료제를 잡아본 것이 전부였다.


주사를 놓는 위치는 배꼽에서 각각 왼쪽, 오른쪽으로 손가락 세 마디 정도가 떨어진 곳이었다. 아내 몸 안을 투시한다고 상상하면 그쯤에 난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었다. 주사는 일회성으로 한 번 놓고 끝나는 것은 아니어서, 나는 아내의 왼쪽 배와 오른쪽 배에 하루 걸러 한 번씩 번갈아 나흘간 주사를 놓아야 했다.


주사가 주는 특유의 날카로운 인상 일까. 나는 주사를 놓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많이 했다. '임신이라는 것, 이렇게라도 꼭 해야 할 일인가'라는 복잡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소중한 아내 배에 주사를 찌르는 만큼 꼭 임신이 됐으면, 우리를 반반씩 닮은 예쁜 아기를 어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간절한 바람 같은 생각을 나는 더 많이 했었다.


난자 채취 시술실 앞에서


2018년 10월 중 하루, 특별한 것 없었던 평범한 그날은 우리 부부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었던 날로 기록돼 있다. 아내가 열심히 주사 맞으며 키워낸 난자들을 처음 채취하는 날이자, 우리 부부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을 위해 만나는 날이었다.


우리 부부는 당시 다니고 있었던 서울 충무로 제일병원에 아침 일찍 도착했다. 아내는 도착 후 잠시 숨을 돌리자마자 난자 채취를 하러 가야 했다. 남편인 나는 아내의 시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그 사이 정자를 잠시 채취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나는 시술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간단한 화장조차 못해 평소보다 힘없어 보이던 아내에게 "난자 많이 채취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라고 최대한 유쾌하게 말하며 아내를 시술실로 들여보냈다. 제일병원은 당시 난자 채취를 하러 시술실로 들어간 아내가 대기 중인지, 시술을 받기 시작했는지, 시술을 다 받았는지, 회복 중인지를 상태마다 문자로 남편에게 안내해줬다. 하지만 난 잠시 정자를 채취하러 갔을 때 빼고는 시술실 앞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별다른 할 일도 없었고 잠시 떨어져 있는 아내가 더욱 그리워서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신은 부부가 함께 하는 일이어야 하니 조금이라도 아내와 가깝게 있는 게 옳아 보이기도 했다.


정자 채취는 워낙 단순해서 구체적으로 적을 내용이 없다. 병원에서 마련한 비밀의 방 같은 곳에서 소중한 정자를 스스로 채취해 의료진에게 잘 전달하면 끝이다. 워낙 단순한 일이어서 나 같은 경우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인 나와 달리 아내의 일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내는 시술실로 들어간 후 30~40분의 준비 및 대기 시간을 보낸 뒤 본격적으로 난자 채취 시술을 받기 시작했다. 수면마취 탓에 아내는 시술 과정을 잘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난 난자 채취 과정을 병원 등의 홈페이지에 안내돼 있는 정보로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르면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로 난소를 보면서 바늘을 여성의 몸 안으로 넣어 알맞게 자란 난자를 채취한다. 채취에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20~30분. 하지만 실제 아내가 시술실 밖으로 나온 것은 채취 과정이 끝난 뒤로도 1시간 30분이 더 흐른 후였다. 마취와 시술 과정에서 겪은 신체 변화를 회복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시술실 앞에서 머물렀던 나는 아내 말고도 시술실에서 밖으로 나오는 여성을 몇몇 보았다. 마취 탓인지 다들 컨디션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통증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어떤 여성은 남편을 보자마자 "아.. 많이 아팠어"라며 배를 만졌다. 내 아내의 경우는 "조금 뻐근했어, 지금은 괜찮아"라고 말해 난 그나마 다행으로 여겼다.


소중한 배아가 아내 몸 안으로


난자 채취 이후에는 배아 이식을 위한 준비가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난자와 정자는 병원에서 수정 및 배아로 발달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여성은 배아가 착상하기 좋은 상태로 몸을 바꿔나간다.


먼저 병원에서는 성공적인 수정을 위해 난자는 여성의 몸 안과 비슷한 환경에서 성숙을 거치고, 정자는 불순물 제거 등 수정 전 준비 단계를 거친다. 이후 난자와 정자는 여성 몸 안과 비슷한 환경으로 마련된 접시에서 만나 수정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배아는 2~5일간의 배양을 거치며 여성 몸 안으로 이식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


난자와 정자가 몸 밖에서 함께 열심히 할 때 아내는 난자를 채취한 당일부터 임신에 알맞은 상태로 몸을 바꿔 나가기 시작한다. 할 일이 별로 없는 남편과 달리 과배란부터 난자 채취에 배아 이식 준비까지 아내의 일정은 빼곡하다.


배아 이식을 위한 준비는 '예나트론(Yenatron)’이라는 약(질정제)을 하루에 1~2차례 스스로 몸에 투여하는 것을 통해서 진행됐다. 이 약의 주성분은 배아와 착상과 임신 유지를 도와주는 프로게스테론으로, 아내는 임신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이 약을 계속 몸 안에 투여해야 했다.


난자 채취 후 5일 뒤 우리 부부는 배아 이식을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배아는 4일 배양된 상태였다. 보통 3일, 5일 배양된 배아를 이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며칠 배양된 배아를 이식할지는 의사 선생님이  여러 사항을 고려해 판단한다고 한다.


배아 이식 과정은 난자 채취 때와 비교해서 무척이나 간단해 보였다. 우선 마취 같은 것이 없었고, 시술대에 누운 채로 배아를 몸속에 이식받는 것으로 시술 자체는 끝이 다고 아내는 설명했다. 1시간가량의 전체 시술 과정 중에서 50분 정도는 이식 후 회복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배아 이식 후에 의료진이 아내에게 당부한 것은 절대적인 안정이었다. 임신을 돕는 질정제(예나트론)를 계속 투여하는 것 말고는 따로 신경 쓸 일 없이 안정을 취하라는 것이 의사, 간호사 선생님의 당부였다. 몸 안에서 배아가 열심히 착상을 시도할 테니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일주일 뒤 임신 여부를 처음 판단해볼 수 있는 1차 피검사를 기다리며 안정에 안정을 취하려고 노력했다. 어느덧 신기한 일 투성이었던 시험관 아기 치료는 '꼭 임신이 됐으면' 우리 부부를 소망하게 하는 간절한 일로 거듭나 있었다. 이때까지 나는 첫 시험관 아기 치료에서 당연히 아내가 임신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어서 빨리 피검사를 받는 날이 돼서 임신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라고 난 생각했다.


다음 편 - 난임 치료, 기다림의 연속 간절함의 연속
https://brunch.co.kr/@sangbin78/79
이전 편 - "자신하지 마, 임신은 쉬운 일이 아니야"
https://brunch.co.kr/@sangbin78/76

참고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홈페이지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 홈페이지


+

(3편이 늦어진 이유는 아기 콩이 육아에 열심히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게을러진 이유가 더 크지만 말입니다. 앞으로 다시 꾸준히 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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