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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겸점심 Dec 03. 2018

#4 마포구 - 글벗 서점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대중적인 서점

비가 온다. 왜 항상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만 비가 오는 걸까.


신촌역 8번 출구를 나와 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멀리 한 건물이 보인다. 2층 통유리 창문에 책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잘 알려진 헌책방 아닐까. 바로 글벗 서점이다. 글벗 서점의 입구에는 인상 깊은 구절이 하나 붙어있다. ‘세상의 모든 책은 사람이다’. 이 구절은 오래 곱씹어 보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경험은 그 책을 쓴 작가와의 대화라고 한다. 그 맥락에서 책 한 권은 하나의 인격이자 사람인 것이다. 교보문고 입구에 있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가 떠오른다.

지하1층

글벗 서점의 주인아주머니는 이때까지 본 책방 주인 분들 중에서 가장 활기차시다. 서점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하신다. 손님들에게 건네시는 인사들이 정겹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다고 하신다. 이쁜 거만 찍으라고 하시며. (지하와 2층이 예쁘다고 참고하라고 하신다.) 사실 매번 책방에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린다. 매번 거짓말과 핑계가 난무한다. 그냥 사진 공부하는 학생이라니, 사진 찍는 게 취미라느니. 지금까지 몰래 찍고 나갔던 서점들, 이후에 몰래 찍고 있을 서점들 주인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2층, 외국서적이 많이 보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글벗 서점 얘기를 해보자. 글벗 서점의 장점은 ‘읽을법한’ 책이 많다는 것이다. 유명한 서점이라고 들어갔더니 고서들만 잔뜩 있고 보기에도 지루한 세계문학 전집만 쌓여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서점에는 읽고 싶고 사고 싶은 책들이 많다. 책의 유통량이 많아서 그런지 책의 순환이 잘 되는 것 같다. 당신이 어떤 중고 서적을 찾고 있다면 이 헌책방에서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레코드를 구경하는 것도 인상깊은 경험이다

글벗 서점은 헌책방 특유의 잔잔함도 지니고 있지만 특유의 역동성도 지니고 있다. 책 냄새 사이에서 나는 사람 냄새가 이 서점의 특징이다. 서서히 늙어가는 헌책방들 사이에서 다시 피어나는 꽃이다. 자기 전에 슬쩍 넘겨보는 소설 한 권이 이 서점에게 주는 양분 아닐까? 물론 나는 대형서점에 자주 간다. 피곤하거나 힘들 때면 교보문고에 가서 몇 시간이고 책과 문구류를 구경하다가 온다. 기분 좋아지는 취미생활이다. 하지만 대형 서점이 중요한 만큼 동네 서점들도 중요하다. 요즘은 주인들의 개성과 취향이 잘 드러나는 독립 서점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서점들이 잘 되었으면 한다. 다음에는 독립 서점도 몇 군데 방문해봐야지.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집으로 가는 비닐봉지가 무겁다. 월말에는 집 밖에 못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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