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는 취향, 갈리는 평가
작년은 히어로 영화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박스오피스 수익 순위를 봐도 상위 10개의 작품 중 6개의 영화가 히어로 영화였다. 히어로 영화에는 두 개의 산이 있다. 마블, 그리고 DC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세계관을 늘려 가고 있는 마블과는 달리 DC는 시작부터 버벅거렸다. 17년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는 로튼토마토 40%, 메타크리틱 45%는 물론이고 흥행에서도 본전도 못 찾았다. 이런 발판에서 작년 말에 ‘아쿠아맨'이 개봉했다.
영화 ‘아쿠아맨’에 대한 평가는 극심하게 갈린다. 망해가던 DC를 살린 영화라고 하는 의견도 있고 여전히 별로라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취향을 타는 영화라는 것이다. 아쿠아맨을 칭찬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 영화의 비주얼과 깔끔한 스토리에 높은 점수를 준다. 아틀란티스라는 가상의 세계의 화려함과 물속에서 찰랑이는 머리카락은 인상 깊다. 하지만 이 영화의 단점을 커버할 만큼 큰 장점인가?라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일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와는 달리 DC 유니버스는 큰 어려움을 지고 있다. 바로 슈퍼맨의 존재이다. 슈퍼맨은 모든 영화에서 거의 대적자가 없는 힘의 소유자로 나온다. 이 때문에 슈퍼맨으로는 합이 잘 맞는 격투신은 물론이거니 잘 짜인 액션신을 찍기가 힘들다.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의 감독인 잭 스나이더는 조금 다른 노선을 택한다. 바로 한방 한방이 묵직하고 폭발적인 액션을 사용한다. 빌딩 한두 개쯤은 몸싸움 한 번에 무너지는 무거운 액션 말이다. 다른 히어로 액션이 화려한 칼싸움이라면 잭 스나이더는 히어로에게 오함마를 쥐여준 것이다.
묵직한 액션과 더불어 DC영화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뇌한다. 물론 마블 영화의 히어로들도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슈퍼맨과 배트맨이 받는 고민과는 비교도 안된다. 슈퍼맨은 항상 정체성의 혼란을 안고 살아간다. 지구인이면서 외계인인 그는 지구의 일에 책임을 느낄 수도, 책임을 거부할 수도 있는 애매한 상황에 있다. 또한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힘 때문에 세상 사람들에게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다. 배트맨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범죄도시 고담에서 배트맨은 전혀 합법적인 존재가 아니다. 경찰과 범죄자 그 중간이다. 범죄를 소탕하는 경찰의 역할도 하지만 범죄를 소탕하는 방식에서는 범죄자 못지않다. 이렇게 주인공들이 고민이 많으니 스토리는 밝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잭 스나이더의 두 영화는 매우 어두침침하다. 화면 명도가 조금만 낮아도 인물이 분간이 안 간다. 하지만 이러한 어두침침한 분위기는 스토리 전개에 필수적이다.
여기서 아쿠아맨의 문제점이 등장한다. 이전 영화들과는 달리 영화가 매우 밝다. 고민이 없는 주인공과 단순한 스토리 때문에 어두침침한 화면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취향이 이 부분에서 갈린다. 단순한 스토리와 화려한 화면을 보러 온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만족한다.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를 원했던 관객들에게는 화려한 화면이 오히려 독이 된다.
취향의 문제이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면 아쿠아맨의 스토리는 절대로 잘 짜인 스토리가 아니다. 결말은 뻔하고 대사는 유치하다. 화면만 화려하지 주인공이 멋있지 않다. 잭 스나이더가 보여준 히어로들의 ‘후까시’는 온데간데없다. ‘아쿠아맨’ 한 편의 영화에는 이 방식이 먹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색체에 슈퍼맨과 배트맨이 들어온다면 결과는 안 좋을 것이다. 후에 나올 영화들과 아쿠아맨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