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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비니 Oct 19. 2021

역대급 몸무게에 공포를 느낀 난 킥복싱을 다니기로 했다

운동해야겠다, 정말 이번에는 제대로

아마도 내가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행위를 마지막으로 한 건 2019년 봄이 오기 전 무렵이었던 것 같다. 당시 무작정 퇴사 후 백수 생활을 반년 넘게 이어가면서도 1년 치를 등록한 헬스장을 가는 둥 마는 둥 했던 나는 겨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몇몇 운동기구들을 깔짝대며 들고 온 날에는 마치 체육인이 된 양 인스타그램에 '#운동스타그램'을 남기곤 했다. 잘 쳐줘봤자 운동하는 '척'이었는데, 난 그때 이 '척'마저도 하지 않기로 결정을 해버렸다. 핑계는 새로 입사하게 된 직장에 집중한다는 것이었고, 나는 남은 헬스장 등록기간을 적당한 가격에 친구에게 넘겨 버렸다.


내 몸은 군대에서 가꾼 덕에 한 때는 건강하고 매끈하기도 했다. 그나마 운동을 자주 했던 대학 시절까지는 그런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를 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그 뒤 10년 가까이 일상적인 음주와 과식, 대개가 숨쉬기 운동뿐인 생활습관을 가지고 살았고, 이 때문에 내 몸은 탄력을 차츰 잃어가며 울퉁불퉁 보기가 편하지 않은 살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몸이 탱탱함을 잃어가면서 난 샤워를 하며 종종 거울 속 내 몸에 충격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이 때는 '아 운동까지는 아니어도 일단 뭔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럴 때 난 20층 높이 아파트의 계단을 한 번에 3~4차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올라가며 땀을 뻘뻘 흘리는 정도로 몸을 움직이긴 했다. 하지만 채 일 이주뿐이었다. 땀나고 몸이 뜨거워지는 게 싫은 난 운동다운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기도 전에 매번 실패하고 말았다.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라는 말처럼 내 몸뚱이를 운동 전문가에게 맡겨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처방이 단기간에 속전속결 끝날리는 만무해 보였다. 더구나 의지만 있으면 유튜버를 보며 '홈트레이닝'을 하는 시대에 굳이 돈까지 써며 운동하는 게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운동의지가 부족하다는 걸 괜스레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운동을 해야겠다, 난 운동 의지가 부족하니 퇴근길에 쉽게 들를 수 있는 체육관을 알아보자, 돈 쓰면 아까우니까 잘 다니겠지, 라며 운동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 추석 연휴를 보내고 나서다. 고향에 내려가 일주일 가까이 어머니에게 감사히 사육당한 후 몸무게가 역대 최대인 85kg을 넘었기 때문이다. 비만도 계산으로 180cm인 내 기준 정상 몸무게의 상한선인 74kg보다 11kg 높은 것은 둘째 치고, 지금 끊어내지 않으면 90kg, 100kg까지 체중이 불어나는 것은 금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스러워서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연말이면 두 돌이 되는 딸아이가 쑥쑥 자라고 있는 것도 운동을 해야겠다고 내가 결심한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키 90cm 정도, 몸무게가 12kg을 넘긴 아기는 한 번 안아주면 허리에는 통증을, 골반에는 뒤틀리는 느낌을 자주 주었다. 주변 보니 초등학생 때까지 부모에게 안아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던데, 지금 운동 안 하면 사랑하는 자식도 안 안아주는 못난 아빠가 되겠구나 싶었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고민이 시작됐다. 과거에도 가본 경험이 있는 헬스장을 무난하게 또 다녀야 하나 생각했지만 몸짱분들 때문에 운동기구 자리도 잘 나지 않았던 엣 기억과 낮은 무게를 들고 운동하면 괜히 패배감이 느껴지는 그곳의 분위기가 끌리지 않았다. 그리고 PT 수업을 받지 않는 이상 스스로 운동 커리큘럼을 짜야하는데, 그런 곳은 운동의지 부족이자 운동 지식도 거의 없는 내게는 더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아, 운동 수업 같은 걸 들어보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어제 배운 표현을 오늘 다시 복습하고, 오늘 배운 표현을 강사님이나 수강생과 함께 연습하는 영어학원처럼 그렇게 운동을 배우는 곳이면 잘 다니지 않을까, 생각했다.


스마트폰 지도 앱을 찾아보니 이런 운동학원이 쉽게 검색됐다. 요가, 필라테스, 크로스핏, 킥복싱… 아 그때였다. 갑자기 옛 뜨거웠던 내 어린 날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 나 K-1이랑 프라이드 진짜 좋아했는데 까먹고 살았구나. 이번 기회에 킥복싱 다니면서 운동 좀 해볼까' 그래 난 킥복싱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조만간 당직 근무 후 일찍 퇴근하는 날 등록하러 가야지, 난 두근대는 가슴으로 그렇게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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